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언론 창업일보]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0일 성명을 내고 기재부의 공공기관(한국수출입은행)을 악용한 정책자금 운용 추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과거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부실화 사태 재탕 우려  했다. 

경실련은 "지난 해 10월 기재위에 회부되어 현재 법사위에 계류되어 있는 법안이 있다.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이하, ‘공급망 기본법’)」이다. 공급망 기본법은 최근 ‘코로나 펜데믹・저탄소 경제로의 전환・러-우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등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세계 경제에 구조적 변화가 급격히 진전됨에 따라, 핵심 자원 및 원자재 등의 이동 장애가 빈발하는 상황에서 관련 정부 부처가 전문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일반적 재정・세제・금융 등 종합적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공급망 안정화 위원회” 등 컨트롤타워 신설을 통해 범정부 차원의 대응체계를 구축하여, 각종 국내외 요인에 따라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공급망 위험을 예방하고 공급망 교란이 발생할 경우 효과적으로 대응함’을 입법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이러한 입법 취지와 목적에 따르면 공급망 기본법은 글로벌 정치・경제 환경의 복합적이고 급격한 변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국가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입법 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공급망 기본법은 막대한 자금을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그 입법 목적 등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이 법의 성공적인 집행 여부는 결국 공급망의 안정적 유지와 확보를 위해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달려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해당 법안의 제38조는 기금의 재원이라는 제목 하에 관련 정책자금을 국책은행을 통해서 마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견 큰 문제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최근 재벌 대기업과 부자 감세 등으로 인해 세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에서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하는 정책자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가추기 위해 수출입은행이라는 공공기관을 이용하려는 것으로서, 자칫 공공기관인 수출입은행의 부채가 증가하여 신용도에 영향을 주거나 세수감소로 인한 재정적자가 공공기관의 부채증가로 전이되는 등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따라서 기재부가 정부의 재정수입으로 공급망 안정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지 아니하고 수출입은행으로 하여금 채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도록 하고, 그 조달한 자금을 기재부에서 운용하도록 하는 현행 법안의 내용이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혹은 필수불가결한 유일한 방법인지에 대하여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경험에서 보면 공공기관의 부채비율을 증가시키면서 정부의 정책자금을 조달한 후, 이를 정부의 주무관청에서 운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방법이라고 판단된다. 공급망 안전을 위한 정책자금 조달을 위한 채권발행 및 그에 따른 리스크를 수출입은행이 모두 떠안게 되면서 수출입은행의 부채비율이 크게 악화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요컨대 현재의 법안은 수출입은행이라는 공공기관이 조달한 정책자금을 기재부에서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공공기관인 수출입은행은 자금조달에 따른 리스크만 부담하고 기재부는 재벌 대기업 등 특정 이익집단에 돈을 풀어 생색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에 불과하다.  특히 현재의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발생하였던 공공기관 부실화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언론보도 및 2013년에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공공기관 부채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명박 정부에서 부채가 급증한 공공기관은 한전・LH・수자원공사・석유공사・가스공사・도로공사 등 12곳으로 부채 총액은 4백12조원에 달했다. 이들 공공기관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에 187조 원 정도였던 부채가 2.2배로 급증하고, 전체 공공기관 부채에서 이들 기관이 차지하는 비중도 75%에서 92%로 급증했던 것이다. 이러한 공공기관 부실은 당시 이명박 정부의 치명적 부패・비리 고리의 핵심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한국수출입은행은 이미 지난해 1월 도입한 '공급망 안정화 금융 프로그램'을 통해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약 15조원의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즉 수출입은행은 이미 지난해부터 원자재 확보・물류기반 확충・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 대한 긴급 유동성 공급 등에 총 22조원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수출입은행은 올해 8월 이 프로그램의 확대 및 개편을 통해 2025년까지 약 65조원의 금융을 지원한다고까지 밝히고 있다. 이것은 위 법안과 별도로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로 새겨진다. 최근의 글로벌 공급망 상황을 고려하고 그 입법 취지와 목적을 선해하더라도 이처럼 기재부 의도에만 맞게 활용될 수 있는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별도의 법안을 제정한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의 세제개편안과 예산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코로나 팬데믹에 이은 러-우 전쟁 및 미-중 패권경쟁에서 비롯된 세계적 경제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인식과 대응에의 의지가 전무한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재정을 마련하고 위기 대응을 위한 준비를 한다기보다는 재벌 대기업과 부자감세에만 몰두하면서 겉으로는 재정건전성을 위해 애쓰는 것인양 포장하기 바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공급망 기본법’또한 마찬가지이다. 진정으로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고 국가 경제의 안위를 보장하기 위하여는 공공기관으로 하여금 채권을 발행하여 부담을 지우고 그 자금을 집행하면서 생색내면서 재정건전성 운운 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정책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부담능력이 충분한 재벌 대기업과 대자산가 등에 대한 바람직한 증세방안부터 먼저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 국가적 위기 대응에 필요한 자금의 조성과 운용 및 그 결과 등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기제를 구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윤석열 정부는 과거 사익에만 급급해 보였던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지 말고 진정으로 겨레와 나라의 미래를 준비하는 법안과 정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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