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은 2~3명이 ‘사장, 부사장’ 직함을 달고 함께 경영에 참여한다. 그러나 ‘공동창업’은 5~10명 이상이 함께 투자하지만, 운영은 전문가 한두 명에게 전담시킨다. 일종의 ‘소유·경영 분리’ 경영방식이다. 전문가만이 회사경영을 맡고, 실적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투자자 간 분쟁 소지도 적고, 부도 우려도 적다. 초기자금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홍콩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선진국 소규모 사업에서 보편화된 창업 방식이다.

 

○...주부 윤초슬(31)씨는 지난 6월 남편과 대학선배 4명과 함께 광주 전남대 후문에서 가격파괴형 피부관리실 ‘이지은레드클럽’을 공동창업했다. 윤씨가 원장을, 네 명은 투자자로만 남았다. 이들은 2000만~4000만원씩 투자해 비율대로 수익을 분담한다. 윤 원장은 월급을 따로 받는다. 월평균 1000만원의 수익금을 투자비율대로 나누는데 4000만원을 낸 투자자는 요즘 월 260여만원을 가져간다. 연 70~80%의 수익률이다. 윤씨는 “주5일 근무제로 인한 투잡스족을 원할 경우 동업보다는 공동창업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투자자는 모두 빠지고 외부 전문가를 사장으로 영입한 경우도 있다. 신혜정(28)씨는 직장 동료 7명과 함께 1억원을 공동투자해 유기농농산물전문점 ‘무공이네농장’ 명일동점을 냈다. 8명은 투자자로만 남고, 운영은 유기농 농산물 전문가에게 맡겼다. 서울 압구정·대치동 등에 9개 피자전문점을 운영 중인 파파존스. 작년에 투자자 10명이 3억원씩을 모아 출범했다. 투자자 중 한 사람이 사장을 맡았다. 아직은 직영점 형태로 운영하고 있지만, 조만간 프랜차이즈사업으로 점포 수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공동창업은 투자자들의 다양한 경험을 살려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서울 강북의 유명 고깃집을 운영하는 최제철 사장은 공동투자자 6명과 함께 5억원을 모아 작년 10월 압구정동에 차돌박이 전문점 ‘차돌집’을 열었다. 최 사장은 소고기 유통망을 꿰고 있었다. 다른 투자자들은 강남의 지역적 특성을 살린 마케팅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결과는 고수익의 대박이었다. 대기업 간부였던 정준권(40) 점장은 작년 9월 서울 여의도에 맥주전문점 ‘와바(WaBar)’를 열었다. 정 점장은 “창업자금 5억원을 혼자 마련할 수 없어 5명이 공동투자했다”며 “주점(酒店)경영 경험자가 있어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루 근무시간이 긴 음식점, 주점, PC방 등을 비롯해 초기 창업비가 많이 드는 업종이 공동창업에 적합하다”고 말한다.

 

▶공동창업 10계명◀

<1>. 자금관리를 투명하게 하라 <2>.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라 <3>. 사업자등록증은 공동대표로 하라 <4>. 의사결정은 꼭 동업자와 전문경영인의 합의후 시행하라 <5>. 동업계약서는 꼭 작성하고 공증하라 <6>. 투자금회수방식을 처음부터 명문화해라 <7>. 업무분담을 정확히 할 것 <8>. 투자자간 솔선수범 <9>. 이익배분율을 구체적으로 명기하라 <10>.우정과 비즈니스를 구별하라

 

○...작년 가을 서울 송파구에 대형 PC방을 공동창업한 A(34)씨는 사업 초기 투자자들 간에 적지 않은 갈등을 빚었다. 초기 영업상황이 안 좋았고, 이익금 분배마저 어려웠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건비를 더 줄여라’ ‘투자비를 되돌려 달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인 A씨는 자신의 경영 스타일을 밀고 나갔다. 결과는 성공. 창업 6개월 만에 월 3000만원의 순수익을 올려 ‘고수익 매장’으로 만들었다. A씨의 성공 비결은 전문가 경험을 끝끝내 발휘할 수 있었던 ‘공동계약서’에 있었다. “투자합의서에 ‘영업이 어렵더라도 1년 이내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없다’는 항목을 넣었어요. 경영 초기 나의 소신경영이 가능했지요.” A씨는 “공동계약서에는 투자자들의 각기 참여 지분, 직책, 이익분배 원칙, 재투자 비율, 계약파기 조건, 종업원 채용, 결재방식 등 사업운영상 예상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들을 철저히 문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합의서 없이 창업했다가 낭패를 본 사례는 많다. 대기업 간부 출신 이모(48)씨 등 직장동료 5명은 작년 1인당 8000만원씩 총 4억원을 들여 서울 삼성동의 한 참치 전문점을 공동창업했다. 장사는 잘됐다. 하루 500만원, 월 1억5000만원 정도 매상이 올랐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자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내가 더 많은 금액을 투자했다” “실제 노동력 투자는 내가 제일이다” “내 아이디어 덕을 봤다”…. 투자자들 간 이해다툼이 이어졌고, 결국 법정 소송에 이르게 됐다.

 

○...공동창업은 ‘소유·경영 분리’라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인터넷 기반의 종합정보지 사업을 추진했던 D씨. 사업추진에 필요한 도메인 확보에 가진 돈을 다 투자했다. 정작 창업할 때는 돈이 모자라 주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급전을 구하다 보니 명확한 운영 원칙이 없었다. 투자자들 모두 공동 경영에 참여, 동업자가 돼버렸다. 말은 ‘공동창업’이었지만, 형식은 전형적인 동업(同業)이었다. 회사 정책 결정 때마다 의견이 엇갈렸다. 투자금액들이 엇비슷해 강력한 발언권을 가진 사람이 없어 의사 결정이 늦어지기 일쑤였다. D씨는 사업권을 포기했고 투자자들 사이에 다시 주도권 다툼이 심해져 회사는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D씨는 “잘 아는 사람들끼리 사업을 시작한 터라 투자자들 간 업무분담을 처음부터 명확히 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5~6명 이상 참여하는 공동창업은 투자자가 많아 크고 작은 일마다 투자자들이 각각 ‘제 목소리’를 낸다면 제대로 경영을 해 나갈 수 없다”며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운영주체가 책임경영을 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자료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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