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성공적인 투자유치전략 시리즈

IR과 PR은 근본부터 다르다. 사진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IR과 PR은 근본부터 다르다. IR하는 자리에서 PR을 하게 되면 투자자는 당황스럽다. 물론 발표 기업이 투자를 받을 확률도 줄어들 것이다. 사진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창업일보 = 윤삼근 기자]

“IR인지 PR인지 당최 모르겠군........”   K는 지루한 듯 핸드폰에 코를 박고 중얼거린다. 그의 굵은 엄지와 검지는 바쁘게 폰 모니터 창을 넓히고 있다. 그의 이러한 행위는 지금 발표하고 있는 기업이 적어도 그에게 투자를 받기는 날 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포인트로 열심히 스크린을 찍어대고 있는 IR 발표자는 안타깝게도 오늘 K의 흥미를 전혀 돋우지 못하고 있다. K는 某인베스트먼트 대표이자 벤처캐피탈리스트이다. 투자결정의 마지막 사인을 하는 그이기도 하지만 가끔씩 이렇게 필드를 돌며 딜 소싱(Deal Sourcing)하기도 한다. 젊은 시절 그는 매우 열정적인 심사역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좋은 기업을 발견했을 때는 마치 열여덟 소년처럼 볼이 발그래지면서 두꺼운 눈꺼풀 여닫는 횟수가 빨라진다. 숨결은 급해지며 손은 어쩔 줄 모른다. 10분도 채 되지 않는 IR 컨퍼러스가 너무 길다며 불평한다. 행사가 끝나자마자 명함을 들고 ‘좋은기업’ 대표를 만나러 달려갔던 사람이다. “커피나 한잔 합시다” 이 말은 그가 오늘 발표기업 중에 투자를 할 만한 기업이 없다는 의미이다.……<이하 생략>  ※ 이 기사는 [구독회원 전용]입니다. 구독회원에 가입하시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로비에서 일회용 믹스커피를 뽑아들고 밖으로 나왔다. 둘은 약속이나 한 듯이 ‘멍을 때리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사람들은 항상 바쁘다. 누구랄 것도 없이 말이다. 저 여인은 뭐가 그리 급한지 10센티가 족히 넘을 뾰족구두를 신고 참도 빨리 달리기도 한다. 사람들이 대부분 다 그렇다. 다른 사람들도 우릴 보면 이렇게 느끼겠지. 우린 참으로 바쁜 시대에 살고 있는가 보다. “적어도 IR과 PR정도는 구분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게, 이게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이다.적어도 IR을 들으러 온 사람에게 PR을 범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아야 한다. 벤처캐피탈리스트나 심사역, 혹은 엔젤투자자라고 하더라도 그들 나름 굉장히 바쁜 사람들이다. 딜소싱이 그들 본연의 임무이긴 하나 원하는 답이 없을 때는 아까운 시간을 죽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그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물론 중견기업이상 대기업의 경우 아예 IR이나 PR을 전담하는 부서가 따로 있기 때문에 IR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고, 또한 그에 맞는 역할을 잘 수행한다. 문제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벤처기업 등 아직 체계가 잡히지 않거나 명확한 업무분장이 되어 있지 않은 소규모 기업들의 경우 이런 경우가 많다.  회사 대표든, 아니면 회사의 주요 기술자든, 총무 사원이든, 마케팅 사원이든 간에 IR을 할 요량이면 IR에 적합한 기획과 짜임을 갖고 발표에 임해야 한다. IR은 Investor relations, 즉 투자자와의 관계가 핵심이다. 반면 PR(public relation)은 일반대중을 대상으로 회사나 자사의 제품을 대중적으로 알리고 홍보하는 것이다.

둘 사이의 차이점이 뭔지, 핵심 포인트가 뭘까? 그렇다, 바로 청자(聽者), 즉 듣는 사람이 누구인가이다. IR을 듣는 사람은 <투자자>이고 PR을 듣는 사람은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고객들이다. 혹은 우리 회사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 <일반 대중>이라는 것, 이것이 핵심 포인트이다.  ‘청자’가 누구인가를 파악했다면 답은 금방 나올 것 것이다……. <투자자>가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일까?  BM, 수익모델, Market size, milestone까지 가는데 필요한 자금, 투자가치배수, 그리고 무엇보다 투자조건 등등이 아닐까?  비즈니스 모델은 탄탄한지, 확고한 파이프라인이 있는지, 시장의 규모는 어떤지, 그리고 내가 지금 얼마를 투자하면 이 회사가 나에게 몇 년 뒤 몇 배수의 투자금을 불려 줄 것인지, 또는 엑싯(Exit)이 가능한지, 아 그리고 엑싯의 유형도 궁금하겠다. 중간에 M&A로 틀 것인지 아니면 IPO까지 갈 것인지……. 그러려면 이 회사가 끝까지 살아남아야 하는데, 그럴만한 사업성 혹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 또한 그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Team 구성은 탄탄한지, ceo나 주요 기술자의 이력이나 면면은 어떤지…경쟁사 현황, 그리고 현재 이 기업이 마일스톤까지 가는데 얼마의 돈이 필요하고, 어떤 조건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지…등등 말이다.

투자자는 이러한 말들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는데, IR을 발표하는 분은 오직 마이웨이인 분이 많다. 새로 나온 신제품에 대한 설명을 장황하게 한다거나,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 PCT를 통과한 매우 뛰어난 특허기술이라거나,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면 금방 날개 돋친 듯이 팔릴 것이며, 우리 회사 대표의 이력이 대단하다는 식의 나열식 PR만 하고 있다면 K와 같은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은 더 이상 듣기 힘들 것이다.  PR은 대중 시장의 불특정 고객을 향한 홍보에 가깝다. 하지만 IR은 우리 회사에 투자를 할 특정 투자자를 위한 발표이다. 회사의 재무적인 정보를 포함한 기타 경영활동 등 정확한 정보를 고지해야 한다. 또한 PR은 대중들에게 회사나 상품의 장점만을 전달하고자 하는 반면 IR은 반드시 좋은 정보뿐 아니라 리스크 등의 부정적인 정보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IR 자체가 투자자(INVESTOR)와의 관계(Relation)이기 때문이다.

일전에도 언급했듯이 투자는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고 오랜 시간을 두고 서로의 관계형성이 되어야 이루어지는데, 만일 나쁜 정보를 숨기거나 해서 뽀록이라도 난다면 둘의 신뢰관계는 계속 이어질 수 없다.  투자는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미 투자한 사람이 계속 투자할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투자기관을 통한 후속투자도 계속 이어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앞서 투자한 사람은 같은 목적을 갖고 회사의 가치를 높여야 한 식구(食口)가 되는 셈이다. PR과 IR에 대해서 “PR은 5년 만에 나간 동창회에서 자식 자랑하기이고, IR은 며느리가 될 사람이 시집에 가서 처음으로 가족소개 하는 것”이라고 정리한 사람의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참 유머러스하지만 정확하게 맥을 짚었다고 본다.  오랜만에 나간 동창회에서 굳이 아들의 단점을 부각시킬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 집 식구가 될 며느리, 혹은 사위라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한 번도 본적이 없지만 예비 사위 며느리의 밝히지 않은 리스크가 뒤늦게 알려졌을 때 오는 배신감이나 황망함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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