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규모 자사주 소각에 이어 6000억 규모 현대모비스 자사주 매입소각 발표

현대차그룹이 2일 6000억원 규모의 현대모비스 자사수 매입소각 계획을 공개했다. 이는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공세에 미래가치강화라는 정공법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18 베이징 국제 모터쇼에서 공개된 중국 전용 스포티 세단 ‘라페스타(Lafesta)’와 천홍량 베이징현대 동사장, 서화의 북기그룹 동사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설영흥 현대자동차그룹 중국사업 담당 고문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창업일보)노대웅 기자 = 현대차그룹은 2일 3년에 걸쳐 6000억원 규모의 현대모비스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29일 주총을 앞두고 중장기 배당·발전전략 발표한 것으로 이는  1조원 규모의 현대차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데 이은 것이다.

이를 두고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노골적 개입에 '미래가치 강화'라는 '정공법' 카드를 선택했다는 평이다. 

즉 단기적 배당 등을 통한 주가이익보다는 현대차그룹의 미래가치 강화를 통한 주주 설득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자사주 소각량은 전체 발행주식 총수의 3% 수준으로, 주식 유통물량이 줄어들어 주당순이익과 주당 배당금이 3% 가량 늘어나는 효과가 예상된다. 

현대차는 기존 보유 자사주를 7월27일 소각하고, 이후 매입하는 자사주의 경우 매입 완료시점에 소각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4000억 규모의 기존 자사주를 내년 중에 소각하고, 내년부터 3년간 매년 약 625억씩 자사주를 매입, 소각하겠다는 방침이다.

즉각적 자사주 소각을 통한 단기이익을 기대했던 시장은 빠르게 식었다. 현대모비스 주가는 2일 자사주 소각 발표 직후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일보다 3.02% 오른 25만5500원을 기록했지만 곧바로 하락해 1.81% 내린 24만3500원에 장을 마쳤다. 

유진투자증권 이재일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상승했지만, 즉각적이지 않고 3년에 걸쳐 진행된다는 점 때문에 곧바로 다시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사주 소각 시점 등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단기간에 최대한의 수익을 내고자하는 엘리엇으로서도 자사주 소각 시점이 불만족스러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모비스는 29일 임시주총을 열어 분할합병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날 주총에서 참석자의 과반 이상이 분할합병에 동의해야 안건이 통과되고,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가 설정한 분할합병 반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는 '23만3429원', 한도는 2조원으로 주총 직전 주가가 23만3429원을 밑돌 경우에는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주식을 팔기 위해 주주들이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대차그룹에 딴지를 걸고 있는 엘리엇의 현대모비스 보유 지분은 1% 수준에 불과하지만 48.3%에 이르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규합할 경우 파괴력이 클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납득할만한 주주환원정책과 투자계획 등이 나오면 외국인투자자들로서도 엘리엣에 동조할 필요성이 없다는 분석이다. 

현대모비스는 자사주 소각 계획 발표에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미래형 자동차 신기술에 집중, 2025년까지 매출을 44조원까지 끌어올리는 중장기 발전 전략 방안을 내놨다.

현대차 관계자들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자사주 소각에 대해 "엘리엇의 요구에 따른 것이 아니다"라며 "그룹의 주주친화로드맵의 일환으로, 이미 예정돼 있던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엘리엇도 여러 주주 중의 하나일 뿐"이라며 "현대차와 모비스의 자사주 소각은 엘리엇과 관계없이 주주친화정책의 일환으로 준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엘리엇의 지분이 1% 수준으로 크지 않아 주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자사주 소각은 우호지분을 통해 29일로 예정된 모비스 주총을 원활히 하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시장의 관심은 엘리엇이 아니라 존속 모비스가 어떤 회사의 모습을 갖출 지에 대한 답을 달라는 것"이라며 "모비스의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내년부터 자사주 소각을 실시하는 것은 이에 대한 대답"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중장기적 배당확대정책과 중장기 발전전략 발표 등을 통해 주주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29일 주총 직전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을 밑돌게 될 경우 추가적 주가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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