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언론 창업일보] #“병원에 병상 수는 늘고 있지만 신규로 간호사를 채용하지 않아 업무강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수도권 A종합병원 간호사)

##“간호사 업무 과다로 초과 근무가 일상이 됐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휴식 부족으로 언제까지 환자 곁을 지킬지 모르겠다”(전남지역 B병원 간호사)

병원급 이상 급성기 의료기관들이 매년 병상 수를 크게 늘리면서 간호사 업무 강도가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또 신규로 채용되는 간호사 수가 증가하는 병상 수에 따라 적정하게 배치되지 못하면서 간호사들의 근무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간호협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간하는 ‘건강보험통계(2018년∼2022년)’를 분석한 결과 요양기관 병상 수는 2018년 말 70만7349병상에서 2022년 말 72만4212병상으로 1만6863병상이 늘어났다.

특히, 병원급 이상 급성기 의료기관의 병상 수는 35만6067개로 5년 전보다 3만8661개 병상이 늘었다. 이로 인해 병원급 이상 급성기 의료기관들의 병상수가 전체 병상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말 44.88%에서 2022년 말에는 49.17%로 4.29%포인트나 급증했다.

병원급 이상 급성기 의료기관들 가운데 종합병원(10만7290병상→11만1005병상)과 병원(16만5302병상→19만7005병상)들이 앞 다퉈 병상을 늘리면서, 상급종합병원 대비 종합병원과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노동강도는 2018년 말 1.73배와 5.66배에서 2022년 말 1.8배와 6.84배로 각각 높아졌다.

이 기간 의료기관 활동 간호사 수는 2018년 말에서 2022년 말까지 5만8913명(19만5314명→25만4227명)이 늘어났다. 이 기간 신규간호사 면허자 수는 10만7235명이 늘어났다. 하지만 신규간호사의 절반만큼만 병원현장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매년 1만여 명의 간호사가 열악한 근무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환자 곁을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병원급 이상 급성기 의료기관들의 병상수가 늘어난 것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들이 매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상급종합병원은 3개 기관(42개→45개), 종합병원은 17개 기관(311개→328개), 병원은 무려 190개 기관(1465개→1655개)이 새로 문을 열었다.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같은 기간 간호사 수는 1만77명이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병상 수는 3만8661개가 급증해 간호사 근무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하는 근본원인이 되고 있다.

이를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가 43개 기관(360개→403개)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 이어 인천(85개→97개)과 광주(104개→116개)가 각각 12개 기관, 부산 11개 기관(183개→194개), 서울 7개 기관(281개→298개), 전남 6개 기관(103개→109개), 대전 5개 기관(59개→64개), 세종 3개 기관(1개→4개), 충북(59개→61개)과 제주(14개→16개)는 각각 2개 기관, 대구(124개→125개)·울산(49개→50개)·강원(60개→61개)·충남(75개→76개)·경남(181개→182개) 각각 1개 기관 순이었다. 그러나 전북은 6개 기관(90개→84개), 경북은 1개 기관(99곳→98곳)이 감소했다.

병상 수 역시 경기도가 9428병상(13만3698병상→14만3126병상)으로 다른 시도보다 크게 앞섰다. 다음으로는 서울 6011병상(8만6566병상→9만2577병상), 대구 4099병상(3만6970병상→4만1069병상), 인천 2630병상(3만4021병상→3만6651병상), 세종 801병상(1268병상→2069병상), 제주 234병상(4940병상→5174병상), 충남 139병상(2만8457병상→2만8596병상) 순이었다.

그러나 광주(1,470병상), 충북(1088병상), 경북(835병상), 전북(710병상), 부산(630병상), 강원(565병상), 대전(306병상), 경남(296병상), 울산(219병상), 전남(90병상)은 병상 수가 감소했다.

최근 5년간 의료기관 활동간호사 수도 병상 수와 함께 병원급 이상 급성기 의료기관이 가장 많이 늘어난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1만4251명(3만6593명→5만844명)이 증가했다. 이어 서울 1만3980명(4만7763명→6만1743명), 대구 4920명(1만541명→1만5461명), 부산 4106명(1만6696명→2만802명), 경남 3102명(1만2862명→1만5964명), 인천 2907명(1만355명→1만3262명), 충남 2328명(5284명→7612명), 광주 1948명(7990명→9938명), 대전 1928명(6274명→8202명), 경북 1573명(8921명→1만494명), 강원 1489명(5509명→6998명), 전북 1423명(7329명→8752명), 울산 1347명(4003명→5350명), 전남 1257명(8051명→9308명), 충북 962명(4382명→5344명), 세종 837명(171명→1008명), 제주 555명(2590명→3145명)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 2023’에 따르면 우리나라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8개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고 평균 수치인 4.3개에 비해 약 3배 수준에 달한다. 그러나 간호사수는 인구 1000명당 4.6명으로 OECD 평균(8.4명)의 절반 수준(54.8%)이다. 다만 간호대학 졸업자는 인구 10만 명당 43명으로 OECD 평균(32.1명)보다 10.9명이나 많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병원급 이상 급성기 의료기관에서 무분별하게 병상을 늘이는 것을 막고 간호사의 근무환경을 개선해 노동강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병원 설립요건을 강화하고 간호사를 간호필요도에 근거해 적정하게 배치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강제하는 법적 제도적인 장치마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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