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說] 주52시간 시대 열렸다
[社說] 주52시간 시대 열렸다
  • 논설실
  • 승인 2018.07.02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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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판단기준 모호 산업계 '혼란' 불보듯
좀더 세밀하고 정확한 규정 마련이 필요
인천공항 노조가  주52시간을 피해 꼼수부린 업체를 노동청에 고발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제공
주 52시간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하지만 상당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 노조가 주52시간을 피해 꼼수부린 업체를 노동청에 고발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제공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됐다. 어제부터 시작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월요일인 오늘부터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지난 1일부터 시행됐다. 따라서 앞으로는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주당 40시간 근로를 원칙으로 하되 연장근로를 포함하더라도 52시간을 넘기면 안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일 많이 하는 나라로 정평나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63시간에 비해 306시간을 더 일한다. 독일(1363시간)보다는 무려 700시간을 더 일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 법의 시행으로 인해 우리나라도 실질적인 근로시간이 법적으로 제한받게 된 것이다. 

주 52시간 근무시대는 우리 사회에 획기적인 변화가 도래함을 의미한다. 이른바 ‘저녁있는 삶’을 위한 근본적인 체계가 잡히는 것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여러 가지 면에서 사회변화가 불가피하다. 우선 기업의 업무형태, 임금체계, 조직문화가 획기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선 기업은 법을 지키기 위해 정규시간 이외의 업무를 단속할 것이다. 실제 어떤 기업의 경우 오후 6시 이후에는 업무를 할 수 없도록 인터넷을 끊기도 한다. 관성화 되어 있던 야근문화가 없어질 것이며 또한 시간당 임금이 책정되는 근로자의 경우 일정부분의 임금 삭감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정부역시 근로시간 단축이 사회변동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시간 단축은 우리의 노동시장 관행을 바꾸는 중요한 변화"라며 "노사정 모든 주체들이 힘을 모아 안착시켜 나갈 때 노동자는 저녁이 있는 행복한 삶과 건강이, 기업은 생산성 향상이, 청년들에게는 일자리 확대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주 30~40시간 근로시간을 취하는 것을 보면 근로시간 단축은 세계적인 대세이며 진정한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을 위한 기본 전제조건임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 대변혁을 위한 법 시행에 따른 준비는 다소 미흡해 보인다. 법은 이미 시행되었기 때문에 지켜야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정확히 노동시간을 계량할 만한 기준과 원칙이 제대로 세워져 있기 않기 때문이다. 특히 근로시간을 구획하기 애매한 영업직이나 사무직의 경우 어디까지가 근무시간인지가 상당히 헛갈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령 계약관계에 있는 파트너사의 직원 경조사에 참석하는 것이 근로시간에 포함되는지 아닌지를 판단하기는 애매하다. 직원의 경우 당연히 업무와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근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회사측은 아니라고 생각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를 인식했는지 근무시간과 휴게시간을 구분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사례에 대해 판례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부서 간 회식은 노동시간에 해당하지 않고, 접대는 회사 측의 지시나 승인이 있을 경우에만 노동시간으로 간주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출장 이동 시간의 경우에는 노사의 서면 합의를 통해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회식이나 접대, 출장과 교육 등이 형태와 성격이 워낙 다양해 노동시간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해당하지 않는지 명확하게 구분 짓기가 쉽지 않다는 평이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20일 고위 당정청 회의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현장의 혼란을 감안하여 6개월간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두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용부 김영주 장관은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고 근로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한발 뺐다. 한마디로 위반하는 건에 대해 처벌하겠다는 것인지,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정부조차도 헛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법을 시행하는 주무관청마저 이러한데 하물며 한번도 시행해본 적이 없는 현장에서야 혼란이 가중될 것은 명약관화이다. 물론 이를 보완하기 위한 탄력근로제가 입에 오르내리고 있긴 하나 법의 매끄러운 시장안착을 위해 좀더 날카로운 다듬질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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