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조원을 털어붓고도 해결 요원....육아(育兒)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접근해야

저출산 문제가 나라의 근간을 흔들만큼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저출산의 원인으로 육아를 꼽는다. 엄마 혼자의 독박육아도 문제이지만 육아를 개인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거시적이고 사회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2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천 일원에서 개막한 제11회 평창송어축제를 찾은 어린이가 눈썰매를 타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평창군 제공. (c)창업일보.

(창업일보)박인옥 기자 = "지금까지 있어왔던 저출산 대책들은 실패했다"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단언했다.

문 대통령은 이자리에서 "우리 저출산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2017년도 출생자 수가 36만 명 정도될 거라고 한다"며 "50만 명대에서 40만 명대로 떨어졌다가 드디어 올해에는 40만 명대로 떨어지고 30만 명대로 사상 최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합계 출산율은 1.06 또는 1.07이 될 거라고 한다. 합계 출산율이 1.3 미만이면 초저출산이라고 세계적으로 인정하는데,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무려 16년 동안 초저출산 국가가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그는 "2005년도에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저출산기본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시켰다"며 "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모두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시행했고 그동안 투입된 예산을 합치면 무려 200조원이 된다는 예상치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문제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2026년이 되면 초고령사회에 접어들고 2031년이 되면 대한민국의 총인구가 줄어들게 된다"며 "이제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경제가 어렵다는 차원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심각한 인구 위기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이제는 출산장려 대책을 넘어서서 여성들의 삶의 문제까지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다"며 "우선은 결혼·출산·육아가 여성들의 삶과 여성들의 일을 억압하지 않도록, 다르게 말하면 여성이 결혼·출산·육아를 하면서도 자신의 일과 삶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던 일을 계속 하면서, 그리고 자신의 삶과 가치를 지켜가면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내는 것이 근본적인 저출산 근본대책"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이 위에서 직접 나서서 지적할 만큼 현재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16년 동안 무려 200조를 투자했는데도 여전히 우리나라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출산율이 1.0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출산율인 1.68명보다 턱 없이 낮은 수치다. 이러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접근해야 하는 건 바로 ‘육아’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존의 저출산대책이 실패했다고 단언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6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위원 초청 만찬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C)창업일보.

“저출산문제의 핵심은 육아(育兒)”

여성들이 출산을 포기하는 이유가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독박육아’로 오는 자아 상실이다. 육아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아이를 낳으라고만 목소리를 높일 게 아니라 왜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하는 지 원인을 알고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우리가 개선해야 할 건 바로 육아는 오로지 여자의 몫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깨는 것이다.

한 산모(産母)의 시점을 통해 본 현재 우리나라 육아 현실 속으로 들어가보자.

아이를 출산하고 산후조리원에서 2주간의 시간이 그토록 꿀맛 같은 시간인지 미처 몰랐다. 기자가 퇴실을 하고 집에 돌아 오자마다 기다린 건 육아와의 전쟁이었다. 물론 출산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았지만 아이의 엄마로서 온전히 엄마만이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두 시간에 한 번씩 모유수유와 분유를 먹이고 수시로 기저귀를 갈아주다 보면 어느 샌가 어둑어둑 해가 졌다.

통잠을 잔다는 이른바 ‘백일의 기적’은 기자에겐 일어나지 않았다. 눕혀 재우기는 이미 포기한 지 오래다. 엄마 품에서는 잘 자는 아이가 왜 눕히기만 하면 깨는지, 운이 좋아 아기침대에 눕혀 재우면 그것도 잠시, 30분이 채 되지도 않아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그 사이 기자는 허겁지겁 배를 채운다.

매일같이 아이를 목욕시키는 것도 간단치가 않다.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가을에 태어난 아이가 행여나 감기에나 걸리지 않을까 아이의 목욕은 늘 방안에서다. 아이 욕조에 물을 받아 나르고 배운 대로 아이를 씻긴다. 목도 가누지 못하는 아이를 씻기는 건 생각보다 힘들다. 한 팔로 안고 머리를 감기고 행여나 귀나 눈에 물이 들어가지 않게 신경 쓰다 보면 나중엔 손목이 뻐근해 젓가락질도 제대로 하기 힘들 지경에 이른다.

