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의원(정의당)
이은주 의원(정의당)

[공정언론 창업일보] 지난 10년간 근로자의 산재보험 복수가입자는 27만명 줄었으나, 특고, 플랫폼 등 노무제공자의 산재보험 복수가입자는 39만명 가까이 크게 늘어, 다중취업자 즉 N잡러가 비임금노동자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26일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은 산재보상보험(산재보험) 복수가입자 현황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아 지난 10년간 (2014년~2023년 매해 6.30일 기준) 노동시장에서 다중취업자의 규모와 변화를 분석했다. 고용보험과 달리 복수의 사업장에서 일하더라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산재보험은 다중취업자의 현실을 살피기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를 보면 지난 10년간의 근로자 산재보험에 가입한 사람 중 2개 이상의 사업장에 복수로 산재보험에 가입한 근로자의 규모는 2014년 770,748명 전체 가입자 11,692,830명 중 6.6% 규모에서 2023년 전체 가입자 14,957,848명 중 복수가입자 505,469명 3.4%로, 그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근로자 지위를 갖고 있는 취업자 중 다중취업자(N잡러)가 줄었다는 의미인데, 이은주 의원실은 이를 다시 성별과 연령별로 분석했다. 성별로 보면 2014년 당시에는 근로자 산재보험 복수가입자 중 남성이 480,837명으로 다수를 차지했지만 2021년부터는 여성 근로자의 복수가입자가 더 많아지기 시작해, 2023년 6월 현재 근로자 산재보험 복수가입자 505,469명 중 여성이 300,029명으로 복수가입자의 59.4%가 여성이었다. 

연령으로 보자면 2014년에는 복수가입자 중 20대가 300,110명으로 복수가입자의 38.9%를 차지했지만, 2023년에는 63,473명(12.6%)으로 규모가 크게 줄었으며, 대신 2014년 당시 90,555명으로 복수가입자의 11.7%에 불과했던 60대 이상 고연령자는 2023년에는 128,788명으로 늘어 복수가입자의 25.5%가 60대 이상이었다. 

특히 60대 이상 여성이 2023년 현재 근로자 산재보험 복수가입자 중 92,093명으로 성별+연령 집단 중 가장 많았다. 반면 2014년에는 성별+연령 집단 중 복수가입자가 가장 많은 집단은 20대 남성(222,197명)이었다. 즉 근로자 지위를 갖고 파트타임 등으로 여러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10년 전에는 20대 남성이 가장 많았지만 최근에는 고령층 여성이 많아진 것이다.

10년간 근로자 산재보험의 복수가입자는 줄었지만, 특수고용노동자와 플랫폼노동자처럼 개인사업자의 지위를 갖고 있지만 종속되어 일하는 비임금노동자 즉 노무제공자는 산재보험 복수가입자가 큰 규모로 늘어났다.

보험설계사, 콘크리트믹서트럭 자차기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전속 퀵서비스기사만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했던 2014년 당시, 노무제공자 산재보험 가입자는 42,734명이었고, 2개 이상의 사업장에서 산재보험에 가입한 복수가입자도 2,704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가입 가능 직종이 확대되고 전속성 기준이 폐지된 2023년 7월 현재, 노무제공자 산재보험 인별 부과자는 998,518명, 복수사업장 부과자 역시 387,999명으로 크게 증가한 상태였다. 

이를 다시 종사형태별로 분석하면 2023년 7월 현재 1곳의 플랫폼이나 노무사용업체에서만 노무제공자로 일하는 사람이 610,519명, 2개의 업체에서 각각 노무제공자로 일하는 사람이 231,171명, 사업장 2곳 중 1곳에서는 노무제공자로 다른 1곳에서는 근로자로 일하는 사람이 102,352명, 3개 이상의 사업장에서 노무제공자와 근로자 혹은 노무제공자로만 일하는 사람은 54,476명이었다. 

연령별로 보면 2023년 노무제공자 중 50대 가입자가 309,216명으로 가장 많았고, 복수가입자 또한 50대가 114,601명으로 가장 많았다. 산재보험에 가입한 노무제공자는 남성이 594,859명이 여성보다 많았고, 복수가입자 또한 남성이 279,218명으로 더 많았으며, 성별 연령별 집단 중 복수가입자가 가장 많은 집단은 83,687명인 40대 남성이었다.

