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언론 창업일보] 기본소득당 오준호 공동대표는 14일 대표단회의 모두발언 브리핑을 통해 “지금의 경제 체제, 복지 체제로는 인간적 복지 불가능하다"면서 지금은 "수선할 때가 아니라 혁명할 때"라고 주장했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
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

오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42년 윌리엄 비버리지는 영국 정부를 위한 보고서를 썼다. 이 ‘비버리지 보고서’는 영국과 유럽 복지국가의 틀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비버리지는 이렇게 썼다. '지금은 수선할 때가 아니라 혁명을 할 때다'.  이는 낡은 체제에 사소한 변화를 가하는 데 몰두하지 말고, 완전히 새로운 체제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공동대표는 "시대를 진지하게 관찰하는 이라면, 오늘날 경제와 사회의 기반 체제가 구조적 위기에 빠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지구가 온난화 단계를 넘어 ‘열대화’로 향하는데도 탄소배출은 도무지 줄지 않고 있다. 기술혁신은 대다수 시민에게 삶의 개선보다 일자리와 소득의 불안정을 키우고 있다. 정치인들은 공허한 약속을 거듭했다. 적정 소득을 보장하는 일자리를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일할 수 없는 약자에겐 인간적 복지를 제공하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 체제, 복지 체제를 고집하는 한 그 약속을 지킬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공동대표는 "낡은 체제에서 과감히 탈출할 때다. 노동의 대가 이전에 인권으로서 적정한 소득을 보장받는 체제로, 기후위기와 불평등이 악순환하는 사회에서 생태 정의와 사회 정의가 선순환하는 ‘그린웰빙’ 사회로 이행해야 한다. 녹색전환과 디지털전환을 과감히 시행하되 전환의 성과가 모두의 든든한 분배로 되돌아오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 이행의 효과적 수단이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은 질문한다. ‘이 체제에 문제가 많다는 건 알겠다. 그러나 새로운 체제가 모두에게 더 이롭다는 건 어떻게 아는가?’ 맞다. 그래서 우리에겐 ‘증거’가 필요하다. 이른바 ‘증거에 기초한 정책 수립’ 과정을 밟아야 한다. 그리고 기본소득을 새로운 체제를 여는 확실한 정책으로 볼 증거들이 엄청나게 많이 있다"고 말했다.

오 공동대표는 "지금도 미국, 유럽,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기본소득 실험들이 진행되었거나 진행 중이다. 기본소득을 받은 이들은 비교집단에 비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향상됐다. 자발적으로 교육에 더 많이 참여했고, 실업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더 노력했다. 그들은 가족과 이웃에 대한 돌봄 활동을 늘리는 한편, 폭력적 가족관계에 있는 경우 과감히 자립을 택했다. 정치 참여 등 공동체 활동에 동참하는 정도도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에선 2023년 초까지 32개 주에서 100개 이상 도시가 기본소득 실험을 했다. 캘리포니아에서만 40개 넘는 시범사업이 시행되며 1만2,000명이 기본소득을 받았습니다. ‘보장소득을 위한 시장 모임(Mayors for a Guaranteed Income scheme)’이 계획을 이끌고 있다. 미국이 기본소득에 대한 정치적 반발이 컸던 나라였음을 생각하면, 이 변화는 상전벽해와도 같다"고 밝혔다.

오 공동대표는 "기본소득 이론의 세계적 석학 가이 스탠딩 교수(영국 런던대)는 “정부가 ‘증거 기반 정책’을 채택하는 데 진심이라면 우리는 이미 기본소득제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증거는 명백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기본소득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증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낡은 체제에 기득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축적되는 새로운 증거들과, 조직되는 정치적 시민적 힘이 그 기득권을 몰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이화여자대학교에서는 제22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대회가 열린다. 세계 23개 국가에서 오는 3백여 명의 기본소득 지지자, 연구자, 활동가들이 각국 기본소득 실험의 경험을 나누고 기본소득 도입 방법을 토론한다. 필리프 판 파레이스, 스콧 샌턴스 등 기본소득 운동의 명사들부터 청년 연구자와 활동가들까지 자유로이 대화한다. 기본소득이 필요한 이유와 실현될 수밖에 없는 새로운 증거를 확인하는 자리이자 국내외 기본소득 운동이 연결되며 더 강해지는 자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 공동대표는 "기본소득당은 용혜인 상임대표가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고, 저를 포함해 많은 당원들이 주제 발표에서 자원활동까지 적극 참여한다. 대회의 안전하고 풍요로운 진행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번 대회의 슬로건은 ‘현실 속의 기본소득’이다. 이렇게 정한 이유는, 기본소득 아이디어를 단순히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기본소득을 실현해야 하는 긴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선하는 정도로는 해결할 수 없는 낡은 체제의 문제점이 우리를 파국으로 끌고 가기 전에, 증거의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새로운 체제로 나아가자.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말이다. 기본소득이 우리를 그 사회로 싣고 가는 열차라고 확신한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대회에서 시민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창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