그런데 본격적인 전쟁은 지금부터다. 밤에 한 시간만이라도 누워서 자기를 늘 바랄만큼 기자의 아이는 늘 엄마의 배위에서 한 몸이 된 채 잠이 들었다. 그것도 잠시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깨기 일쑤, 배 위에서 재우다 안 되면 아이를 안고 방안을 서성이며 토닥토닥 재운다. 기자의 밤은 새벽녘까지 아이를 재우는 데 온전히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여러 번 반복해서 어렵게 잠들어도 늘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는 아이에게 다시 젖을 물리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그렇게 또 다시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이 반복됐다. 당시 한가지의 바람은 ‘한 시간만이라도 깨지 않고 자기를…’이었을 만큼 육아에서 밤잠을 설치는 건 가장 힘들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다. 이제 아이에겐 수유를 하지 않는다. 이유식을 시작하면 조금 나아질 줄 알았다. 매일 같이 젖병을 씻고 소독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줄었다. 전보다 기저귀 갈아주는 횟수도 줄고 밤에 잠들어 있는 시간도 조금 길어졌다. 한 숨 돌린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를 키워본 엄마들이 아이가 누워있을 때 가장 편하다고 했던 얘기를 뼈저리게 느끼기 시작했다. 기기를 시작한 아이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았다.

아이 눈높이에 있는 집안의 위험 요소들을 없앴지만 한 시라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 아이는 내 시아에서 벗어나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눈으로 집안 곳곳을 탐색하며 기어 다니기 시작한 아이를 쫓아다니는 건 생각보다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틈틈이 이유식을 시작한 아이의 식단을 짜고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고, 여전히 어른들과 함께 할 수 없는 식단에 늘 어른 식단, 아이 식단 나눠서 챙겨야 했다.

이 때가 되니 화장실 한 번 다녀오는 것도 전쟁이었다. 잘 놀고 있는 것 같아 잠시 화장실을 가면 아이는 문 앞에서 문을 두드리며 엄마가 나올 때가지 운다. 세상이 떠나갈 것처럼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 탓에 결국엔 아기띠에 아이를 메고 화장실에 다닐 수밖에 없었다.

아이의 성장은 생각보다 빨랐다. 매 계절마다 맞지 않는 옷과 신발에 아이 용품을 구매하기를 반복하다보니 어느덧 기자의 아이는 5살이 되었다. 그런데 여전히 육아는 전쟁이다. 부쩍 아침잠이 많아진 아이를 깨우는 건 늘 전쟁이다. 출근을 해야 하는 탓에 어쩔 수 없이 잠든 채로 어린이집 차에 태워 보내기를 매일 같이 반복한다. 주말이 돼서야 온전히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인 만큼 아이는 늘 주말을 기다린다. 주말 하루 동안 아이와 하는 놀이를 세워봤더니 7~8가지에 이른다. 아빠가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하다 보니 주말 아이를 돌보는 건 온전히 여자의 몫이다.

한 산모의 경험담을 얘기했지만 모든 엄마들의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초보 엄마들은 모든 것이 처음이다 보니 모든 상황이 낯설고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롯이 해내는 게 엄마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니까 당연히 아이를 돌봐야 하는 거 아니냐’는 주위의 시선에 투정한 번 제대로 부리기 힘들다. 우리 사회는 엄마가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통념이 자리하고 있다. 행여나 아이 엄마가 아이를 두고 혼자 외출이라도 하면 ‘아이는 어떻게 하고 나왔냐’는 얘기를 듣기 십상이다. 만약 아빠가 외출했다면 그런 얘기를 들었을까.

혼자서 육아를 전담한다는 이른바 ‘독박육아’로 고통을 호소하는 엄마들이 적잖은 게 우리 현실이다. 온종일 혼자서 아이를 돌보다 보니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가끔 사회면에서 산후우울증으로 아이를 데리고 안 좋은 선택을 한 소식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접한다.

특히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워킹맘’들은 이중고에 시달린다.

