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언론 창업일보]홍범도 장군 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은 국회 우원식 의원(더불어민주당, 노원을)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16일부터 철거에 들어간 육군사관학교 내 독립전쟁영웅실 철거공사가 이달 30일 완료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독립전쟁 영웅실은 지난 2018년 육사 교내 생도 종합교육시설인 충무관에 홍범도·안중근·김좌진·이회영 등의 영웅 이름을 붙여 만들어졌다.

국방부는 독립전쟁 영웅실 공사에 대해 “기존의 특정 인물이나 시기가 아닌 통시적 시각에서 ‘국난극복사’를 학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개편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육군사관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홍범도·지청천·이범석·김좌진 장군, 이회영 선생과 안중근 의사 이름의 여섯 실로 구성된 독립전쟁영웅실의 명칭과 명패, 구성 전시물을 모두 철거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각 실에 전시되어 있던 여러 전시품, 액자, 독립영웅의 후손이 기증한 책자들도 모두 이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자리에는 대신 전쟁기념관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구성을 참고하여 사관생도의 국가관, 안보관, 역사관을 함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국방부는 구체적으로 고대부터 삼국시대, 고려부터 조선시대, 근대, 6.25 전쟁사, 베트남 전쟁사, 해외파병사 등과 관련한 콘텐츠로 채워진다고 밝혔다. 

또 국방부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지난 11월 3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연내 불가’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 “홍범도 장군 흉상을 포함한 육사 교내 기념물 재정비는 현재 ‘기념물 종합계획’ 수립중에 있어 이와 관련한 세부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라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해 우원식 의원은 “지난 세기 우리 선열들께서 펼치신 독립전쟁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자랑스러운 역사임에도 친일 뉴라이트 사관을 바탕으로 한국군의 전사(前史)에서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지워버리려 한다”라며 “국회의원 181명이 독립영웅 흉상과 독립전쟁영웅실 존치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고 육군사관학교에 직접 전달했음에도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철거를 강행하고 있다는 것은 민심에 반하는 역사 쿠데타 행위로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17일, 독립유공자 단체들은 제84회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육사 내 독립영웅 흉상 및 독립영웅실 완전 존치 촉구를 위한 제84회 순국선열의 날 관련 독립운동유공자단체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기자회견문]

독립전쟁영웅 흉상 및 독립전쟁영웅실 완전 존치 촉구를 위한  제84회 순국선열의 날 독립운동유공자단체 기자회견

오늘은 제84회 순국선열의 날입니다. 조국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신 선열들의 거룩한 위훈을 기리는 뜻깊은 날을 맞아 홍범도 장군님을 비롯한 독립영웅 다섯 분의 흉상철거 이전과 독립전쟁영웅실 철거 전면 백지화를 위해 여러 독립운동 단체가 이곳 국회에 다시 모였습니다. 먼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일신을 초개와 같이 버리신 수많은 순국선열께 한없는 감사와 추모의 마음을 바칩니다.

윤석열 정부가 독립전쟁영웅 흉상철거를 올해 안에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많은 국민 여러분의 행동과 지지 속에 연초부터 계획돼 이미 9월에 예정되어 있던 흉상철거를 일단 막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흉상철거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신원식 장관은 “육사에 홍범도 장군 흉상이 배치된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며 여전히 공산주의자라고 깎아내립니다. 홍범도 장군에 대한 모욕을 계속합니다. 육사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흉상철거 재추진 의사도 밝혔습니다. 

또 11월 30일까지 육군사관학교 충무관 내의 ‘독립전쟁 영웅실’ 철거를 마무리 짓겠다고 합니다. 육군사관학교에 따르면 홍범도·지청천·이범석·김좌진 장군, 이회영 선생과 안중근 의사 이름의 여섯 실로 구성된 독립전쟁영웅실의 명칭과 명패, 구성 전시물을 모두 철거한다고 합니다. 이 자리에는 베트남 전쟁사, 6.25 전쟁사, 해외 파병사 등 시대별 국난극복사를 학습하는 공간으로 바꾼다고 합니다. 

지난 세기 우리 선열들께서 펼치신 독립전쟁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자랑스러운 역사입니다. 특히 홍범도 장군님을 비롯한 선열들께서 러시아, 만주, 중국 등지의 이름 모를 산하에서 풍찬노숙하시면서도 오로지 구국의 일념으로 온갖 고난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조국의 독립에 대한 열정과 불굴의 용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국방부는 무리한 흉상철거 추진과 이번 독립전쟁영웅실 철거에서 보듯 한국군의 전사(前史)에서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지워버리려 합니다. 조국의 독립으로부터 시작된 국군의 정통성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고 국군 창설 이후의 역사만 기리겠다고 하는 꼴입니다. 친일사관을 가진 뉴라이트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광복은 우리 선조들이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날부터 나라의 주권을 되찾는 날까지 빛나는 ‘독립전쟁’의 역사 속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싸워 이겨낸 결과입니다. 고아, 머슴, 군대 나팔수, 제지공장 노동자, 사찰의 식객승, 백두산 포수로 살면서 나라로부터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했던 홍 장군과 같은 분들이 평생을 일본과 싸워 만들어 낸 결과입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독립투사가 이역만리 카자흐스탄으로 강제로 이주당하셨습니다. 홍 장군 역시 그곳에서 인생의 말년을 극장의 수위로, 방앗간의 노동자로 쓸쓸히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많은 선열이 겪어야만 했던 강제이주의 아픔을 이 대한민국 땅에서 다시 겪게 할 수는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더 이상의 불필요한 이념논쟁을 멈춰야 합니다. 올해 철거를 안 한다는 것은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국민의 70% 가까이가 반대하는 이 사안이 내년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을 염두에 둔 정략적인 태도일 뿐입니다. 민심은 흉상 '완전존치'라는 점을 분명히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순국선열의 날은 일본의 조선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맞서 헌신한 독립운동 유공자들 가운데 목숨을 잃은 순국선열의 숭고한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뜻깊은 날입니다. 하지만 독립영웅 흉상철거 논란으로 홍 장군님께서는 78년 만에 돌아온 고국 땅에서 여전히 편히 잠들지 못하고 계십니다.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여러 선열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홍범도 장군은 육사 밖으로 내쫓겨 78년 만에 돌아온 고국 땅에서조차 편히 잠들지 못하게 됩니다. 이회영 선생,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도 박물관에 갖히게 됩니다. 국권을 상실한 뒤 거센 바람을 마다치 않고 온몸을 헌신하셨던 선열들을 이렇게 모실 수는 없습니다.

일제와 맞서 싸울 수 있는 군대를 만든 이들 독립전쟁 영웅의 살아있는 정신을 육사 생도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흉상은 우리 국군의 간성을 교육하는 현장에 있어야 합니다. 흉상철거 계획을 완전히 백지화하여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고귀한 희생을 다 하신 독립전쟁 영웅의 명예를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헌법정신에 따라 대한민국의 법통은 임시정부이고, 의병과 독립군, 광복군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자랑스러운 국군으로 바로 세우기 위해, 또 홍범도 장군님의 동지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스러져 간 무명용사들의 혼령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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