한국영화박물관 ‘대사극장’ 기획 전시 16일 개막

 박세영 감독이 연출, 편집한
 박세영 감독이 연출, 편집한

[공정언론 창업일보]한국영상자료원은 16일부터 한국영화박물관(상암동 소재)에서 신규 기획전시 <대사극장- 한국영화를 만든 위대한 대사들(이하 ‘대사극장’)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한국영상자료원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국내 최초로 195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제작된 한국영화 대사를 조명한다. 때로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고, 유행어가 되어 전 국민의 머릿속에 각인된 한국영화의 대사를 통해 약 80년의 한국영화사를 조망한다. 

양으뜸 작가
양으뜸 작가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키는 각본집, 왜 영화 대사에 열광하는가?

한 시대의 언어 습관에 대한 반영이자 무의식의 기록으로서 영화 대사를 탐색한다는 것은 그 시대 대중들의 욕망이 가리키는 지점을 읽어내는 일이기도 하다. 100년이 넘는 장구한 한국영화사에서 대사는 내러티브 영화의 일반적인 전달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시대의 조건과 대중 심리의 일단을 드러내는 지도의 역할을 해 왔다.

최근 한국의 대중문화 지형에서 영화 대사의 의미가 새롭게 각광받는다는 점 역시 전시의 배경이 되었다. <기생충>(봉준호, 2019), <헤어질 결심>(박찬욱, 2022) 등의 각본집은 예약 판매는 물론 출간 직후 주요 문고의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는 등 서점가의 돌풍을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각본집, 스토리보드북의 발간 붐으로 표상되는 영화 대사에 관한 관심과 특정 대사의 유행과 패러디는 대사가 영화 관객의 관심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의미를 넘어 대중문화 안에서 영화가 소비되는 양상이 변화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BTS 패션필름 연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3관왕을 거머쥔 걸출한 신예 감독이 영상으로 빚어낸 한국영화 대사 100

<대사극장>은 영화 속에서 발화되고 흩어진 대사를 가상의 극장 공간 안에서 다양한 형태의 영상 작품으로 재구성하여 연속 상영하는 형태로 구성되었다.

전시의 시작은 BTS X 루이비통 패션 필름 <LVMenFW21>(2021)과 장편영화 <다섯 번째 흉추>(2023)로 걸출한 장르영화 신예 감독으로 주목받고 있는 박세영 감독이 연출과 편집을 맡은 작품 <대사극장>(2024)으로 포문을 연다. 전시 타이틀과 동명인 본 작품은 1954년 <운명의 손>(한형모)부터 2023년 <다음 소희>(정주리)까지 100편의 영화 속 대사를 아름다운 영상미로 풀어낸다. 약 80년의 장구한 한국영화사를 철로와 열차를 따라 변해 온 풍경으로 바라본다. 감독은 이번 작업을 통해 “산과 얼굴과 바다와 계곡, 원룸과 오피스텔, 사무실, 학교, 마당, 이제는 없는 옥상, 얼마 전 재개발된 아파트와 완전히 교체된 거리를 배경으로 한국영화의 대사들이 부유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고 밝혔다.

프론트도어
프론트도어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그래픽 디자이너가 새롭게 창조한 한국영화 대사들

박세영 감독의 <대사극장>이 젊은 영화인이 감각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영화 대사의 역사라면 그래픽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한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한글에 새로운 시각 언어를 입히는 레터링 작업과 아이덴티티 디자인 작업을 해온 햇빛스튜디오의 박철희 작가의 <살풀이 한판>(타이포그래픽 스톱모션, 2024)은 25개의 명주 천 모양 모듈로 영화 대사 중 욕설을 표현하는 작품이다. 명주 천을 던져 그 떨어지는 모양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살풀이라는 춤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디자인 스튜디오 ‘콰칭’의 양으뜸 작가는 한국영화에서 발화자가 여성인 대사 혹은 여성을 향한 대사만을 짜깁기한 <독백 집단>(모션그래픽, 2023)을 선보인다. 각기 다른 영화 속 개별 대사들이 마치 서로 대화하는 듯 구성된 꾸러미 형태로 구성된 작품은 각각 ▲여성의 가치 ▲능력과 본성 ▲부정적 감정과 체념 ▲욕망과 관계 ▲험담과 죽음을 다룬다.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인 전문지 ‘월간 디자인’의 레노베이션을 맡았던 젊은 디자인 스튜디오 프론트도어가 작업한 <타이틀: 99개의 의문문>(타이포그래픽 서브타이틀, 2024)은 한국영화 속 의문형 대사만을 모은 작품이다. 의문형 대사는 간혹 스크린을 뚫고 나와 우리의 일상, 집단, 사회, 국가, 세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어떤 형태로든 개인이나 사회가 대답하도록 요청하곤 한다. 개인의 일상에 대한 사적 질문부터 이념과 체제에 대한 것들까지, 다양한 차원의 영화 속 질문을 섞어서 관람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한국영상자료원 보존 시나리오
한국영상자료원 보존 시나리오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그래픽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전공한 이동언 작가는 대사를 뱉어내는 입의 움직임을 표현한 작업을 제시한다. <삶적인 하나, 죽음적인 하나, 그리고 인생의 하나>(종이 위에 실크스크린, 2024)는 영화의 생각을 전달해 주는 매개체인 ‘입’과 말투에 담긴 몸의 움직임을 8개의 포스터로 표현했다.

◆고전영화 시나리오부터 1,000개 영화 대사 데이터베이스까지, 영화 대사를 위한 놀이터

영화감독과 그래픽 디자이너가 재창조한 작품 외 관객이 직접 참여한 대사 연기 영상 모음과 시나리오를 직접 읽고 자기만의 대사를 편집 출력할 수 있는 라운지 공간을 조성했다.

지난 11월 한국영화박물관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연기 영상물을 응모 받았으며, 참여 영상을 편집하여 <연기된 대사들>(편집 최고야)이라는 작품명 아래 상영한다. 틱톡과 릴스, 쇼츠의 시대에 부응해 영화 대사를 유쾌하게 향유하기 위한 의도로 기획된 이번 작품은 전문 배우가 아닌, 일반인의 몸통을 통해 발화된 날것의 감동을 실감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관람객이 마지막에 도착하는 공간은 바로 각자의 방식으로 영화 대사를 즐길 수 있는 라운지이다. 본 공간에는 한국영상자료원이 지난 50년간 수집, 보존한 시나리오 약 400권과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구축한 1,000개 영화 대사 데이터베이스를 준비했다. 관람객은 1946년 <자유만세>(최인규) 시나리오부터 최근 2023년 <콘크리트 유토피아>(엄태화) 각본집까지 약 400편의 시나리오를 관람 및 열람할 수 있다. 또한, 신나리 작가가 구축한 웹 데이터베이스 <대사 편집기>는 한국영화의 중요한 대사 1,000개를 여러 방식으로 검색하고, 다양한 형태로 출력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관람객이 연도, 캐릭터, 키워드, 배우, 감독, 원작, 각본, 각색으로 이루어진 총 8개의 분류에 따라 정보를 직접 조작하여 대사를 생성하고 이를 스티커로 출력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영화박물관에서 16일 오전 10시부터 관람할 수 있고, 자세한 이용 방법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시 관람료는 무료다. 이미지 =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저작권자 © 창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