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국가교육과정에서 삭제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대통령실-교육부-국민의힘 입장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5.18민주화운동 삭제는 2022년 4월 22일 이후 윤석열 정부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문 요약 

지난 4일 저와 57명의 국회의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2022 개정 초·중·고 전 교육과정에서 통째로 삭제된 ‘5·18민주화운동’을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즉각 반영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어제,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학생들이 배울 수 있도록 '교과용도서 편찬 준거'에 5·18민주화운동과 함께 주요 역사적 사건을 반영해 교과서에 기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행이지만 만시지탄입니다. 하지만 복기할 문제가 많다. 동시에 어제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교육부·국민의힘에서는 반박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재반박 내용을 말씀드리기 전에, 2023년 오늘의 이 일은 2011년과 판박이로 닮았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린다. 2011년 11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주도로 ‘2009 개정 교육과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서 ‘5·18 민주화운동’, ‘전두환 신군부 정권’ 등 독재와 민주화 관련 주요 내용들이 모두 삭제됐었다.

당시 학계와 정치권은 물론 200여 곳의 단체 연석회의가 만들어지고, 연이은 결의대회, 4천 명의 서명, 청와대 항의서한 전달 등이 이뤄졌다. 결국 정부는 연석회의 등을 통해 12월 26일 집필기준 명시를 발표했었다. 이를 생각한다면, 다시 한번 이주호 장관의 책임 있는 사과와 교과서 반영을 넘어 교육과정 수시 개정 반영 등 재발방지 대책을 정확히 제시하기 바란다.

어제 발표된 반박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먼저 이 상황이 文정부 때 시안으로 마련되어 있었고, 정책연구진의 의사를 따랐으며, 교육과정 대강화의 흐름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한 반박은 다음과 같다.

첫째, 2021년 文정부 때 시안이 이미 마련되었다는 답변은 사실과 다르다. 5.18 민주화 운동이 교육과정 내용에 포함되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이 만들어진 것은 2022년 4월 이후의 일이다. 2022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은 윤석열 정부 시기인 2022년 4월 22일에 1차 시안이 발표되었고, 이 때 발표된 성취기준이 수정 보완을 거쳐 이후에야 “성취기준 해설”이나 “적용 시 고려사항”과 같은 세부내용이 만들어졌다. 5·18 민주화운동이 교육과정에 포함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이 때이다.

특히, 중학교 사회에 ‘4·19 혁명’과 ‘6월 민주항쟁’은 들어있고 ‘5·18 민주화운동’만 빠진 이 항목의 이름은 “성취기준 적용 시 고려사항”이며, “성취기준 해설”이나 “적용 시 고려사항”과 같은 교육과정의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된 것은 바로 윤석열 정부 시기인 것이다. 오히려 文정부 시기에는 ‘국민과 함께 만드는 교육과정’을 표명하며 국민 10만여 명의 의견과 교원 1만 2천여 명의 의견을 바탕으로 2021년 11월 총론 주요사항을 발표했다. 하지만, 연구진이 마련한 교육과정 시안이 국민참여소통채널에 전 국민에게 처음 공개된 시점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인 2022년 8월이다.

둘째, 정책연구진의 의사를 따랐다는 말은 지나가는 개와 소가 웃을 일이다. 2013년부터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국정교과서 고통은 학생·학부모와 온 국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던 일이다. 이 때 국정교과서 주역들이 현재 교육부와 대통령실에 포진해 있고, 그 때 교육부장관이 현 이주호 장관이다. 2022년 11월 한 언론사에서 밝혔듯이,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자유민주주의’를 필사적으로 넣기 위해 교육부가 정책연구진에게 노골적으로 압력을 가한 게 윤석열 정부 때이다.

‘생태전환’, ‘노동인권’, ‘성평등’ 등의 후퇴도, ‘민주시민’에서 ‘민주’자를 뺀 것도, 모두 정책연구진 의사를 짓밟고 추진한 윤석열 정부의 교육부 때이다. 세계적 평가는 윤석열 정부의 민주주의 역주행을 우려하고 있다. 참고로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에서 2022년 2월 당시 우리나라는 그 순위가 7단계 상승한 세계 16위였고, 2년 연속 ‘완전한 민주국가’로 평가되었었다.

