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일보】한평수 심의실장 = 올해 수능시험은 매서운 한파 속에 치러졌다. 칼바람까지 불어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하루 종일 떨었다. 가채점 결과를 보고나서 활짝 웃은 수험생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예년처럼 후회와 아쉬움 속에 눈물을 떨군 수험생이 압도적으로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11월말은 늘 우울할 수밖에 없다.

 


한평수 부장.

 

<> 모두가 수능에서 고득점 맞아 명문대학 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목을 맨다. 한국의 뜨거운 교육열은 세계사에 유례없는 고성장의 원동력이 되었지만,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OECD 청소년 행복지수 꼴찌라는 깊은 그림자도 드리웠다. 올해는 특히 '수능 잘 봐서 대학가면 뭐하나? 좋은 직장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 라는 생각이 깊어진다. 모두가 갈망하는 '좋은 일자리'가 증가하기는커녕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일자리 감소가 구조적이라는데 있고, 경제전망도 온통 '잿빛 구름' 투성이다.

<>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젠 대학입시와 취업에만 쏟아 부었던 우리의 엄청난 에너지를 분산시켜야 할 때가 왔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데 에너지가 모인다면, 살인적인 취업난이 어느 정도는 해결될 것이다. 모두가 좋은 일자리를 갈구하는데 언제까지나 삼성, 현대만 바라보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창업 준비는 대학서부터 이뤄졌으면 좋겠다. 커리큘럼부터 손질해 유능한 대학생들이 창의와 열정, 진취적인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자. 지난해 국내 최초로 신설된 서울대 '벤처경영학 연합전공' 실험은 주목할 만하다. 경영대를 비롯해 법학부, 철학과, 컴퓨터공학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등이 공동 참여해 창업에 대한 이론 교육은 물론 실습까지 하는 3년 과정으로, 학생들을 '될성부른' 기업가로 키우는게 목표다. 이같은 학문 담장을 넘나드는 연합전공이 다른 대학들로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최고 두뇌들이 모인 서울대가 안철수(안철수연구소 창업), 이해진(네이버 창업), 김범수(카카오 창업), 김정주(넥슨 창업). 김택진(엔씨소프트 창업), 호창성(비키 창업) 동문 정도로 만족할 수는 없다. 선진국들과 경쟁할 수도 없다.

<> '서울대생의 향후 진로선택 1순위는 창업이어야 한다'고 외치는 김병도 서울대 경영대학장의 지적은 새겨들을 만 하다. 그는 서울대 학생 중 3분의 1은 교육과 연구 등 학문분야에, 다른 3분의 1은 정부와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일을, 나머지 3분의 1은 창의적인 창업에 매진해야 한다고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자는 '신(新) 황금분할론'에 동의한다. 이젠 서울대가 '최고의 고시학원'이라는 오명도 벗어야 한다.

<>김 학장은 지난 10월 출범한 서울대 대학기업가센터 책임도 맡고 있다. 정부 지원으로 서울대, 카이스트, 한양대 ·등 6개 대에 문을 연 대학기업가센터는 민간 창업지원센터들과 함께 시너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불고 있는 '제2 벤처 창업열풍'에 촉매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세계는 지금 창업 열풍이 거세다. 가까운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치고 나가고 있다. '주링허우(1990년 이후 출생 젊은세대)현상'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창업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베이징의 중관춘(中關村)은 과거 서울 용산전자상가와 비교가 됐으나, 이젠 미국 실리콘밸리와 경쟁하면서 리옌홍(바이두 창업), 마윈(알리바바 창업) 등 수많은 창업스타들을 배출하고 있다. 중관춘에 가본 한국 기업인들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한국보다 훨씬 자유롭게 창업·투자·상장·재투자가 이뤄질 수 있을까'하고 놀란다고 한다.

<>EU국가 중 경제기반이 가장 탄탄한 독일은 남다른 중등교육이 힘이다. 청소년들은 하우프트슐레(기본학교), 레알슐레(실업학교), 김나지움(우수학생들이 대학진학위해 가는 학교), 게잠트슐레(종합학교, 위 3가지 기능을 모두 갖춘 학교) 중 한 곳을 골라 공부하며, 취업·대학진학·창업 등 미래를 설계한다. 미 MIT대 석학 빌 올렛 교수는 최근 기업가정신이 가장 활발한 곳으로 베를린을 지목했을 정도로 '창업대국' 미국도 독일에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연세대 홈페이지에 보면 '자랑스런 연세인' 9명이 올라 있다. 백낙준·정인보·최현배 선생, 윤동주 시인, 이영욱·황정남 교수 등과 함께 연세벤처창업연구회 김형곤 회장도 포함되어 있다. 그의 한마디는 되새겨 볼만하다. "성공하면 20대의 나이에 엄청난 부자가 되는 것이고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업계에서 실력자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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