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언론 창업일보]  '직장인 극단적 선택'의 절반은 ‘근속 5년 미만’의 신입 사원에서 발생하며 극단적 선택의 원인으로는 괴롭힘, 과로, 징계·인사처분 등으로 밝혀졌다. 또한 극단적 선택에 대한 산재 승인율은 52%로 전체의 절반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직장인 극단적 선택'에 대한 원인 분석을 내용으로 집중 토론하는 <2022년 자살 산재 분석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린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관련 토론회가 13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1세미나실에서 개최되며 근로복지공단 업무상 질병판정서 85건에 대한 전수 분석을 밝힌다"고 밝혔다.

용 의원은 "이번 토론회는 직장갑질119와 용혜인 의원실이 2022년 근로복지공단의 자살 산재 업무상 질병판정서 85건(승인 39건, 불승인 46건) 전체 97건 중 심사·재심사·소송을 통해서 인정된 12명에 대한 질병판정서는 받지 못하여 이를 제외한 85명에 대한 업무상 질병판정서를 3명의 공인노무사(최승현, 권남표, 이양지)가 분석했다"고 밝혔다. 

용 의원은 "분석결과, 근속연수 5년 미만인 경우가 48%(41건)로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원인은 폭행을 포함한 직장 내 괴롭힘이 25건(29.4%)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이은 것은 과로(13건, 15.2%), 징계·인사처분(12건, 14.1%) 이었다. 또 산재법상 자살 산재 승인율은 2018년 80%, 2019년 65%, 2020년 70%를 기록한 이후 2021년 56%, 2022년 52%로 50%대로 떨어졌다. 전체 산재 승인율이 90% 수준인 것을 감안 하면 눈에 띄게 낮은 수치"라고 말했다. 

직장갑질119와 용혜인 국회의원실은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13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2022년 산재 자살 현황 국회 토론회’를 연다.

발제를 맡은 노무법인 삶 이양지 노무사와 하라노동법률사무소 권남표 노무사는 각각 ‘2022년 산재 자살 현황 분석’과 ‘일하다 스스로 죽음을 택한 사연들’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어 토론자로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여진 전문의, 반올림·노동자권리연구소 이종란 노무사, 직장갑질119 배나은 상근활동가, 고용노동부 권구형 직업건강증진팀장이 자살산재 은폐를 막고, 더 나아가 일터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제언으로 토론을 진행한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이양지 노무사(노무법인 삶)는 2022년 85건의 업무상 질병 판정서를 토대로 “자살 산재 사건 중 직장 내 괴롭힘이 그 사유로 포함된 경우가 법 시행 이전과 이후로 봤을 때 20%에서 27%로 소폭 증가했으며, 이러한 요인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분석이 필요하기는 하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된 이후에 직장 내 괴롭힘 관련한 문제제기와 그것에 대한 질병판정위원회의 고려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이어 이 노무사는 “근속연수별로는 인정된 사건 39건 중에서 10년이상 근속이 16건으로 41%에 해당했고, 1-5년 미만이 26%에 해당했다. 구체적인 사유로 보면 직장 내 괴롭힘은 10년미만이 괴롭힘 중에서 69%로 제일 많았고, 과로의 경우도 승인된 경우 10건 중에서 10년이하가 80%에 해당하여, 근속연수가 적은 노동자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자살과 과로자살 등이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권남표 노무사(하라노동법률사무소·직장갑질119)는 85건의 판정서 중 15건의 사례를 발췌해 통계에 잡히지 않는 죽음의 원인을 △괴롭힘 자살 △과로 자살 △인사명령·징계 자살 △기타 사례로 나눠 분석한다.

먼저 괴롭힘 자살과 관련해서는 “고인들은 생전에 고용노동부가 괴롭힘을 인정하고 시정명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장에서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며 “괴롭힘 인정 잣대를 높일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괴롭힘 조사를 더 엄격하고 신속하게 하도록 하고, 괴롭힘의 인정 범위를 더 넓히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할 예정이다.

또 과로 자살과 관련해서는 “과로 판단의 기준은 근로시간에 한정되지 않고 업무의 강도, 업무의 양, 업무의 시간, 작업 환경이 고려에 포함됨에도 현 정부는 여러 차례에 걸쳐 근로시간 유연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한다. 권 노무사는 인사명령·징계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인사조치에 대해 적절한 문제제기 기회를 노동자에게 보장해야 하며 이를 위해 노동조합과 같은 민주적 결정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예정이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여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최근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의 업무 관련 자살 및 정신질환 산재 판정 과정에서, 논의의 초점이 괴롭힘 사건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옮겨지면서 발생한 다양한 우려와 고려의 지점을 짚을 예정이다.

먼저 정 전문의는 “질판위원들의 전공배경이나 세대, 성별에 따라 괴롭힘의 범주와 역치가 달라질 수 있기에 여러 배경을 가진 위원들끼리 터놓고 의견을 나누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며, 법제도적인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만일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점에서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며, 조직의 책임이 있는지를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을 경우 직장내 괴롭힘의 인정기준을 올려야 한다.’는 목적이 뻔히 보이는 공세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할 예정이다.

