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법인세만 부자감세 아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14일 부자 감세 합의를 파기하고 예산부수 세법개정안을 원점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용 의원은 이날 "교섭단체 여야 사이에 현재 진행되는 세법 개정 논의의 잠정 결과가 대규모 부자 감세라고 확신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임을 자임한다면 온통 부정적인 결과만이 예정된 기왕의 합의를 파기하고 예산 부수 세법 개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직 세법 개정안 형태의 여야 합의안을 확인하지는 못했으므로 언론 보도로 확인된 정부 여당과 민주당의 합의안을 기준으로 말하면 한국은 GDP 대비 조세와 사회보장기여금의 비율인 국민 부담률이 여전히 낮다"고 말했다. 

용 의원은 "양극화·저출산·고령화라는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려면 증세가 필요합니다. 더욱이 내년에 더욱 거세질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증세를 통해 재정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 2020년 한국의 국민 부담률은 28%로 OECD 평균 33.5%보다 5.5% 포인트 낮습니다. G7 평균인 35.8%보다 7.8% 포인트가 낮다"고 말했다. 

그는 "낮은 국민 부담률로 인해서 사회복지 지출에서는 더 큰 격차를 보인다. 2019년 한국의 사회복지 지출은 GDP 대비 12.2%로 OECD 평균인 20%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이처럼 한국의 낮은 국민 부담률과 사회복지 지출에 대한 언급은 이제 말하자면 입이 아프고 식상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동시에 일자리 중심 복지와 선별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생활고 비극이 반복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이라고 밝혔다.

용 의원은 이어서 양당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거나 합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세법 개정안의 내용을 조목조목 살폈다.

그는 "먼저 소득세 분야에서 금융투자 소득과 가상자산 양도 소득에 대한 과세를 2025년으로 2년 연기합니다. 국민의힘은 금융투자 소득에 대해 유예를 넘어서 원점 재검토까지 한다는 입장을 개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 소득세는 금융자산에서 발생한 소득에 사실상 비과세해왔던 기형적인 과세를 이제라도 바로잡자는 20년 가까운 논의의 성과이다. 제가 원래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일을 했었는데요. 2020년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 참여하면서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라는 원칙을 훼손하는 수많은 비과세 감면 조항에 반대를 했다. 그럼에도 금융투자 소득세는 금융자산 소득에 대해 최소한의 과세의 꼴을 갖춘다는 그 명분 하나로 출발한 세제"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투자 소득세 도입을 결정한 21대 국회가 자신의 임기 안에 시행하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새로 들어설 22대 국회가 이 합의에 구속될 수 있겠는가. 부칙에 2025년 시행이라고 쓴 글씨는 종이에 남겨진 잉크 자국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용 의원은 "현행 금융투자 소득세는 금융투자소득 5천만 원까지 공제 규정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시행된다고 해도 금융투자로 소득을 올리는 국민 중에 0.9%만 실제로 세금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국민 중 0.9%는 최고 부자들일 것이다. 금융투자 소득세 과세 유예가 바로 더불어민주당이 규탄하고 있는 초부자 감세"라고 주장했다.

그는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에 동원된 논리는 더욱 한심하다. 기재위 조세소위 논의에서 정부의 유예 명분은 투자자 보호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동원된 투자자 보호 조치는 위험천만한 가상화폐 거래를 어느 수준에서 규제할 것인가와 결부된 문제이지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원칙을 훼손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뇌물과 횡령으로 얻은 소득에 대해서도 과세하는 것이 현행 세법이다. 투자자 보호가 안 되어서 올리는 소득이 없다면 당연히 납세도 없다. 더구나 지금 가상자산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기도 아닙니다. 조세 저항이 가장 적은 제도 시행의 적기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아무 근거 없는 논리를 들어서 유예하자는 말이 납득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용 의원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소득세 기본세율에서 가장 낮은 6%와 15%가 적용되는 과표 구간을 각각 200만 원 그리고 400만 원 상향에 저소득층에 대한 감면 혜택을 확대하겠다라고 한다. 정부안에서 저소득층이 감면 혜택을 보는 것은 사실이지만 혜택이 저소득층에게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과표 구간 조정을 통한 저소득층의 감면은 누진 공제를 통해서 상위 소득자들에게까지 적용이 된다"고 주장했다.

