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의원(기본소득당,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의원(기본소득당,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공정언론 창업일보] 100억원대의 예산이 편성된 이북5도위원회가 9년 동안 인건비만 늘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북5도위원회는 북한 지역에 대한 우리나라의 영유권 주장의 일환으로 황해도, 평안남도, 평안북도, 함경남도, 함경북도 등 망명 지방자치단체를 관리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설치된 위원회이다. 

특별한 자격이나 절차 없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이북5도위원회 도지사들은 올해 연봉만 약 8억으로 차관급 대우를 받으면서도 이렇다 할 업무 실적이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로 한반도 이북 지역을 영토로 주장하고 있는 만큼 이북5도위원회의 위상은 특히 중요하지만, 유의미한 사업 집행보다 이북5도지사와 명예시장부터 명예군수·명예동장에 이르기까지 과도한 인건비 지급에만 치중되어 있는 실정이다.

2일 용혜인 의원이 이북5도위원회에게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9년간 이북5도위원회가 지출한 예산 813억100만원 중 82.2%인 688억800만원이 운영비(40.8%)·인건비(41.4%)로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예산 또한 2015년 83억7100만원에서 2023년 100억8200만원으로 꾸준히 상승해왔다. 2015년 대비 2023년 운영비는 1억 가량 감소했지만, 인건비는 16억9100만원 수준으로 대폭 증가했다. 사실상 예산 증가 대부분이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것이라는 의미다.

반면, 같은 기간 이북5도위원회 소관 업무에 관한 예산은 오히려 책정하지 않거나 축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북5도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이북5도등을 수복할 경우에 시행할 각종 정책 연구’ 등 조사연구업무를 포함해 ▲이북도민 관련 단체 지원 ▲이북5도등 향토문화 발전 ▲이북도민 생활안정·교류사업 지원 등을 이북5도위원회의 관장 사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북5도위원회는 정책 개발에 필요한 연구용역비(0.0%)로는 한 푼도 쓰지 않았고, 이북5도 관련단체를 지원하기 위한 민간이전 또한 2015년 10.8%(9억100만원)→2023년 7.5%(7억5800만원)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처럼 이북5도위원회의 과도한 인건비 지출은 이북5도지사와 1000여 명에 가까운 명예시장·군수·읍면동장까지 실질적인 사무 집행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임명직 남발과 이에 따른 급여 책정이 일차적 원인으로 지적된다. 

올해 이북5도지사 도지사 다섯 명의 연봉 총액은 7억4238만9600원으로 1인당 월 보수액은 1237만3160원에 이른다. 이들은 차관급 정무직 공무원으로 업무추진비로 1인당 연 1433만7000원을 별도로 지급받는 점을 감안하면 연봉 총액만 8억을 훌쩍 넘는 셈이다. 다른 차관급과 같이 그랜저급 관용차량과 운전기사 1명을 포함한 비서진 3명을 채용할 수 있다.

이처럼 이북5도지사는 특별히 차관급 대우를 받지만 같은 임명직인 중앙부처 차관에 비해 업무량은 극히 적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9년간 이북5도위원회 회의 개최 실적은 100건으로 한 달에 한 번조차 회의를 개최하지 않은 셈이다. 업무량 또한 기관 전체를 통할하며 업무수행하고 있는 중앙부처 차관이나 시도지사와 비교하기조차 힘든 수준이다.

이북5도위원회 홈페이지에 작년 9월부터 공개된 주요일정 또한 사정은 비슷하다. 이북5도 도지사가 참석하는 주요일정조차 없는 날이 다수로 나타났다. 

한편, 이북5도위원회는 각 도별로 명예시장부터 명예군수, 명예읍장, 명예면장, 명예동장까지 위촉하고 이들에게 월마다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명예시장·군수는 ▲황해도 14명 ▲평안남도 11명 ▲평안북도 12명 ▲함경남도 13명 ▲함경북도 11명 ▲미수복경기도·강원도 6명으로 총 67명이며, 명예읍·면·동장은 ▲황해도 240명 ▲평안남도 161명 ▲평안북도 184명 ▲함경남도 153명 ▲함경북도 93명 ▲미수복경기도·강원도 81명으로 총 912명이다.

올해 월 수당은 명예시장·군수가 37만원, 명예읍·면·동장이 14만원으로 총 1억5247만원으로 1년 예산으로 들어가는 세금만 18억2964만원에 이른다. 이들 명예직 임기는 3년으로 한 차례 연임까지 할 수 있지만 평상시 어떤 업무를 하는지는 이북5도지사보다 알려진 것이 없다.

그럼에도 이북5도지사 등의 임명·위촉 과정은 사각지대에 가깝다. 「이북5도법」에는 “도지사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되 정무직으로 한다”만 규정되어 있을 뿐, 이북5도지사의 자격 요건이나 임명 절차에 관한 구체적 규정은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5명의 도지사 중 공직 경험이 있는 이는 국회의원 출신의 조명철 평안남도지사와 군인 출신의 기덕영 황해도지사 정도이다.

1000명 가까운 명예시장·명예군수·명예읍면동장을 대통령이 위촉하고 이들에게 국가예산으로 매월 수당까지 지급하고 있지만 현행법 어디에도 명예직 위촉에 관한 위임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용혜인 의원은 “헌법상 이북5도위원회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실제 업무도 하지 않으면서 차관급 대우에 명예직 남발로 국가 예산을 낭비하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도 헌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9년간 인건비만 늘리며 ‘꿀 빠는 직업’이란 조롱의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이북5도법 개정과 함께 대대적인 사업·조직 개편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용 의원은 ”이북5도지사를 무보수 명예직으로 전환하되 이북5도위원회 사무처를 강화하여 실무 중심 조직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아울러 법률 위임 규정도 없이 이뤄지는 명예시장·군수 등 위촉 규정을 즉시 폐지하고, 통일부와의 유사·중복 업무를 조정해 위원회 소관 업무를 명확히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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