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일보)박상수 기자 = 특검이 결국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함으로써 재계가 술렁이고 있다. 특검의 칼 끝이 어디로 향할지는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16일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이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찬성표를 받는 대가로 최순실 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수백억원을 지원했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이에 대해 관련자들은 삼성에 이어 SK·CJ·롯데그룹에 대한 특검의 수사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SK그룹을 필두로 CJ그룹 이재현 부회장의 사면 청탁 의혹, 롯데그룹의 면세점 재승인 대가로 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의혹 등 재벌기업에 대한 특검의 수사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이들 기업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기금을 출연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등과 사면 등 모종의 거래를 했다는 정황이 상당수 드러난 만큼 총수들이 특검팀의 조사를 받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특검팀은 2015년 8월13일 단행된 최태원 회장의 광복절 특별사면과 이후 SK그룹이 진행한 미르·K스포츠재단 111억원 출연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이 과정에 대가성이 드러날 경우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이 결국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구소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12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찬성표를 받는 대가로 최순실 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수백억원을 지원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사진 뉴시스. (c)창업일보.

먼저 특검팀은 2015년 8월10일 복역 중이던 최 회장과 김영태 당시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부회장)이 접견하면서 주고받은 대화 녹취록에 주목하고 있다.

이 녹취에는 '왕 회장이 귀국을 결정했다. 숙제가 있다'는 발언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박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결정했고, 이에 대한 대가를 요구했다는 취지로 해석되고 있다.

게다가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2015년 8월13일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SK 김창근입니다. 감사합니다. 하늘같은 이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고 최태원 회장 사면시켜 주신 것에 대해 감사감사"라고 전했다.

김 회장은 이듬해인 2016년 1월14일에도 안 전 수석에게 새해 인사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최태원 회장 사면 복권 시켜준 은혜 잊지 않고…"라고 재차 감사의 뜻을 전했다.

SK그룹은 이에 대해 형식적인 감사 인사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SK그룹이 사면 업무와는 무관한 안 전 수석에게 감사 메시지를 보낸 점 등이 드러나면서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거라는 의심이 짙어지고 있다.

CJ그룹 역시 박 대통령에게 이재현(57) 회장의 사면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손경식(78) CJ그룹 회장이 수차례 박 대통령을 독대하는 자리에서 이 회장의 사면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탈세·횡령·배임 혐의로 2013년 7월 구속기소 된 뒤 2015년 12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재상고했지만, 지난해 7월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취하했다. 이 부회장은 같은해 8월 특별사면 돼 상고 취하 이전에 정부 측과 교감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2015년 12월27일 업무수첩에서 '이재현 회장을 도울 길이 생길 수 있다'는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재상고→기각→형집행정지신청'이라는 문구도 확인, 재상고 기각 당시 형집행정지 결정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식으로 도움을 준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롯데그룹의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 과정도 주시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두 재단에 49억원을 출연한 뒤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후원한 바 있다.

롯데그룹은 면세점 특허권 재승인 특혜를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미 49억원 상당을 두 재단에 투자한 데 이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낸 배경에 면세점 재승인 청탁이 있었던 것이 아니겠냐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낸 70억원이 총수 일가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직전 롯데 측에 반납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돈을 돌려준 것 자체가 추가 출연금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해석이다. 검찰 수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윗선'이 추가 출연 과정에 관여했을 거라는 의심도 함께 나온다.

롯데그룹이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파트너가 되는 과정도 면세점 특허권 재승인을 위한 행보였다는 의심을 산다. 신 회장이 박 대통령과의 지난해 3월 독대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후원을 약속했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면세점 특허권 재승인 특혜가 주어지지 않았냐는 것이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구속여부가 결정되는 대로 SK·롯데·CJ그룹 임원들을 불러 제기된 의혹들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삼성 외 나머지 기업에 대해서도 부정 청탁 여부 등을 추가 수사 과정에서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창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