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언론 창업일보]분절된 방문간호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용자 중심의 지역사회 간호돌봄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한국형 모형으로 의료-요양-돌봄기관과의 원활하게 연계할 수 있는 방문간호지원센터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대한간호협회는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22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방문간호, 초고령사회 돌봄의 미래를 열다’를 주제로 개최한 한·일 심포지엄에서 신한대학교 간호대학 황라일 교수는 ‘지역사회 간호-요양-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방문형 간호의 미래’를 주제로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황 교수는 “집으로 찾아가는 방문간호는 이용자의 존엄한 생활을 지원하고 의료비 절감 및 입원일수를 감소시키는 등 경제적 타당성까지 충분히 연구되고 증명됐다”면서 “우리나라도 이용자 중심의 지역방문간호센터 모형을 개발하고 이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요양-돌봄이 연계된 방문간호가 안정적으로 제공되기 위해선 국내의 분절된 방문간호사업을 통합한 지역방문간호센터가 필요하다”며 “우리나라 방문간호는 제공기관, 간호인력, 보험적용이 전부 상이하여 이용자 중심의 통합적인 방문간호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노인 이외에도 장애인, 정신질환자, 중증 소아 등 거동불편으로 인한 재가서비스 수요는 늘고 있지만, 방문간호에 대한 낮은 인지도와 분절된 기관 운영 등을 이유로 이용률은 3% 미만으로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또 가정간호와 방문간호 제공기관도 주로 대도시 지역에 몰려있어 지역 불균형도 심각하다. 의료기관에서 시행하는 가정간호의 경우 2020년 기준 전국 197곳 중 서울 26곳, 경기 57곳으로 10곳 중 4곳이 수도권에 몰려있다.

황 교수는 “방문간호지원센터가 설립되면 하나의 통합된 기관에서 대상자의 건강 및 기능회복을 위한 건강관리서비스가 제공되게 되고, 지역사회 내에서 의료-요양-돌봄기관과의 원활한 연계가 가능해진다”면서 “방문간호지원센터에서는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적용을 받아 방문간호뿐만 아니라 교육상담, 의료기관 연계 및 의뢰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그러나 “지역방문간호센터 설립을 위해서는 정부의 예산지원과 함께 센터 운영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며 “지역방문간호센터 인력확보와 역량개발을 위한 지원, 그리고 방문간호 수가와 직종 간 협력에 대한 수가 등도 개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초고령사회를 겪은 일본은 지역마다 ‘방문간호스테이션’을 설치해 이용자 중심의 방문간호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실현하고 있다. 일본은 초고령사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1983년 방문간호 수가를 개발했고, 1992년에는 방문간호스테이션을 도입했다. 또 2000년에는 의료보험 외에도 노인요양서비스만을 전담하는 개호보험도 적용하며 방문간호스테이션을 전국으로 확대시켰다.

일본방문간호재단 사토 미호코 상임이사는 ‘일본의 방문간호 제도 현황 및 발전방향’ 주제 발제에서 “대부분의 노인은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쉬워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서 “일본은 노인돌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강보험뿐만 아니라 개호보험과 관련된 법적근거를 마련하여 방문간호스테이션 운영에 대한 정부 지원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사토 상임이사는 이어 “현재 일본의 방문간호스테이션에서는 건강보험과 개호보험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문간호를 통해 지역사회 건강관리와 생활지원 등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수행하고 있다”며 “방문간호스테이션은 노인인구 증가와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확대로 매년 개설 수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는 현재 방문간호스테이션이 1만3000여 곳에 달하며, 이곳에서 9만2000여 명의 간호사가 일하고 있다. 방문간호스테이션 한 달 이용자도 10만 명을 넘고 있으며, 이용자 1명 당 월 7.7회의 방문간호가 제공되고 있다.

아울러 방문간호스테이션은 간호인력 확보와 전문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개인사업자가 아닌 의료법인, 영리법인, 재단법인 등 다양한 법인에서 개설해 운영해 오고 있다. 그 이유는 법인 개설을 통해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대형화로 규모의 경제를 이뤄 안정적 간호인력 수급도 가능하도록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토론자들도 서둘러 우리나라에 이용자 중심의 방문간호가 지역사회에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정책연구센터 이정석 센터장은 “일본 방문간호는 노인이 본인의 집에서 안심하고 거주하며 일상생활 및 예방적 서비스부터 임종기 케어까지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용자 중심의 방문간호를 위해서 복합만성질환관리, 퇴원 후 전환기 돌봄, 긴급 시 대응, 임종케어 등 서비스 범위를 예방적 단계부터 임종기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의료사협 춘천 호호방문진료센터 양창모 원장은 “아무리 좋은 의료시스템이 있어도 접근할 수 없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겐 의료시스템은 붕괴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집으로 찾아온 간호사의 드레싱으로 상처가 완쾌됐던 할머니의 사례가 방문간호와 간호법의 필요성을 증명하듯 아픈 사람이 의료진을 찾아가지 못한다면 의료진이 아픈 사람을 찾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고령화에 대비해 방문간호 이용자들이 더 좋은 간호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간호업무가 명확하게 규정되고 확대될 필요성이 있다”며 “시설이 아닌 익숙한 지역사회에서 편안하게 질 높은 돌봄과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내일신문 김규철 기자는 “한국은 보건의료-요양-복지시스템이 분절되어 지역사회에서 온전히 노후를 보낼 수 있는 환경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지역방문간호센터 모형같이 지역사회에서 24시간 대응, 생애말기, 퇴원 후 서비스 등 복합적인 간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 임강섭 과장은 “아직 우리나라 방문간호서비스는 서로 다른 재원과 방식으로, 분절적 제도로 이뤄져 있어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방문간호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연계방안과 함께 방문간호인력 확충에 대한 고민이 대한간호협회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창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