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징용에 대한 윤석열정부의 이른바 ‘제3자 변제안’과 관련하여, 일본 사법부의 강제징용 사실인정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로부터 강제징용 사실을 확인 받지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서울 도봉을)은 지난 5일 국회 대정부질문 및 6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일본 사법부는 지난 2007년 판결을 통해 일제의 강제징용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2007년 4월 27일 니시마츠건설 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된 중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다(평성16수1658). 이 판결에서 법원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가 중일공동성명에 따른 청구권 포기의 대상이 된다’며 재판상 청구를 배척하면서도, ‘사실관계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들이 입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매우 컸다고 인정된다’고 명시했다. 이 사건의 원심 법원은 ‘니시마츠건설이 칭다오에서 피해자들을 인도받아 일본으로 이송하고, 야스노 발전소 건설현장에서 가혹한 노동에 종사하게 한 일련의 행위는 강제연행 및 강제노동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또한 일본 나고야 고등재판소는 2007년 5월 31일 미츠비시중공업 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된 우리나라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는데(평성17네374), 이 판결에서도 법원은 ‘본건 근로정신대원들의 본건 공장에서의 노동·생활에 대해서는 동인들의 연령, 그 연령에 비해 가혹한 노동이었다는 점, 가난한 식사, 외출이나 편지 제한·검열, 급료 미지급 등의 사정이 인정되어 이에 정신대원을 지원하게 된 경위 등도 종합하면 그것은 강제노동이었다고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2008년 11월 11일 상고기각에 따라 확정됐다.

이처럼 일본 사법부는 피해자들의 재판상 청구권을 부인하면서도 강제징용 사실 자체는 일관되게 인정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지난 1월 31일 유엔 국가별 정례인권검토절차에서 강제노동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리고 일본 외무상은 지난 3월 9일 일본 중의원 안전보장회의에서도 ‘강제노동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고 발언하여 논란이 됐다.

오 의원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사실은 한일 사법부가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부분”이라며, “일본 정부는 일본 법원에 의하여 확인된 강제징용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일본 판결에 강제징용 사실이 명시된 부분은) ‘법원 판단이 아니라 판결문 중 원고 주장을 인용한 부분일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일본 사법부 판결 내용을 모른다고 했다.

오 의원은 “한 총리는 제3자 변제안 관련 여러 군데서 법률검토를 받았다고 했는데, 무슨 법률검토를 받았길래 일본 사법부 판결 내용도 모르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만약 정부가 제3자 변제안 발표에 앞서 일본 정부로부터 강제징용 사실을 확인받았다면 논란이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오 의원은 “한일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일본의 과거사 왜곡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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