이어 정 전문의는 “질판위 내에서 위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의 진위여부를 판단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모하지 않도록 조사 결과가 나온 후 심의 일정을 잡는 등 절차를 정비하고,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단지 성격 나쁜 상사를 잘못 만난 ‘개인의 불운’으로 간주되지 않도록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조직적 요인에 대한 문제제기가 질판위 안팎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할 예정이다.

두 번째 토론자 반올림·노동자권리연구소 이종란 노무사는 재입사 후 괴롭힘을 당하다 부서이동 요청을 했으나 회사의 거절 이후 결국 자살한 여성 오퍼레이터 사례, 근로복지공단 재활보상부 직원의 과로 자살 사례, 삼성 LCD 노동자 고 김주현 과로 자살 사례 등을 소개하며 “피해자의 부서이동 요청을 회사가 거부하지 않았다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진작 생겼다면, 산재 신청 이후 신속하게 산재가 인정되었거나 산재 조사 시 사업주의 자료 제공 의무를 강제할 수 있었다면, 근로복지공단이 산재처리에 필요한 적정 인력을 확보하고 적정 예산을 편성했다면 고인들은 살아계실지도 모른다”라고 밝혔다.

그는  “더 이상 억울하게 죽는 이가 없도록 과로사 방지법, 근로시간 단축, 성과주의 등 비인간적 조직문화 바꿔내기가 필요하며, 주변 사람의 자살위험신호를 재빨리 인지해 전문가에게 연계하도록 훈련을 받은 게이트 키퍼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할 예정이다.

한편 이 노무사는 산재법 개정안을 통해 산재절차 개시를 독일처럼 의사도 할 수 있도록 하는 직권주의 방식을 병행해야 산재 은폐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공단 질판위, 심사위 및 노동부의 산재재심사위 등 산재 판정기구가 의학적, 과학적인 관점에 치우쳐 불승인 판단을 남발하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 업무 관련성 판단 기준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할 예정이다.

이미 대법원은 업무와 질병간의 상당 인과관계를 판단함에 있어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해도 제반 사정을 고려해 합리적 추론을 통해 판단하고, 사업주 비협조, 행정청 조사 부실 등 노동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증명이 어려운 경우에는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판단 기준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직장갑질119 배나은 활동가는 자살에 대한 직접적 언급 혹은 관련한 상황이 포함된 상담 메일 54건에 대한 분석을 통해 “현재 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들이 죽음을 고민하면서도 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임을 지적할 예정이다.

배 활동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특수고용, 간접고용 노동자, 공무원 등에게도 근로기준법 상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을 더 폭넓게 적용해야 하며, 괴롭힘 피해자 뿐 아니라 신고자에 대한 보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제재할 수 있는 조항을 마련하고 조치의무를 위반하거나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주에게 규정과 원칙대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할 예정이다.

아울러 “‘네가 당한 것을 어지간하면 괴롭힘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메시지가 확산되면 괴롭힘 피해자들이 신고를 통한 문제 해결의 길이 아닌 절망과 죽음의 길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반복성과 지속성 기준을 명시하는 방식으로 괴롭힘 판단 허들을 높여서는 안 된다”고 덧붙일 예정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직장갑질119 대표 권두섭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은 피해노동자의 정신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는데 반해 이 부분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와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조항의 실효적인 적용이 일부 개선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5인 미만 사업장, 원청, 특수고용 등 법이 적용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만큼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 있는 몇 번의 기회를 우리 사회가 찾아낼 수 있도록 한 해에 그치지 않고 매년 이번 토론회와 같은 분석 작업을 통해서 개선방안을 함께 찾아갔으면 한다”고 말할 예정이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된 지 4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은 괴롭힘으로 고통받고 심지어는 목숨을 끊고 있으며, 과로 역시 자살을 불러오는 주요 원인임이 확인되었음에도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재해 인정 기준 역시 사업주에게 유리하게 규정되어 있다”며 “이번 토론회가 현황과 제도를 분석하여 업무 관련 자살을 방지하고 제도 개선방안을 도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기본소득당 최승현 노동안전특별위원장은 “토론을 준비하면서 근로복지공단의 최초 자살 산재 인정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 공무원의 자살 순직 숫자가 크게 늘어난다는 것, 이후 이의신청 절차에서 많은 부분이 뒤집어지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 등이 안타까웠다”며 “이 토론회에서 제안된 내용들을 토대로 산재 자살을 줄이고, 노동자들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정책적 반영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과로자살」공역자, 예방의학 전문의)은 “일본은 우리보다 문제를 먼저 인식해 대응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이번 토론회는 산재 청구 사례를 상세 분석함으로써 업무 관련 자살, 과로 자살의 조각난 단서들을 이어 붙이며, 부족한 조각들을 함께 찾아 나가는 중요한 자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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