30대 워킹맘 신모 씨. 근무 중에 어린이집 선생님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아이가 열이 있으니 데려가는 전화였다. 헐레벌떡 하던 일을 정리하고 택시를 타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이번에야 직접 데리러 갈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면 난처하다. 아픈 아이가 신경 쓰여 조퇴하지만 먼저 나서야 하는 발걸음도 무겁다. 그럴 때면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지만 그것도 엄마로서 또 자식으로서 죄책감이 든다.

만약 아이가 병원 입원이라도 해야 할 상황이 되면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신세가 된다. 아이가 예고를 하고 병치레를 하는 게 아니다 보니 항상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럴 땐 워킹맘으로 살아간다는 게 고되다.

5살, 3살 난 아이 둘을 키우는 20대 김모 씨. 2년 전, 작은 아이가 아파 병원에 입원했을 때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아이가 입원한 탓에 24시간 아이의 병실을 지켜야 했지만 큰 아이 역시 엄마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나이 때여서 병원에 하루 함께 머물렀는데 아픈 아이와 함께 병실에서 돌보는 게 여간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이를 간호하기 위해서 할 수 없이 친정 엄마의 도움을 받았다.

육아와 일의 기로에 선 워킹맘들 ‘아이돌봄 서비스’ 신청했다 결국 포기

한국의 경우 워킹맘들의 고충은 더하다. 늘 육아와 일의 기로에 서있다.

워킹맘인 양모 씨(35)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근무하는 대표적인 ‘알파걸’이다. 엄마 노릇도 그녀가 살아온 인생처럼 순탄할 줄 알았지만 육아 휴직 후 복직 3개월째 그녀의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워킹맘인 그녀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무려 다섯 명의 ‘아이 돌보미 군단’이 나섰다. 두 아이는 오늘도 출근하는 엄마를 붙잡고 울고 있다. 10년 간 쌓아온 커리어를 ‘끝내 포기해야 할까’ 오늘도 그녀의 고민이 깊어만 간다.

워킹맘인 남궁모 씨(33세)의 사정도 마찬가지. 10년차 베테랑 간호사인 그녀는 틈만 나면 남편과 말씨름을 벌인다. 직장에선 누구보다 훌륭한 간호사로 평가받고 있지만 집에선 자신의 욕심만 차리는 ‘나쁜 엄마’라고 말한다. 직업 특성상 휴일에도 근무해야 하는 자신 때문에 남편은 강제 독박육아 중이다.

노르웨이에서는 엄마가 아빠처럼 직장을 다니는 것이 당연하고, 아빠가 가정에서 엄마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너무 자연스럽다. 노르웨이의 경우 시간제 정규직 제도가 자리를 잘 잡고 있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경우 풀타임으로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일 때 근무 시간의 비율을 적당히 줄일 수 있다. 노르웨이 엄마들이 일을 그만 두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이유는 시간제 정규직의 힘이 크다. 또 대체 인력 사용을 통해서 엄마나 아빠들이 병가, 연가, 자녀 돌봄 휴가 같은 것들을 충분히 활용하며 육아를 할 수 있다.

최근 육아휴직을 마치고 직장에 복귀한 김모(34) 씨는 정부에서 시행 중인 ‘아이돌봄 서비스’를 신청하려다 포기했다. 김 씨는 신청일이 다됐는데도 배정받지 못해 결국 지방에 사는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겼다.

김 씨는 “정작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없거나 이용하기 힘든 정책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며 “아이를 키우기 나쁜 환경에서 누가 마음 놓고 출산을 하겠냐. 수당을 올리는 것보다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촘촘한 정책 구성과 집행이 더 중요하다”고 토로했다.

워킹맘 송모(35) 씨. 어린이집 방학기간 동안 5살 난 아이를 맡기기 위해 아이돌봄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이용일이 가까워도 결국 배정받지 못했다.

