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4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 처해

(창업일보)이석형 기자 = 한진해운이 역사 속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13일 삼일회계법인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6부에 존속가치 산정 없이 청산가치를 1조7900억원으로 추산했다는 내용의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다. 한진해운의 존속가치는 청산가치의 절반 수준인 약 9000억원이었다.

사실상 한진해운이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훨씬 크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한진해운은 지난 1977년 5월 국내 최초 컨테이너 선사로 설립돼 무역입국을 세우는데 물류분야에서 중추적 기능을 담당해왔다. 그 한진해운의 청산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청산가치가 훨씬 크다는 것은 영업을 하는 것보다 남은 자산을 정리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진해운이 창립 40여년 만에 역사속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진해운 본사의 모습. 사진 뉴시스. (c)창업일보.

청산과 회생 중 법원의 최종 결론은 내년 2월초에 나올 예정이지만, 이 같은 실사 보고서가 나온 만큼 청산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한진해운은 채권단의 추가 자금 지원 불가 입장이 나오자 긴급히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지난 9월 법정관리 체제에 돌입했다.

법정관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진해운은 용선 90% 이상을 반납하거나 처분했고, 주요 자산이던 미주·아시아 노선도 매각했다. 인력의 상당수도 곧 넘어갈 전망이다.

한진해운은 설립 이듬해인 1978년 중동항로에 이어 이듬해 북미서안 항로와 1983년 북미동안항로 등을 연달아 개척하며 한국 컨테이너 선사의 역사를 썼다.

그러나 2008년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해운업계 역시 침체에 빠졌고, 이로 인해 수천억원대 적자를 내며 위기를 맞았다.

경영권을 동생인 고 조수호 회장 일가로부터 2013년 되찾아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더 이상 경영을 할 수 없다고 판단, 올 1월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을 체결하며 공식적으로 경영권을 포기했다.

이후 채권단과 한진그룹 측은 추가 자금 지원을 놓고 줄다리기를 했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고, 채권단은 결국 8월 말 자율협약 종료를 선언하며 한진해운을 포기했다.

한진해운은 컨테이너선, 벌트선, LNG선 등 200여척 1000여만톤 선박으로 전세계 60여개의 정기항로와 부정기 항로를 운영하며 연간 1억톤 이상의 화물을 수송하는 해운사로 인정받았던 곳이다.

내년에 청산될 경우 국적선사 1위, 글로벌 7위 한진해운은 정확히 4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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