"현행 누진 소득세 체계에서 과표 구간 조정으로 서민들만 감세 혜택을 받고 부자들은 제외시키는 입법 기술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물론 이 개정을 통한 감세가 소득 상층보다 하층의 체감도가 더 큰 것은 사실이다. 저는 이것을 부자 감세여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소득세 증세에 대한 기왕의 합의를 훼손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근로소득 면세자가 여전히 전체 근로소득자의 37%에 달한다. 고소득일수록 누진적으로 부과하되 국민 누구나 조금이라도 소득세를 내도록 하고 이를 통해서 사회복지가 시혜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라는 인식을 확장해야 한다. 과표 구간 조정을 통한 중저소득자 감세는 이러한 소득세제 개혁 방향에 역진한다"고 말했다. 

"현재 여야 합의에서 법인세만이 대립점으로 남은 점을 감안하면 주택 임대소득세 개정도 합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주택 임대소득세 개정안은 1주택자 임대소득세 부과 대상 주택 가격을 현재 공시가격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이자는 안이다. 정부의 개정 논리는 1주택자 종부세 부과 기준 개정에 따라서 1주택자의 임대소득세도 여기에 맞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종부세는 보유세이고 주택 임대소득세는 소득세다. 아무 관련도 없는 이 두 세제의 부과 기준을 통일한다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근거가 될 수 있는가. 주택 임대소득은 현재 세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업상속 공제 요건을 완화하는 상속증여세법 개정도 합의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 두 개정안 역시 긴말이 필요 없는 부자 감세"라고 말했다. 

용 의원은 "마지막으로 양당의 주택 종합부동산세 합의안은 다주택 투기 유인 차단이라는 주택 종부세 기능에 대한 사실상의 사망 선고이다. 합의안은 다주택자의 정의를 3주택 이상으로 규정하고 다주택자의 기본 공제액은 6억에서 39억 원으로, 1주택자는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렸다.  3주택 이상 보유 다주택자도 과세 표준이 12억 원을 넘지 않으면 중과세율을 적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3주택 이상자에게 적용되는 중과세율은 아직도 조율 중이라고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종부세 무력화의 최대 명분은 주택 가격 폭등에 따른 이른바 세금 폭탄론이었다. 하지만 이미 시행령 개정만으로 과세 표준을 무려 40%나 줄여버렸고 심지어는 주택 가격의 하락세도 뚜렷하다.  지금은 오히려 종부세 세율과 과세를 강화하는 방향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번 합의안이 국민 일반이 아니라 주택 최상층 부자들에 대한 감세라는 사실은 더 논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용 의원은 법인세와 관련해서 "법인세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 사이에 엄청난 대립이 있는 것으로 보다. 법인세법 개정안과 관련해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첫 해 법인세 최고 세율을 22%에서 25%로 개정했습다. 물론 대기업에 대한 증세다. 그러나 이 증세 효과는 대부분 감세 혜택이 대기업에 기착하는 조세특례제한법의 각종 비과세 감면의 조항의 신설과 무더기 일몰 연장을 통해서 그 순증세 효과가 거의 소실되었다"고 말했다. 

"과표 구간 조정 및 최고 세율 인하를 통한 정부안의 혜택이 몇몇 소수 재벌 대기업에 돌아간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개정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미 양당 사이에 이미 합의된 다른 세법 개정안의 내용이 대규모 부자 감세라는 사실, 이 사실이 법인세법 개정을 둘러싼 양당의 대치로 감춰질 수는 없다"고 밝혔다.

용 의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2일 정부 여당과 합의가 안 될 경우 민주당 단독의 국민 감세 개정안을 내고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저는 양당의 현재까지의 합의를 파기하고 예산부수 법안을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올해 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충격이 시작됐고 내년에는 우리 경제를 지탱해왔던 수출과 소비 양측에서 위축이 불가피하다. 부동산발 금융위기, 채권시장 유동성 위기는 언제라도 폭발할 기세다.  내년에 경제 위기가 본격화된다면 정부가 쓸 수 있는 재정이 필요하다. 세법 개정안 정부안에 따를 경우 향후 5년 동안 73.6조 원의 세수 감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경기 후퇴에 따른 자연 감소분까지 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용 의원은 "재정이 가장 절실할 때 재정 여력을 축소시키는 개정안, 부담 여력이 가장 큰 부자들에게 감세 혜택이 가장 크게 돌아가는 부자 감세안을 승인하고서 국민경제를 지키는 정당,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을 자임할 수는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예산부수 세법 개정안을 파기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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