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투자자 "10명중 6명이 20~30대 청년"..."취업난과 저속득이 한탕주의 부추겨"

가상화폐 투자자의 60%가 20~30대 청년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P2P투자의 평균 나이 역시 33.4세로 나타나 끝이없는 취업난과 그로 인한 저소득이 청년들로 하여금 묻지마 투자 등 한탕주의로 내모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 청년이 가상화폐 시세판을 쳐다보고 있다. (C)창업일보,

(창업일보)박성호 기자 = 20~30대 청년들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와 P2P 투자에 매몰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구없는 취업난과 그로 인한 저소득이 청년들의 한탕주의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이 11월 이용자 4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0대와 30대 이용자은 각각 전체의 29%를 차지했다. 투자자 10명 중 6명은 20대와 30대인 셈이다. 40대와 50대는 각각 20%, 12%였다.

지난 7일 P2P금융업체 8퍼센트가 자사 투자 고객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투자 회원 평균 연령은 33.4세로 나타났다. 또 20대에서 40대 투자자가 전체의 90% 이상 비중을 차지했다고 8퍼센트는 밝혔다.

취업준비생 A(27)씨는 '트론'·'에이다'·'스텔라루멘' 등 여러 코인에 가진 소액을 투자했다. 투자 계기는 '남들이 이걸로 돈을 번다고 해서'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페이스북 등에서 심지어는 23살 대학생이 코인 투자로 건물주가 됐다는 황당한 이야기도 읽었다. 거기다 주변 지인중에 하루에 200만원을 번다는 소리도 들었다. A씨는 "이럴거면 굳이 힘들게 일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직장인 B(34)씨는 최근 은행에서 직장인 마이너스 통장을 활용해 P2P(개인간 거래)에 투자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직장인 마이너스 통장을 3~5%대 금리로 대출받아 20% 내외의 고수익 P2P금융에 투자하는 거다. 손쉽게 연 15% 이상의 금리차이를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최근 2~30대 청년층이 가상화폐와 P2P금융 시장 투자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취업난과 저소득에 갈 곳 없는 이들의 한탕주의 심리가 투기 열풍을 작동시키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가상화폐의 경우 SNS 등 온라인에서 사실 확인을 할 수 없는 '누가 얼마를 벌었다'식 카더라 통신이 난무해 묻지마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는 견해도 많다.

그밖에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젊은층이 새로운 방식의 거래에 보다 빠르게 적응한다는 점도 꼽힌다.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는데 마침 소액 투자도 된다니 단순한 호기심으로도 투자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이미 전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몸집을 불려왔고 P2P 업계도 꾸준히 덩치를 키우고 있다.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2%대에 머무르는 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단기간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만연한 두 시장에 흘러들어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 규모는 하루 2조~6조원 수준에 육박한다. 대표적인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코인당 가격은 2000만원대를 넘나든다.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20%가 원화로 결제되는 등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유래없는 성장세다.

P2P시장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P2P금융을 연구·분석하는 '크라우드연구소'가 지난 6일 발표한 '2017년 11월 말 기준 금융 성장 보고서'에 따르면 P2P금융시장은 11월에만 1721억원을 취급하며 2조1744억원의 누적대출액을 기록했다. 두 달전 업계가 예상했던 연내 누적 대출액 2조1000억원을 초과달성했다.

다만 가상화폐 시장이 '도박장'으로까지 표현되고 있고 P2P금융시장 역시 여전히 불안하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에 이같은 젊은층의 투자 열풍을 바라보는 우려가 크다.

특히 가상화폐의 경우 투기 열풍을 넘어 광풍 수준에 이르러 끊임없이 극심한 가격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 29일에도 정부의 고강도 규제안이 발표되자 마자 일부 코인이 10% 이상 급락했다. 또 해킹 등 보안 문제와 불안정한 서버 등 기술적 문제 등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낮은 진입규제로 영세 거래소가 우후죽순 난립했다가 파산 신청을 한 곳까지 나왔다.

P2P업계는 연체율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대를 밑돌던 P2P대출 연체율은 10월말 6% 수준까지 급등했다. 일부 대형업체의 연체율이 급등한 것은 물론 급기야 한국P2P금융협회에서 퇴출되는 업체도 생겼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젊은 세대의 경우 소비는 해야 하는데 소득 수단이 마땅치 않으니 무모하게 '한 번에 세게 배팅하는'식으로 일확천금을 누리려는 투기적 성향이 보인다"며 "불확실한 미래에 얼마나 벌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빚어낸 산물로 일부 과도한 투자는 우려된다"고 했다.

저작권자 © 창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