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아파트를 헐고 새로 지으려는 재건축 대상아파트 주민들과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용적률이라는 문제 때문에 항상 다툽니다. 주민들은 용적률을 높여 달라고 요구하고, 지자체는 깎으려고만 하지요. 서울에서 5층 짜리 아파트치고 이 같은 갈등을 겪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용적률이 높으면 주민들에겐 어떤 게 좋고, 행정관청은 왜 자꾸 낮추려고만 들까요.

 

■ 용적률

 

사전에서 용적률을 찾아보면 '땅 면적에 대한 건물면적의 비율'이라고 돼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선 쉽고 간단하게 풀이해 보죠. 예를 들어 1백평의 땅에 지상 5층짜리 건물을 지었는데 1층부터 5층까지 건물 면적의 합계(보통 연건평이라고 합니다)가 3백평이라면 용적률은 3백%가 됩니다. 연건평이 2백평이라면 용적률은 2백%가 되겠죠. 건축을 하려는 사람들은 되도록 용적률을 높이려고 하지만 아무데서나 똑같은 용적률을 얻어내지는 못합니다. 땅의 성격과 건물의 쓰임새에 따라 용적률이 다르기 때문이죠. 그리고 지역별로도 조금씩 다릅니다. 서울이라면 일반주거지역(아파트.단독주택 등이 몰려 있는 곳)은 최고 3백%, 상가.빌딩 등이 밀집한 상업지역은 8백%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는 상한선일 뿐이지 실제로 건축할 때는 이보다 낮게 적용됩니다. 가급적 개발을 억제하고 주거환경을 좋게 만들자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답니다.

 

용적률은 건물을 새로 지을 때 수익성을 가름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지요. 앞서 예를 든 대로 1백평에 용적률 3백%를 적용해 건축면적 3백평짜리 주택을 지었다고 치겠습니다. 이 집을 남에게 전세준다고 가정할 때 임대료가 평당 5백만원이라면 15억원(3백평×5백만원)의 임대료 수입이 생깁니다. 그러나 용적률이 2백%라면 임대료 수입이 10억원으로 줄어들게 되겠죠. 물론 용적률이 3백%일 때 건축비는 더 들어가겠지만 임대료 수입이 훨씬 많기 때문에 건축비를 충분히 뽑고도 남습니다. 이 때문에 집이나 빌딩을 지으려는 사람들이 더 많은 용적률을 얻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지요. 그러나 땅의 성격과 지역에 따라 용적률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터무니없이 높게, 혹은 낮게 허용되지는 않겠죠. 예컨대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주공아파트(5층짜리)의 경우 일반주거지역이어서 법률적으로는 최고 3백%까지 허용되지만 서울시는 주거환경이 나빠진다는 이유로 2백%까지만 허용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재건축할 때 용적률이 높으면 아파트 가구 수를 늘릴 수 있어 재건축 조합원들이 내는 돈이 적게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용적률을 높게 얻어낸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닙니다. 용적률이 높아 아파트를 많이 지을수록 단지가 빽빽해지기 때문에 주거환경이 나빠집니다.

 

이 같은 결과는 집값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에요. 널찍하고 쾌적한 아파트단지가 복합하고 빽빽한 단지보다 가치가 더 큰 게 사실이니까요. 그런데도 재건축 주민들이 용적률을 높게 받아내려 합니다. 나중보다도 당장 들어가는 돈을 줄이기 위해서죠. 결국 용적률의 많고 적음은 아파트 단지를 만드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죠. 단순히 경제적 가치의 크고 작은 문제뿐 아니라 환경적 요소도 아주 중요하게 작용하게 됩니다. 건설업자들은 비싼 땅을 효율적으로 쓰자면 용적률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지자체나 환경단체 등은 용적률을 높이면 주거.생활환경이 나빠져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손해라고 주장합니다. 두 주장이 틀리지 않지만 환경적 측면을 중시하는 게 요즘의 추세라고 할 수 있죠.

 

■ 건폐율

 

대지면적에서 건축을 하는 바닥면적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예컨대 땅이 1백평에 건폐율이 60%라면 건축을 하는 1층 바닥면적이 60평을 넘지 못한다는 뜻이죠. 나머지 40평은 교통시설이나 녹지시설 등으로 채워지게 되죠. 건축할 때 건폐율도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게 됩니다. 건폐율도 용적률처럼 땅의 용도별로 저마다 다릅니다. ▶녹지지역은 20% 미만▶주거전용지역은 50% 미만▶주거지.공업지역은 60% 미만▶준주거.상업지역은 70% 미만으로 각각 돼 있습니다. 건폐율은 용적률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건폐율을 많이 확보하면 그만큼 건축면적이 넓어져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바닥면적 50평짜리 빌딩을 10층까지 올리는 것보다는 바닥면적 60평짜리를 8층까지로 만든 건물의 가치가 높게 마련이죠. 층이 다소 낮더라도 바닥면적이 넓어야 건물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입니다.  자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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