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새 217조원 증발

비트코인이 6000달러선이 무너지는 등 추락의 끝을 모르고 있다. (c)창업일보.

(창업일보)이석형 기자 =  비트코인이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2만 달러 가까이 치솟던 비트코인은 올 들어 하락세로 접어들더니 6일(현지시간) 60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불과 두 달도 채 안 된 기간 동안 2000억 달러(약 217조 6000억원)가 줄어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가상화폐 가격정보 사이트인 코인데스크를 인용해 비트코인의 가격이 5947.40달러까지 떨어졌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최고점인 2만 달러가까이 치솟던 지난 12월에 비해 70% 정도 떨어졌다. WSJ는 지난 두 달 동안 비트코인 시총에서 증발한 2000억 달러는 시티그룹 전체 주가의 시총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전했다. 

 WSJ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급락의 원인은 글로벌 규제 당국의 규제 강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 가상화폐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통화 책임자들의 발언도 가상화폐를 압박하고 있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6일 독일 괴테대학 연설에서 “비트코인은 거품과 폰지 사기, 환경 재앙 등의 복합체(combination of a bubble, a Ponzi scheme and an environmental disaster)”라고 일갈했다. 카르스텐스 총장이 비트코인을 환경재앙으로까지 언급한 것은 이를 채굴하는 데 엄청난 양의 전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는 이어 “암호화폐가 화폐인 척하고 있지만 화폐의 기본 정의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가치의 척도로 기능할 수 없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한다”라고 말했다. 

 카르스텐스 총장은 화폐가 기존 금융 시스템에 의존해 운영되는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지급 수단의 기능을 할 수 없는 비트코인은 ‘산소마스크’(상업은행 계좌)를 통해 공급된 산소에 의존하고 있을 뿐이다. 암호화폐 거래가 불법적인 데 활용되면 금융 당국과 중앙은행이 이를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만일 당국이 선제적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가상화폐는 주요 금융시스템과 더욱 복잡하게 엉키면서 금융 안정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5일 유럽의회에 출석해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는 규제받지 않는 ‘매우 위험한(very risky)’ 자산이다. 큰 변동성에 노출돼 있다”라고 경계했다. 
  
 그는 이어 “ECB 내 은행 감독기구에서 이런 디지털 자산이 감독기관에 가져올 수 있는 중대한 위험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JP모건 등 미국 주요 은행과 카드사가 신용카드를 통한 암호화폐 매입을 금지한 데 이어 영국 최대 은행인 로이즈뱅킹그룹도 동참하기로 했다. 
 
 가상화폐 정보업체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이 6000달러일 경우 비트코인의 시총은 1090억 달러(약 118조원) 정도가 된다. 이는 전체 가상화폐 시총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는 이제까지 비트코인이 가상화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비트코인은 1년전까지만 해도 전체 가상화폐 시총의 85%를 차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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