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증가 등 사회가 변하면서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c)창업일보.

(창업일보)이무한 기자 = 그의 사체(死體)는 2주나 방치됐다. 

아무도 그의 죽음을 알아주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배우로서의 화려했던 그의 생전 생활과 무관하게 그의 죽은 몸을 만나는데 보름이나 걸렸다. 배우 이미지(57·본명 김정미)씨 얘기다. 그는 사망 직전까지 지인들을 만나고 단막극도 촬영하는 등 외부 활동을 활발히 했지만, 홀로 숨진 채 열흘 넘게 이승을 뜨지 못했다. 

작년 11월 1일 강원도 원주시 일산동의 한 아파트에서 A(57) 씨가 숨져 있는 것을 아파트 관리소 직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시신의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이에 앞서 10월 23일 강릉시 노암동의 한 빌라 건물 옥상에서 C(51·여) 씨가 목을 매달아 숨진 채 발견됐으며 C씨는 혼자 사는 외로움과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20일 강원 춘천시 효자동의 한 빌라에서 60대 남성이 목을 맨 채 발견됐다. A(62) 씨의 시신은 누구하나 들여다 본 사람이 없었는지 한 달여 정도 방치된 것으로 추정됐으며 부패상태가 심각했다.

이들 모두 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로 모두 사망한 지 지나서야 발견됐다. 

이런 죽음을 고독사라 부른다. 고독사(孤獨死)는 가족·친척·사회에서 단절된 채 홀로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숨을 거두고 오랫동안 시신이 방치된 경우를 말한다. 고독사는 1990년대 일본에서 생겨난 신조어지만 2011년 방송으로 널리 알려졌다. 

사회의 모습이 변화하면서 가족의 형태도 달라져왔다. 많은 일손을 필요로 했던 농경사회에서는 3대에 이르는 대가족이 함께 모여 살았지만 산업화로 인해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핵가족화를 이룬지 얼마 되지 않아 급기야 1인 가구가 전체 가족 구성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면서 핵가족 형태마저 무너지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전통적인 대가족 문화가 해체되면서 핵가족화로 인해 발생한 사회 병리적 문제들을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고독사 등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독사는 우리나라에서도 사회문제화 된 지 오래다. 1년에 1000여 건 이상 돼 ‘고독사 사회’에 진입했다. 과거 고독사는 주로 홀로 사는 노인층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1인 가구가 늘면서 청·중·장년층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발생한 고독사의 40.46%가 40~50대 연령층에서 발생했다. 20∼30대 청년층도 잠재적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고독사에 대한 정부 차원의 데이터는 없다. 고독사에 대한 정의가 모호해 통계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게 이유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고독사와 관련 있는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1년 682명에서 2015년 1245명으로 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잘 알려지지 않는다는 고독사의 특성상 홀로 죽음을 맞는 사람들의 사례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고독사가 늘어나는 이유는 1인 가구 증가, 공동체 해체, 만성질환의 증가, 외로움으로 인한 우울증 등이 꼽힌다.

최근 통계청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은 2000년 15.6%에서 2010년 23.9%(414만 명), 2016년에는 27.6%(539만 명)로 6여 년 기간에 무려 23%가 증가했다. 20년 전인 1995년엔 12.7%로 가장 적은 비율을 차지하던 1인 가구가 2010년 2인 가구(2010년 24.6%, 2015년 26.1%)를 제치고 대세로 떠올랐다. 네 집 중 한 집이 1인 가구인 셈이다. 2035년에는 34.3%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1인 세대의 연령별 분포는 50대가 19.7%로 가장 많고, 40대 17.5%, 30대 17.1%, 60대 14.9% 순이었다. 

또 65세 이상 독거노인은 전체 노인의 2010년 18.5%, 2015년 18.4%로 증가했다. 독거노인 비율은 2000년 16%(54만 4,000명)에서 꾸준히 늘어 지난해 20%(118만 7,000명)를 넘어섰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15년 137만 9,000명, 2025년 224만 8,000명, 2035년이면 전체 노인 1518만 명 가운데 19.8%인 34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세종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임효연 교수는 “최근엔 황혼이혼, 조기 사별 등으로 혼자가 되는 중장년 남성 1인 가구가 느는 추세”라며 “이들이 특히 고독사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독거노인은 자녀가 있지만 보호받지 못해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

문제는 빈곤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1위다. 구체적으로 66~75세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2.7%로 OECD 평균 10.6%의 4배에 이른다. 이런 빈곤의 악순환은 더 큰 비극으로 이어진다. 고독사 못지않게 노인들의 삶을 앗아가는 것은 바로 자살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전체 자살자 수 중 노년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30%에 육박한다. 노인들이 자살을 선택하게 된 주된 이유로는 경제적 어려움(40.4%)과 건강(24.4%), 외로움(13.3%), 인간관계 단절(11.5%)이다. 