셋째, 교육과정 대강화의 흐름이 있었다는 말은 ‘5·18 민주화운동’삭제를 교육과정 대강화로 빠져나가려는 비교육적·반역사적 모략이자 술수이다. 내용량과 지식이 많은 우리나라 교육에서 ‘교육과정 대강화’는 교육현장의 자치와 자율을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교육과정 대강화’는 2007 개정 교육과정 때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던 원칙이다. 지식 중심화되는 ‘학습요소’의 삭제도 여기서 이뤄진 것이다. 다시 말해 ‘교육과정 대강화’는 꾸준히 추진되어 왔는데, 이전에는 ‘5·18 민주화운동’을 빼지 않았는데, 왜 하필 지금 을 뺐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시 文정부는 학교와 학생들의 자율성 제고를 위해 교육과정 대강화와 내용량 적정화 차원에서 초등 역사교육만 보면, 성취기준 수를 48개에서 24개로 50% 축소했다. 하지만 ‘5·18 민주화운동’은 아시아 민주주의의 상징이면서 UN과 UNESCO에서 이미 세계적으로 공인받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힘 의원 전원이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를 부르고, 헌법 정신 그 자체이자 국민통합의 주춧돌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교육부의 해명처럼, ‘5·18 민주화운동’이 129개 사건 중 하나인지 되묻고 싶고,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2020년 리얼미터에서 실시한 YTN 현안조사인 ‘헌법 전문 5·18 정신 명시 공감도’에서는 세대와 지역 불문 ‘공감한다’에 58.6%를 차지했다.   ‘5·18 민주화운동’은 한국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전국의 현장 교사들조차 교육과정에 관련해서 ‘5·18 민주화운동’은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으로 교수학습이 되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교육과정 대강화와 내용 적정화 또한 자의적으로 해석을 갖다 붙여서는 곤란하다. 사회적 합의를 따라야 한다. 그래서 어려운 일이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번 일을 대강화를 명분으로 빠져나가려고 하지 말라. 백번 양보해도 ‘4·19 혁명’과 ‘6월 민주항쟁’ 그대로 둔 채, ‘5·18 민주화운동’삭제한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없다. 대강화라면 왜 ‘4·19 혁명’과 ‘6월 민주항쟁’ 그대로 두었는가?

마지막으로 말씀드린다. ‘5.18 민주화운동’ 삭제가 논란이 되니까 이제 와서 교육부는 교과용 도서 편찬 준거라도 적극 반영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1월 2일(화) 저희 의원실로 교육부에서 와서 제출한 자료를 보면, 가관이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사전에 5.18 민주화운동이 교과서에 잘 서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원실 의견에 교육부는 시종일관 "수용 불가" 입장을 표명했다. 편찬준거의 문서 성격상, 교육과정에 누락된 역사적 사건을 반영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런데 이틀 전까지 안 되는 일이 이틀 후인 어제 가능한 일이 되었다. 교육부는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다시 제대로 해명해야 할 것이다. 2011년 당시에도 이주호 장관은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에 대강화의 원칙을 적용해 압축적으로 기술하다보니 5·18 서술이 안됐다”고 해명하고, 교과서 집필과정에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답변했었다. 그러던 어제는 “교과용도서 편찬 준거에 5·18 민주화운동과 함께 주요 역사적 사건을 반영해 교과서에 기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사후약방문식 해명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실, 교육부, 국민의힘에게 전한다. 삭제를 의도한 게 아니었다고 하면 이제라도 같이 동참해서 이 부분을 넣는 노력과 합의에 적극 임하라. 5·18 정신을 존중한다면 지금 당장 수시개정하여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면 된다. 윤석열 정부는 이제 집권 2년차 대한민국 정부다. 전국의 학생과 학부모와 교직원들이 보고 있다. 국민들이 민주주의와 역사와 교육의 향방을 지켜보고 있다. 5·18로 인해 수많은 희생자와 헌신했던 분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이제 소모적 논쟁보다 진정성 있는 정부의 조치를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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