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홍규 교수의 중국이야기....
'세계적 미술거리 북경 따산즈 798 예술구'에 대해서

북경의 798 예술특화지구. 사진 차홍규 전 칭화대 교수. 
북경의 798 예술특화지구. 사진 차홍규 전 칭화대 교수. 이하 동일.

중국 베이징의 798 예술구는 중국을 대표하는 최초의 예술특화지구로 베이징 따산즈(大山子)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원래 이곳에 있던 공장의 일련번호가 798이라 '따산즈 798 예술구'라는 명칭이 탄생했다. 런던 템스강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테이트 모던(Tate Modern) 갤러리나 뉴욕의 소호(SOHO) 지역과 마찬가지로 버려진 공장지대에 예술가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뒤따라 갤러리가 들어서고 카페와 음식점이 생겨났다. 798이 형성되어 호평을 받기 시작하면서 다른 곳에도 따산즈를 벤치마킹한 예술촌이 조성되었는데, 베이징 동쪽 쏭좡(宋庄)예술구와 상하이(上海) M50예술구 등이 있다..

원래 798 예술구는 구소련과 동독의 지원 아래 1954년에 설계를 시작해 1957년에 착공되었던 전선(電線)공장 지대였다. 냉전 이후 점차 공장이 도시 외곽으로 이전함에 따라 원래의 798지역의 공장이 기존의 700, 706, 707, 718, 797 등 6개 공장을 합병한 후, 남은 공장 건물 일부를 세놓기 시작하였다. 2002년, 중국 현대미술을 외국에 알리는 데 앞장섰던 미국인 로버트 버넬(Robert Bernell)이 최초로 입주한 이래 많은 예술가들이 점차 이곳의 넓은 공간과 저렴한 임대료에 매료되어 작업실과 전시공간으로 꾸미기 시작했고, 이것이 시초가 되어 오늘의 798 예술구가 형성되었다. 북경시 정부는 798 예술구를 발전시키면서 751 등도 추가시켜 더욱 확대시키려 하고 있다.

2005년, 중국 정부는 국가정책에 따라 이곳을 철거한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2006년 들어 정책을 변경해 798 예술구’를 '문화창의산업특구'로 공식 지정했다. '제11차 5개년 경제사회발전계획'에 따라 '성장의 질'을 중시하게 된 중국정부는 연례화된 따산즈 국제예술제(DIAF)와 798비엔날레 등으로 인해 국제적 예술 인파가 모여드는 이곳을 오히려 예술특구로 발전시키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힘입어 점차 더욱 많은 서비스, 문화 오락 등의 각종 시설이 출현했고 그 후 국내외 갤러리, 예술서점, 아틀리에, 카페, 커피숍, 레스토랑 등 도시적 색채를 띤 요소들도 속속 입주하게 되었다.

이후 2008년 베이징올림픽 준비기간 동안, 이 지역을 당대 예술의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발전시키고자 한 베이징시 당국의 결정에 따라 대대적인 지원과 정비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오늘에 이르러 국내외의 수많은 관광객이 운집하는 새로운 문화관광의 공간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798에 들어서면, 사시사철 언제나 중국 최고의 미술 작품을 만끽할 수 있다. 798은 확실히 만리장성이나 고궁박물원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물씬 느낄 수 있어, 우리의 인사동은 비교하자면 규모나 시설 면에서 많은 아쉬움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베이징의 798예술구는 미술 경영 쪽에서 보아도 세계적인 미술품 유통 업체인 소더비나 크리스티 등 미술 콜렉터를 비롯하여 많은 미술품 수집가들과 관계자들이 수시로 찾는 지역이다. 미술산업 측면에서 보면 798 예술구는 우리 미술인들에게 꿈의 동산이다. 북한도 798예술구에 많은 예산을 들여 조선만수대창작사미술관을 세워 멋진 전시장을 확보하고 있고, 그 투자된 예산에 걸맞게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798에 소재한 만수대창작사미술관 길정태 관장은 필자와도 15년을 사귄 오랜 친구지만 참으로 얄밉게 운영을 잘하고 있다. 우리의 상업 화랑이 베이징 798 예술구에 진출했지만 결론적으로 경제적 이익만 추구하려다 뜻을 못 이루었다.

사실 미술가들은 생활이 어렵다. 어려운 형편에 세계적 콜렉터들이 몰리는 798 예술구에 전시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이다. 지방지치제 이후 지방의 많은 자치단체들이 작가를 위한 레지던스를 운영하거나 인사동 등에 화랑을 개설하여 지역 작가들의 전시를 돕고 있다. 세계적인 북경 798에 우리 한국계 화랑을 운영하려면 적게는 지방지치단체들이 투자하는 금액만 하여도 충분히 운영할 수가 있다. 그리 어렵지도 않게 (처음에는 적은 예산이라도 투자하여) 수준 높은 한국 작가들의 미술 작품을 세계적 콜렉터들에게 보여줄 수가 있다.

문화행정이란 것이 돈 많이 들여 좋은 건물사고 직원들 많이 채용하여 그렇듯 하게 하는 것이 아니리라. 적은 예산으로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얼마든지 높은 효과를 발휘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798 예술구에 북한계 미술관이 2곳이나 있는데도 우리는 1곳도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 곳에 화랑을 운영하면서 전시기간동안 작가들에게 숙소(구태여 비싼 건물을 구입 할 것이 아니라 임대하면 된다.)를 제공하여 주면서, 우리 한국작가들의 독자적인 전시는 물론 한중교류전과 남북한 교류전도 얼마든지 추진 할 수가 있다.

6월이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있다.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그렇듯한 선거 공약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예산을 얼마 들이지 않고도 음지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예술인을 위한 문화행정은 그리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예술을 중국에 소개하는 주중 한국문화원은 798 예술구에 있는 것이 아니라 CCTV가 소재한 우리의 여의도에 비교되는 광화로 중심지에 위치하고 있다. 그 곳은 업무중심지역으로, 문화의 거리가 아닌 업무지역에서 전시가 열리는데 외국의 콜렉터는 물론이고 중국인이라도 누가 거기를 찾아 갈 수가 있겠는가? 문화는 책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류도 누가 처음부터 계획하고 치밀하게 준비한 것이 아니라 문화인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갈고 닦으면서 노력한 결과가 자연스럽게 한류로 이어진 것이리다. 

필자는 북경의 칭화대학(清华大学) 미대 교수를 정년퇴임한 사람으로 문화인들을 해외에 소개하기 위한 실질적인 좋은 방안을 국회의원을 위시한 여러 위정자들에게 이야기하여도 들을 때만 관심을 갖고는 돌아서면 그뿐이다. 직접 비교하기에 좀 동떨어진 감이 있기는 하지만 동계 올림픽 기간을 맞이하여서도 막대한 자금을 들여 북한의 예술단을 초대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문화란 꾸준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사정이 어렵다는 북한도 798 예술구에 순수 미술쪽으로는 ‘만수대창작사 미술관’을 공예미술관으로는 ‘조선민예창작중심’을 운영하고 있는데도, 북한의 GNP에 비하면 45배나 높다는 우리 대한민국이 북경의 따산즈 798 예술구에 한국계 미술관이 단 한 곳도 없다는 것은 지나가는 개가 웃을 참혹한 우리 예술계의 실상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미술인들이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땀 흘려 노력한 시간과 애써 모은 씨앗들이 중국의 세계적 예술구 798에서도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한 뼘의 공간이 확보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담아 보았다.

차홍규 한중미술협회 회장.
차홍규 한중미술협회 회장. 전 북경 칭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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