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미디어넷이 차별적으로 병가를 주지 않고 이러한 사유로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직원을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노동위원회의 판정이 나왔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24일 "SBS미디어넷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하여 심판위원회가 신청인의 구제 신청을 인정한다"고 판정했다. 근로자측은 지난 1월 "SBS미디어넷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병가를 신청한 직원에게 병가와 무급 휴직을 불허하고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자 부당해고했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다.

SBS미디어넷 소속 A씨는 경제전문채널 ‘SBS Biz’에서 2009년부터 방송기자와 앵커 업무를 하며 10년이상 근속한 직원으로 지난해 건강상의 이유로 사규에 따라 병가를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 과정에서 "장애가 남을 수도 있어 바로 치료를 해야한다. 도와달라"라는 A씨의 읍소에 인사담당자는 "생리휴가 하루 동안 수술 받고 완치하고 와라", "그건 당신 사정" "아프면 다른 일 해라"라는 답변을 했다.

결국 A씨는 근무를 지속하다 회사에서 쓰러져 119 구급대에 이송되었고  회사는 타 직원들에게 부여하던 유급병가 대신 임의로 2개월의 무급휴직을 부여했다. A씨는 치료를 지속하기 위해 다수의 종합병원에서 "최소 6개월이상의 치료와 절대안정"이라는 진단서와 함께 적법한 절차에 따라 무급휴직 연장을 신청했지만 회사는 이를 불허하고 즉시 출근할 것을 종용했다.

A씨는 같은 기간 다른 동료들에게는 유급병가와 무급휴직을 부여한 사실을 확인하고 차별에 대해 항의하며, 유급병가, 무급휴직 연장 불승인 과정에서의 폭언과 퇴사 압박 등을 사유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다. 사측은 이 과정에서 수차례 해고를 압박하는 2차 가해를 이어갔다. 괴롭힘의 사유가 질병으로 인한 휴직 신청 불허인데, 무조건 복직해 출근하라는 것은 2차 가해에 해당할 수 있다. 근로자는 사측의 행태를 SBS 본사 윤리경영실에도 신고했으나 묵살됐다.

SBS미디어넷은 괴롭힘 대상자로 지목된 3명 가운데 단 1명만 조사하고, 신고자에게는 한통의 전화 조사만 한뒤 직장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서둘러 결론내렸으며, 단 이틀 뒤 퇴직을 통보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했고 노동위원회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이번 판정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김수진 성평등위원회 위원장은 "지노위의 판정은 병가를 낸 직원의 치료를 적극 돕거나 배려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규를 들이밀며 괴롭히고 퇴사를 종용한 SBS미디어넷 사측에 책임을 묻는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SBS미디어넷지부 최장원 지부장은 "노동위원회에서도 부당해고가 인정된 만큼, 회사는 A씨에게 다른 직원들과 같은 수준의 유급 병가 및 회복할 수 있는 적절한 휴직기간을 부여한 후 업무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돌꽃노동법률사무소 황재인 노무사는 “사용자에게 휴직 승인권한이 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휴직을 불승인하고, 건강상 사유로 부득이 출근하지 못하는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우를 하는 사례가 많다. 인사권이 괴롭힘의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판정은 회사의 인사권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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