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탁자 위에 개 한 마리가 방울 같은 눈을 굴리며 버티고 서있었다. 그의 두 발은 작은 수조 안에 담겨 있었고, 앞에는 커다란 상자와 알 수 없는 이상한 기계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광경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에는 나름대로의 엄숙함이 배어있었다.

심전계를 발명한 아인토벤의 개를 대상으로한 실험 현장의 모습이다.

“자, 여러분 주목하여 주십시오. 이제 전원을 연결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시작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장내는 얼어붙은 듯 고요해졌다

 “이럴 수가, 이토록 정교하게 움직이다니! 마치 심장의 움직임을 그대로 보는 것 같군!”

일러스트 김민재
일러스트 김민재

누군가의 한 마디 말이 장내에 모든 사람을 술렁이게 했다. 아인토벤은 깊게 심호흡을 하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는 순간이었다. 지나간 일들이 주마등처럼 그의 머리를 지나쳐갔다.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의사라는 직업까지 팽개치고 연구한 결과가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심장의 규칙적인 박동을 육안으로 점검할 수만 있다면 심장에 관한 각종 질병과 이상을 쉽게 알아낼 수 있을텐데.’

아인토벤은 병원 문에 임시휴업이라는 커다란 간판을 내걸고는 오직 연구에만 매달렸다. 그러나 결과는 그의 의욕을 따라주지 못했다. 번번이 실패만 거듭 되어 그의 사기를 꺾어놓곤 했다.

‘실패 따위는 두렵지 않아. 측정 할 수 없는 무한한 신비로 가득 찬 신체를 탐험하는 데 한두 번의 실패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지!’

잇단 실패로 주위 사람의 눈총을 받을 때도 그는 이렇게 자신을 위로하며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1903년, 그는 마침내 자신이 생각했던 기계를 발명하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전자선의 양극 사이에 은도금을 한 석영 선을 연결한 것이었는데, 이것이 심근의 수축 시에 발생되는 전류를 감지하여 한 방향으로 통과시키는 방식이었다.

이를 통해 아인토벤은 심장의 수축과 완화 시에 서로 다른 뚜렷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비로소 심전계라 부를 수 있는 기기가 탄생한 것이었다.

심전계 실험의 성공이후, 아인토벤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 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그의 기기에 관심을 보였고, 그의 설명을 듣고자 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그가 쉬지 않고 후속 연구로 돌진했기 때문이다.

그는 심장의 변화에 의한 파동을 종이 위에 영구히 보존시킬 방법을 연구해 심전도 기록기를 고안해내고, 심전도의 모양을 분석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의 부단한 노력으로 인해 우리는 지금의 심전계를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의 발명이후 21년의 세월이 흐른 1924년, 그는 노벨 의학상으로 그의 청춘을 건 연구의 대가를 다소나마 받게 되었다. 왕연중 한국발명과학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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