아이돌봄 서비스는 만 12세 이하 아동을 둔 맞벌이 가정 등에 정부에서 보증하는 돌보미가 아이를 돌봐주는 제도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아이돌봄 서비스 이용가구는 지난 2012년 4만 3947가구에서 2016년 6만 1222가구로 증가했다. 매년 만족도 조사에서 90점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실제 돌보미가 턱없이 부족해 배정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 서비스 대상인 12세 이하 어린이는 전국적으로 590만 명이지만, 돌보미는 2만 1000명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1년 전에 신청을 해도 배정받기가 쉽지 않다. 왜 그럴까.

2년간 돌보미로 활동했던 신모(49) 씨는 “비슷한 일을 하는데 사설 업체에 비해 낮은 수준의 급여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일은 많지만, 급여와 점점 열악해지는 처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설 산후도우미로 업체 옮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 아이돌보미 시간당 수당은 6500원으로 복지부에서 운영하는 장애인활동보조 서비스 6930원과 노인돌봄 7350원 등에 비해 시급이 현저히 낮다. 과거 실비로 지급되던 교통비 역시 현재 편도 10㎞ 이상 이동하는 경우에만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상대적으로 수입이 줄어든 셈이다.

권현숙 광주아이돌봄노조지회장은 “활동 시간이 들쭉날쭉해 급여가 일정하지 않고 처우도 갈수록 열악해지니 사람들이 얼마 버티지 못한다”며 “10년 전 나와 함께 교육받았던 돌보미 수십 명 중 2명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정부는 최저임금이 16.4% 오르는 것에 맞춰 돌보미 수당 등 인건비, 고용부담금 인상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단순한 재정 지원만으로 출산율을 높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재정지원만으로 얼마나 효과가 나타날지도 미지수다.

여성가족부는 늘어나는 아이돌봄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18년 아이돌보미를 2만 1000명에서 내년 2만 3000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올해 추가경정예산 11억 3100만 원을 확보해 저소득층 아이돌봄 서비스 이용 시간이 현재 연간 480시간에서 600시간으로 늘어나게 됐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7 롯데그룹 WOW(way of women)포럼에 참석해 롯데 10년 스토리 가족모델(남성 육아휴직 사내부부, 1000번째 남성육아휴직자, 롯데어린이집 1회 졸업생가족 등)과 가족친화기업문화에 관해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여성가족부 제공. (c)창업일보.

남성 육아휴직, 52.1% 증가…여전히 눈치는 보여

독박육아의 고통이 심할수록 출산율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행인 건 남성 육아휴직자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남성들의 육아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을 아예 의무화한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남성의 육아휴직자 비율이 10%를 넘어섰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자는 6월말 기준으로 510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2.1% 증가했다. 전체 육아휴직자(4만 4860명) 대비 비율은 11.3%를 넘어섰고, 전년 동기(7.4%)에 비해 약 4%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할 산도 만만치 않다. 남성 육아휴직이 공직사회와 300인 이상 대기업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육아휴직을 하고 싶어도 망설이는 남성들이 적지 않다. 보수적인 기업 풍토와 가계 소득 감소가 대표적인 걸림돌이다.

직장인 강모(36)씨는 “눈치 보지 말고 육아휴직을 쓰라고 하지만, 직장 상사와 동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이면 모를까, 민간기업에서 남자가 육아휴직을 쓴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지난 8월 21일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이 10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50만 원, 하한액도 50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20만 원 늘어나는 ‘고용보험법 시행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육아휴직 급여는 지난 2001년 육아휴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고용보험에서 월 20만 원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2011년 통상임금의 40%(하한 50만 원·상한 100만 원)로 상향된 채 유지됐다. 이는 해외 육아휴직 급여의 통상임금 대비 비율 비해 낮은 수준이다.

