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장애인 키오스크 시행령에 대해 "새로운 기술의 진입을 막아선 안 되며 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와 함께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무인정보단말기는 터치스크린을 활용한 비대면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하거나 재화 또는 서비스의 거래를 할 수 있는 스크린이 탑재된 단말기이다. 최근 과학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수많은 음식점과 상점에서는 인적 서비스를 통한 거래 대신 무인정보단말기를 통한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에게 음성·입력 장치 등 접근이 고려되지 않은 무인정보단말기는 그저 매끈한 유리 장벽처럼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서울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수십 명의 시각장애인이 모여, 무인정보단말기에 전혀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을 직접 보여주는 캠페인을 벌이며 장애인 차별을 지적하기도 했다.

같은 문제의식으로 김예지 의원은 지난해 4월, 무인정보단말기를 설치·운영하는 경우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접근·이용하도록 필요한 편의 제공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리고 같은 해 6월, 김예지 의원 대표발의 개정안을 포함한 5건의 법률안이 병합 심사되어 재석 의원 전원 찬성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을 개정하기 위해 무인정보단말기에 대한 접근성 강화방안을 마련하는 연구용역을 진행했으며, 지난 6월 국회도서관에서 연구용역 결과와 시행령 초안을 공개하는 공청회를 열었다. 그러나 공개된 시행령안에 따르면, 정당한 편의 제공의 내용이 지나치게 구체적이어서 좁은 해석으로 인해 새로운 접근성 기술 개발이 어려워지고, 시행령 적용 기간이 최대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제시되어, 공청회에 참여한 장애인들로부터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남정한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 대표는 “이번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은 그간 접근성 확보를 위해 고대했던 많은 장애 당사자를 또다시 절망으로 밀어 넣었다”라고 밝혔다.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는 다양한 기술의 개발과 적용이 가능하도록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의 내용을 기술 포괄적이면서 간소하게 하고, 단계적 적용이라는 유예기간 없이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전면 시행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김예지 의원은 “과도하게 구체적으로 명시된 시행령의 내용이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세세한 규정은 새로운 기술의 진입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실효성 있는 제품의 상용화를 위해서도 많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김 의원은 이어 “정부는 예산의 부족과 관련 업계의 의견이라는 변명을 중단하고, 법률의 주된 당사자인 장애인의 입장에서 시행령 개정을 진행해야 한다”라며 “장애 당사자이자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제대로 된 시행령이 만들어지는 그 날까지 여러분과 함께하겠다”라고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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