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 받는 노동자들의 파업 이해못해” 파업철회요구 거세

파업철회.jpg▲ 울산지역 주민들이 현대차-현재중공업의 파업철회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전 울산시 상공회의소 5층회의실에서 행복도시 울산만들기범시민협의회 위원 일동은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파업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창업일보.
 
【창업일보】이태식 기자 =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3일째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울산시민들의 파업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본사가 위치한 울산 동구지역 기초자치단체를 이끌어 가는 권명호 울산 동구청장은 21일 "조선업 위기 극복을 위해 일자리희망센터 설치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탄력을 받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위기극복의 주체로 나서야 할 현대중공업 노사가 오히려 대립을 하고 있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은 국가와 국민의 성원으로 성장한 국가기간산업으로 노사의 화합 여부가 지역사회의 발전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노사 모두가 사회적인 책임감을 자각하고 지역사회와 공존공생할 수 있도록 양보와 타협을 통해 지혜로운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기아자동차 협력사협의회도 현대차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협력업체들의 2차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협의회는 울산과 경주지역 현대차 협력업체 44곳을 비롯해 전국적으로는 총 330여개 현대기아차 협력업체로 구성돼 있다.

협의회 관계자는 "수많은 부품으로 생산되는 자동차는 1·2차 부품협력사를 비롯해 전 사업을 망라하는 연계성을 지니고 있다"며 "모기업 노사의 불협화음은 공동운명체인 부품협력사들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 전체에도 일파만파의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모기업 노조가 일손을 놓으면 부품협력사들이 받는 충격은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며 "인위적인 조업중단은 천재지변보다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깊이 헤아려 파업을 중단해 줄 것"을 촉구했다.

울산지역 103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행복도시울산만들기범시민협의회도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와 현대중 노조에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협의회는 "현대차와 현대중 노조는 파업을 멈추고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해달라"며 "노사간 다툼보다는 지속발전이 가능한 기업 만들기를 위해 지혜를 모아줄 것"을 촉구했다.

이어 "해마다 반복되는 노사간 갈등은 울산시민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허탈감을 주고 있다"며 "울산의 미래와 국가 발전을 위해 현대차와 현대중 노사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파업.jpg▲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노조가 20일 오후 남구 태화강 둔치에서 민주노총 주관 울산노동자 총파업대회에 공동 참가해 연대투쟁을 벌인 후 울산시청까지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창업일보.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상권은 파업 여파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 20일 오후 9시께 현대중공업 본사가 위치한 울산 동구 전하동의 유흥가는 한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새벽시간대까지 손님이 끊이지 않던 대기업 인근 상권이라는 말이 무색해진 지 오래다.

식당 업주 박모(54)씨는 "최근 2년새 매출이 반토막이 나 올해 초부터는 가게를 내놓을까 고민하고 있다"며 "파업이 시작되면서 단골손님들 마저 발길을 끊어 월세 걱정에 잠을 못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가 위치한 동구 방어동과 인근 화정동 일대는 수많은 협력업체 직원들이 떠나면서 빈 원룸이 즐비해 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호황기때 좁은 원룸에 2~3명씩 함께 살던 풍경이 이제는 사라졌다"며 "빈 방이 나와도 6개월 넘게 주인을 찾기 어렵고 인근 신축아파트 시세도 점점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대차와 현대중 노조는 지난 20일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주관한 울산노동자 총파업대회에 동참해 23년만의 공동투쟁에 나섰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이끌었던 두 노조는 1993년 현대그룹노조총연맹 파업 때 마지막으로 뭉쳤었다.

경찰 추산 6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3시간 가량 진행된 집회와 도심 행진을 바라보던 시민들은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시민 최모(46)씨는 "경기 불황과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1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는 대기업 노조의 파업에는 전혀 공감할 수 없다"며 "소음과 교통체증을 유발하며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말고 공장 안에서 모여 있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시청 인근의 한 식당 업주는 "가게 종업원 3명의 월급을 합친 것보다 많이 받는 대기업 직원들이 왜 파업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당 업주는 "점점 손님이 줄어드는 판에 도로를 차지하고 행진하니 오늘따라 유난히 손님이 더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시민 이모(34·여)씨는 "겉으로는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싸우는거라지만 속으로는 임금을 더 올려달라고 떼쓰는 것 같다"며 "연봉이 계속 오르면 자신들의 삶은 나아질 지 모르겠지만 더 좁아질 취업 문으로 고통받을 자신의 아들과 손자도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박주식 울산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두 기업의 노동환경이나 처우가 예전보다 악화됐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 과격한 노동쟁의행위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노조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형편과 생각이 반영돼야 할 것"이라며 "노조의 시위 목적이 전체 노동자를 위한 것인지 일부 대기업 노동자들의 권익에만 한정된 것인지 재고할 필요도 있다고 판단된다"고 조언했다.

현대차와 현대중 노조는 지난 19일 올해 첫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3일째 강도높은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3일에 걸친 노조의 파업으로 차량 5100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1170억원 규모의 매출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현대차는 추산하고 있다.

반면 선박 1척당 6개월 이상의 건조기간이 필요한 조선업의 특성상 이번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은 미미할 것으로 현대중공업은 예상하고 있다.

한편 현대차 노사는 이날 16일 만에 올해 임금협상을 재개했으나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사는 당분간 실무교섭을 통해 의견을 조율한 뒤 여름휴가 이후 본교섭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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