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고용사정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를 먹고 사는 '불안 산업'이 뜨고 있다. 미래가 불투명해지자 보험·연금상품에 손님이 들끓고, 건강이라도 챙겨야 한다는 강박 관념은 한동안 부진했던 의료업에 생기를 불어넣는 모습이다. 직장을 잃은 40∼50대가 소규모 창업 대열에 뛰어들면서 시장조사와 경영상담을 해 주는 업종도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반면 영화 운동 오락 등과 관련한 업종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유원지나 테마파크는 지난해 이후 줄곧 파리를 날리는 형편이다.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갖는 것마저 '사치'가 된 셈이다.

 

미래가 불안하다

 

저금리로 은행 이자가 줄어들면서 안정적인 미래 수입을 보장해주는 보험·연금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보험·연금업 지수(2000=100 기준)는 지난 4월 169.7로 5년 전인 2000년 4월(96.4)에 비해 76.0% 높아졌다.

 

보험·연금업에서 발생한 부가가치가 그만큼 크게 늘어난 셈이다. 연도별 보험·연금업 지수 증가율은 지난 2001년 2.6% 낮아졌다가 2002년 15.5%로 뛰어 오른 뒤 2003년(14.8%)과 2004년(9.9%)에도 10% 안팎의 높은 증가율을 지속했다. 올 1.4분기(1∼3월)에는 2%대로 성장세가 잠시 주춤했지만 4월 들어서는 다시 7%대로 증가폭이 커졌다.

 

홈쇼핑업계에서도 요즘 '보험상품'은 '효자'로 통한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보험상품 판매방송은 최근 들어 5개 홈쇼핑업체가 모두 매주 10∼14시간 정도를 보험상품 판매에 할애할 정도로 호황이다. CJ홈쇼핑 관계자는 "보험은 배송비가 들지 않고 반품에 따른 추가 비용이 없는 알짜 상품"이라며 "게다가 장기불황과 고실업으로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보험상품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장사라도 해볼까?

 

고용사정 악화로 호프집이나 치킨집 등 소규모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면서 창업 관련 컨설팅 사업이 부쩍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 2001년 98.4에 그쳤던 시장조사 및 경영상담업 지수는 지난해 120을 넘어섰고 올 4월엔 144.4까지 치솟았다. 자영업자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30%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전히 창업 컨설팅회사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고령화 추세 속에 몸부터 챙겨야 한다는 의식이 확산되면서 의료산업도 다시 팽창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의료업은 지난 2000년(-6.2%)과 2001년(-3.1%)에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다 2002년부터 회복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성장률이 5.0%에 달했고 올 4월에도 4.1%의 증가세를 지속했다.

 

놀고 먹는 데는 인색

 

반면 오락·문화·운동 관련 서비스업은 지난해 2분기(4∼6월) 이후 올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동안 한국 서비스업의 미래 성장동력으로까지 일컬어지던 영화산업은 올 들어 매월 20%대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가족 나들이객이 줄면서 유원지·테마파크 운영업 지수도 지난 4월 105.1을 기록,5년 전인 2000년 4월(124.1)에 비해 15.3% 떨어졌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서비스업종 내에서도 불황기의 전형적인 모습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며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는 가운데 내수마저 부진을 지속할 경우 장기 불황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자료원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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