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일보 = 이진영 기자]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어령 이화여자대학교 명예석좌교수가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향년 89세.

유족 측은 26일 이어령 전 장관이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충남 아산 출신으로 1933년생(호적상 1934년생)인 고인은 서울대 문리대 국문과를 1956년 졸업하고 1960년 같은 대학 대학원 문학 석사 학위를 딴 뒤 1987년 단국대 대학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문학평론가, 언론인, 교수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석학이자 우리 시대 최고 지성으로 불렸다.

노태우 정부 때 신설된 문화부 초대 장관(1990~1991)이었으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했다.

1960년 서울신문을 시작으로 1972년까지 한국일보, 경향신문, 중앙일보, 조선일보 등의 논설위원을 역임하면서 당대 최고의 논객으로 활약했다. 1972∼73년에는 경향신문 파리특파원으로 활동했다.

1966년부터 이화여대 강단에 선 이후 1989년까지 문리대학 교수를, 1995∼2001년 국어국문학과 석좌교수를 지냈으며 2011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됐다.

20대 초반에 문단 원로들의 권위 의식을 질타한 '우상의 파괴'를 1956년 한국일보 지면을 통해 발표하며 평단에 데뷔했다. 문학의 저항적 기능을 수행해야 함을 역설함으로써 문단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고인은 6공화국 때 문화공보부가 공보처와 문화부로 분리되면서 1990년 출범한 문화부의 초대 장관에 임명됐다.

문화예술인으로는 처음으로 문화부를 이끈 고인은 국립국어연구원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 전통공방촌 건립, 도서관업무 이관 등 4대 사업으로 문화정책의 기틀을 마련했다.

88서울올림픽 개폐회식 대본을 집필했던 고인은 개막식에서 '굴렁쇠 소년'을 연출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고인은 ‘흙 속에 저 바람 속에(1960)’를 비롯해 ‘축소지향의 일본인(1984)’, ‘이것이 한국이다(1986)’, ‘세계 지성과의 대화(1987)’, ‘생각을 바꾸면 미래가 달라진다(1997)’, ‘디지로그(2006)’, ‘지성에서 영성으로(2010)’, ‘생명이 자본이다(2013)’ 등 수많은 저서를 펴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국 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금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 장남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차남 이강무 백석대학교 교수가 있다.

고인의 장녀 이민아 목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지역 검사를 지냈다가 2012년 위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며 유족 측은 5일간 가족장으로 치를 계획이다.

사진 jtbc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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