스웨덴은 아이 한 명을 낳으면 부모에게 480일의 육아휴직이 부여되며 육아 휴직자에겐 월급의 80%가 지급된다. 일본은 첫 6개월 67%, 이후 50%를 받을 수 있다. 노르웨이는 출산 후 49주까지 100%를 지급받거나 59주까지 80%를 지급받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프랑스 사례로 본 저출산 해결책

여전히 우리나라는 저출산이라는 문제로 골머리를 썩는다. 정부가 10년 간 무려 100조를 쏟아 부었는데도 출산율이 1.17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올해는 1.03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올해 신생아 수가 36만 명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성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여전히 육아에 대한 문제가 가장 큰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연구원이 지난 7월 23일 발표한 ‘경기도민 삶의 질 조사 Ⅳ: 가족’ 보고서에 따르면 젊은 여성의 경우에는 ‘결혼과 자녀’에 대해 많은 의향을 보이지 않았다. 결혼에 대한 질문에 20대 여성의 49%는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밝혔다. 30대와 40대에선 45%, 51%씩이었다. 자녀 인식에서는 30대 여성의 51%는 ‘없어도 상관없다’고 했다. 20대와 40대의 경우, 각각 42%, 38%에 달했다.

선호하는 자녀수에 대해선 20~30대는 1.6명이지만 70대 이상은 2명 이상이었다. 미혼 남성의 71%는 '결혼 의향이 있다'고 답했지만, 미혼 여성은 59.8%만이 이같이 밝혔다.

가사와 양육을 거의 전담해야 하는 ‘독박육아’ 부담에 다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경기연구원 이병호 연구위원은 “결혼을 통한 출산이라는 전통적 규범이 여전히 강한 한국에서 초저출산 현상을 결혼과 출산의 가치가 동시에 낮아져 심화된다”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결혼에 대한 부담을 극복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출산율 제고를 위해 내년 7월부터 5세 이하 아동에게 월 10만 원씩을 지급하는 아동 급여 예산으로 1조 1009억 원을 책정했다. 또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 아빠 육아휴직 급여를 200만 원으로 올리는 등 육아휴직 예산을 올해보다 26% 상승한 9886억 원을 배정했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저출산 문제가 심각했던 프랑스는 1993년 당시 출산율이 1.65명으로 최저점을 찍었다. 프랑스가 2014년 유럽에서 가장 높은 합계출산율 1.93%으로 유럽국가 중 최고 수치다.

지난 11월 16일 파비엥 페논 주한 프랑스 대사는 제1회 서울인구 심포지엄의 기조연설에서 프장스 인구 정책의 성공요인을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점과 안목, 가족 구성원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적인 지원, 사회 변화를 감안한 제도 등을 꼽았다.

프랑스는 출산 및 육아와 관련한 보조금, 세제 혜택, 주택기금 등에 국내총생산(GDP)의 5% 이상을 쓰고 있다. 출산을 하는 부모에게 다양한 지원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산 직후에 받는 출산격려금, 3세 이하 영아를 위한 육아휴직이 대표적이다. 프랑스는 영유아뿐 아니라 한 아이가 성장하고 성인이 될 때까지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가족의 형성과 유지’를 위한 부분과 ‘출산과 양육’을 위한 부분으로 나눠,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는 가족수당, 새학기수당, 영유아수당 등 모든 지원은 둘째 이후의 자녀가 더 오랫동안 받을 수 있다. 세 명 이상의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대가족카드’가 발급되는데, 공공교통요금이 반액으로 줄 뿐만 아니라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 약 70여개 제휴기업의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세계지원도 부양가족이 많은 가족의 소득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행하는 제도다. 프랑스에서는 영아를 둔 가정, 미혼가정, 다자녀가정 등에 가족 수당을 주고 자녀가 있는 가정에 더 높은 세금 감면 혜택을 준다. 한 가정당 매달 평균 445유로(64만 5,000원) 정도의 가족 관련 수당이 지원된다. 자녀 양육을 위해 일을 쉬거나 근무시간을 단축한 부모에게는 최대 6개월까지 보조금을 주고, 여성들이 출산 뒤 일터에 복귀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도 형성돼 있다.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고달프다. 육아는 현실이다. 독박육아에 내몰린 엄마들의 세상이 녹록지 않다. 육아는 단순히 아이를 기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육아가 꼽히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육아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님은 확실하다. 육아는 일자리와 복지, 보육, 주거, 의료 등과 맞물려 있다. 이 때문에 독박육아를 권하는 사회적 인식과 틀을 깨지 못하면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육아를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육아는 오로지 여자의 몫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깨고 사회가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면 고질적인 저출산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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