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정부 간의 설전이 연일 격화되고 있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는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찬 회동에서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는데,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싱 대사의 이 발언에 대해 정부와 여당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전략을 견제하는 수준을 넘어 내정간섭으로 비칠 수 있는 부적절한 언급이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9일 외교부는 싱 대사를 초치해 “내정 간섭에 해당할 수 있다”며 경고했다.  중국 정부 역시 지난 주말 한국 대사를 초치해 맞불을 놨다.

급기야 12일 대통령실과 외교부 장관, 국무총리 등이 대사를 향해 비판성 발언을 쏟아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사는 양국 관계를 증진해야 한다며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싱 대사를 '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해 추방한다는 의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외교부가 모든 결과는 대사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고 짧게 답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대사가 가교 역할을 적절히 하지 않으면 본국과 주재국의 국익을 해칠 수 있다'며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을 비판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싱하이밍 대사 발언을 ‘내정간섭’으로 규정하면서 ‘외교적 기피인물’ 즉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해 추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페르소나 논 그라타’는 라틴어로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주재국이 특정 외교관 파견을 거부할 때 사용한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이 그의 직무였다며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각계 인사와 폭넓게 접촉하고 교류하는 것은 대사의 역할이며, 이해를 증진하고 협력을 촉진하고 한·중 발전을 유지하고 추진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