근로자와 노무제공자의 산재보험 복수가입자를 합산할 경우, 2014년 773,452명이었던 것이 2023년 893,468명으로 15.5% 늘었다. 2023년 현재 복수가입자가 가장 많은 연령은 50대였고, 남성은 40대, 여성은 50대에서 복수가입자 비중이 가장 높았다. 가구 내 핵심소득원일 가능성이 높은 집단이다.  

종합해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난 10년간 근로자 중에는 다중취업자가 줄었지만, 플랫폼과 특고 등 노무제공자에서 다중취업자가 크게 증가해 지난 10년간 다중취업 근로자의 감소 규모를 이미 상쇄하고 있다. 소위 N잡러는 전통적인 임금노동이 아닌 비임금노동에서 증가하는 중이다. 

둘째, 23년 현재 근로자 산재보험 가입자 중 복수가입자는 3.4%에 불과하지만 노무제공자 산재보험 가입자 중 복수가입자는 38.9%였다. 근로자와 달리 플랫폼, 특고, 프리랜서는 일부 직종만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으므로, 전체 노무제공자 중 다중취업자의 규모는 산재보험 가입자보다 훨씬 클 것이다. 또한 복수 사업장에서 소득을 얻는 경우가 훨씬 많으므로 노무제공자는 소득의 안전성이 근로자에 비해 유동적일 가능성이 높다.

셋째, 임금노동을 주업, 플랫폼을 부업으로 병행하는 N잡러라는 세간의 인식은 현실과 다르다. 1개 사업장에서만 노무제공자로 일하거나, 2개 사업장에서 모두 노무제공자로 일하는 비중이 근로자 지위와 노무제공자 지위를 함께 갖고 일하는 비중보다 훨씬 높았다. 낮에 근로자로 일하다가 저녁에 배달, 대리운전 같은 플랫폼 등으로 부업을 하는 경우보다, 플랫폼 등을 주업으로 삼고 여러 곳에서 일하는 노무제공자가 더 많다는 이야기다. 

넷째, N잡러는 주로 젊은 층의 일자리 형태라는 인식도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 23년 현재 근로자 산재보험 복수가입자가 가장 많은 연령은 60대였다. 노무제공자와 근로자를 합산해도 산재보험 복수가입자가 가장 많은 연령은 50대였고, 10대, 20대, 30대 청년 층의 복수가입자는 전체의 28.6%에 불과했다. 산재보험 가입이 배제된 프리랜서 등 여타 직종에 청년층이 일하고 있을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N잡러는 청년만의 고용형태가 아니라, 상용직, 풀타임 등 기존 임금노동에서 밀려난 장년, 노년 세대의 일자리 형태일 수 있다.

다섯째, 다중취업자 증가라는 변화된 상황에 맞는 노동시장 정책, 사회보험 정책이 필요하다. 독일, 프랑스 등에서 시행하는 부분실업급여가 그 대안일 수 있다. 노무제공자인 다중취업자의 소득단절은 상용직, 정규직 근로자와는 달리 부분적 소득단절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 고용보험은 근로자의 경우 이중가입을 허용하지도 않고, 노무제공자는 이중가입이 가능하지만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소득이 전면 중단됐을 경우 즉 일자리를 다 잃었을 때만 실업급여를 지급한다. 더구나 노무제공자의 경우 이직 전 소득의 3개월 평균이 전년 동기간보다 30%이상 감소했을 때만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등 기준도 까다로워 변경이 필요하다. 또 이런 제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권 일반을 규정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도 속히 제정돼야 한다. 

이은주 의원은 “비임금노동자 위주로 N잡러가 증가하는 현실에 맞춰 사회보험과 노동시장 정책의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면서, “현재 국회에 계류된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안을 속히 통과시켜 프리랜서, 플랫폼, 특수고용노동자의 기본적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의원은 “부업, 주업 가리지 않고 복수의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산업 재해를 모두 보상하고 치료와 재활을 보장하는 것처럼, N잡러 시대에는 복수 사업장에서 겪는 실직과 소득단절이라는 위험에 모두 대비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실업급여 하한액 폐지 같은 엉뚱한 일에 매진할 것이 아니라, 부분실업급여 제도 도입 등 우리 노동시장의 변화에 부응하는 진짜 고용보험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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