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의 싸움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모양이다. 인간이 지구상의 생물로서 존재하기 시작한 그때부터 시작된 싸움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긴 대부분의 싸움은 자연의 승리였다. 인간은 하늘을 향해 무심하게 쏟아지는 빗줄기나 반대로 삐쩍 말라붙은 대지를 원망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땅이 갈라지고, 하늘에서 주먹만 한 우박이 떨어지고, 산 같은 해일이 몰려오고, 저승사자 같은 태풍이 몰려온다면 속수무책이다. 간간히 떨어지는 가랑비쯤이야 우산 하나로도 거뜬히 막아낼 수 있지만 하늘이 뚫어져라 내리는 장대비를 어찌 감당할 것인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던 일본의 신간선도 한 번의 지진으로 엿가락처럼 휘지 않았던가.

매년 태풍 등 각종 재해에 시달리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집중호우 몇 번에 가족을 잃는 이들이 속출하고, 전 재산을 날리고 정부대책만 바래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매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렸을 때의 동화 같은 감각으로 이야기 한다면 하늘이 소변 한번 보는데 혹은 땅이 한번 트림하는데 인간은 목숨을 내놓고 벌벌 떨고 있는 셈이다. 

인간은 자연 앞에서는 한없이 무력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가? 언제나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에 굴복해야 하는 것인가? 인간이 자연을 극복할 수 있을 런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어쨌든 인간은 그렇게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 무던히도 자연의 위세에 대항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잡초는 밟힐수록 잘 자란다던가. 인간도 잡초의 속성을 닮은 듯 포악한 자연 앞에서도 꿋꿋하다. 오히려 싸워 이길 생각에 골몰해있다. 비가 안 오면 인공강우를 생각하고, 변덕스러운 기후의 기분을 예측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 내진 설계라는 것으로 지진에 대비하고, 댐 등의 관계시설을 이용할 지혜도 가지고 있다.

오래 전에 발명된 소위 ‘캡슐 쉐터’라고 불리는 제품도 이런 의미에서 주목을 받았다. 캡슐 쉐터는 독일에서 발명된 간이 피난용구이다. 원래는 핵전쟁에 대비하여 만들어진 것이지만, 조금만 응용을 한다면 갖가지 재해에 노출되어있는 현대인의 필수품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집이 밀집되어 있는 주택가에서 불이 났다고 가정해 보자. 검은 연기가 꾸역꾸역 피어오르고 살기를 품은 화마는 혓바닥을 날름거린다. 비상구도 마련 되어있지 않아 도저히 밖으로 빠져나갈 방도도 없고, 소방차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 연출된다.

이런 때에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실내에서 일시적이나마 자신을 지킬 방법이 있다면 생존 가능성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잠시 캡슐 안에 들어가 최악의 상태가 지나가길 기다린다면 화재 시에 발생하는 대부분의 사망이 유독 가스에 장시간 노출된 탓이라는 사실을 주지한다면 결코 무심히 넘어갈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만화의 한 장면처럼 좀 허황되게 들릴지도 모르나 인간을 보호 할 수 있는 캡슐은 이미 연구가 마무리 되었고, 계속 응용발명이 진행되고 있다. 멀지 않아 우리나라에서도 생산되어 재해극복은 물론 생활용품으로 판매될 지도 모를 일이다.

이밖에도 불의의 재해로부터 존엄한 인간의 생명을 지키려는 노력이 부단히 진행되고 있다. 인간은 행복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이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 발명가의 사명인 것이다. 재해방지를 위한 아이디어를 모아보자. 나와 이웃 인류 모두를 지킬 힘이 생길 것이다.

이 시대 발명가의 사명 중 하나는 바로 재해방지에 도전하는 발명가이다.

글/왕연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 겸 유원대학교 발명특허학과 협력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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