높은 빈곤율은 같은 연령대의 노인은 물론 앞으로 은퇴를 하는 예비 고령층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일에 매달리게 만든다. 사회안전망인 복지체계가 여전히 부족해 노인들을 일터로 떠미는 것이다. 대규모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이들은 또다시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형편이다. 이들의 은퇴와 이에 따른 문제들은 한국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로 자리 잡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도 독거노인돌봄서비스와 응급안전돌보미, 독거노인사랑잇기 등 여러 사업을 통해 독거노인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예산 및 인력난 등 여러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지난해 9월 10일 오후 4시께 성남시 수정구의 한 임대아파트 5층에 살던 김모(59) 씨가 집 거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김 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간경화 등 지병이 심해 올해 2월부터 요양보호사가 주 2~3차례 집을 방문해 식사를 돕고 건강을 살피는 가사간병방문 서비스를 받아왔다. 하지만 김 씨가 지난달 28일 갑자기 담당 요양보호사에게 전화해 서비스 중단을 요구했고 당일 김씨 집을 찾은 담당 요양보호사는 김 씨가 술에 취한 것을 발견했지만, 워낙 중단 요구가 완강해 더는 김 씨의 집을 찾지 않았다. 심각한 알코올 중독 때문에 가사간병방문 서비스를 받던 김 씨가 술에 취해 한 중단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배우 이미지씨는 화려한 배우활동과 무관하게 보름이나 지나 그의 주검이 세상에 발견됐다. (c)창업일보.

이후 김 씨는 이틀 뒤 동 주민센터로 전화해 “다시 서비스를 받고 싶다”고 했지만 이미 시(市) 위탁을 받아 요양보호사를 관리·운영하는 A단체는 담당 요양사를 다른 수급자에게 배치한 상태였다. 동 주민센터는 다른 단체에 김 씨의 서비스를 의뢰했지만, 대기자가 15명이어서 김 씨는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A단체 요양보호사는 수급자뿐만 아니라 65세 이상 홀몸 어르신도 돌보고 있어 인력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돌보미 한 명이 평균 25명을 돌봐야 하는 실정이다. 서비스 대상 노인도 전체 독거노인의 20%에 못 미치고 있다.

일본과 프랑스는 고독사를 줄이기 위해 독거노인들의 사회적 단절을 정부 차원에서 막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은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와 노인복지센터에서 차상위계층 독거노인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등의 지원 시스템이 활성화돼 있다. 노인 공동생활을 유도하고 사회복지사까지 배치한 ‘그룹홈’ 제도도 운영한다.

지난 8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은 전체 인구 5175만 3820명의 14%인 725만 7288명으로 유엔이 정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지역마다 노인클럽과 교육기관을 활성화하는 등 노년의 삶을 지원하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임효연 교수는 “고독사 예방을 위해선 공감적 가족관계의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려면 실업, 질병, 간병 등으로 인한 가족 해체를 막을 사회 안전망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고령화사회에 발맞춰 고독사 관련 통계 구축과 대책 마련을 위해 지난해 10월 고독사 예방 태스크포스(TF)를 설립했다.

지난 12월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노인의 정서적 소외로 인한 고독사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과학기술을 활용한 ‘사회문제해결형 기술개발사업’ 신규과제를 선정하고 향후 3년간 약 133억 원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령자와 말동무, 건강 점검 및 운동 제안 등의 역할을 하는 디지털 기기 개발에 40억 원이 투입된다. 과기정통부는 고령자 음성인식 및 대화 기능을 탑재한 디지털 기기를 개발함으로써 노인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고 응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통해 더 큰 사고를 방지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인 노인가구의 정서적 소외와 이로 인한 고독사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 내에서도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 2016년 9월 전국 최초로 ‘고독사 지킴이단’ 구성해 운영해 오고 있다. 전남도는 독거노인 등 1인 가구 고독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2016년 3월부터 5월까지 도내 독거노인과 40~64세 1인 가구 가운데 복지사각 지대에 처한 가구를 전수 조사해 2502명의 돌봄 대상자를 발굴했다.

이들을 돌보기 위해 읍면동장의 추천과 공모로 통․이장, 부녀회원, 의용소방대원 등이 참여한 가운데 ‘고독사 지킴이단’ 2559명을 자원봉사자로 모집했다. 이들은 돌봄 대상자와 1대1 결연을 맺어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안부를 살피고, 말벗도 되고, 친구 역할도 하고 있다. 현재 297개 전 읍면동에서 1640명의 ‘고독사지킴이단’이 돌봄 대상자 1893명의 안전을 살피고 있다. 그 결과 지금까지 14건의 신변 이상자를 발견해 신고하고, 537명을 공적서비스와 연계해 보호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서울 강동구(구청장 이해식)는 관내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75가구에 IoT(사물인터넷) 센서가 부착된 ‘응급안전알리미’를 설치한다. 독거노인의 가정 내에 IoT 센서가 부착된 '응급안전알리미' 설치하고, 독거노인과 생활관리사를 1대1로 매칭해 기기에서 전송되는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고독사는 이제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지금, 그 주인공은 내가 혹은 우리 가족이 돌 수 있다.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사회적 제도 안에서 더 이상 쓸쓸한 죽음을 맞지 않도록 적극적인 정책과 관심이 더욱 절실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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