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불황의 여파로 인해 창업시장이 얼어붙었다. 그나마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1억원 미만의 소자본 창업을 준비 중이다. 소자본 예비창업자들이 창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부담을 느끼는 부분은 단연 점포다. 보증금과 월세, 권리금 등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 때문에 점포를 대신해 발로 뛰는 게 가능한 무점포 창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무점포 창업은 고객들을 직접 찾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사업을 알리기에 힘든 단점이 있다. 그러나 본인의 노력에 따라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벽걸이수족관 ‘닥터피쉬119’를 운영 중인 최천호씨(40)는 트럭을 점포 삼아 물품을 싣고 돌아다니며 사업을 하는 무점포 창업가다. 옷가게를 운영하던 최씨는 점포임대비와 혼자 사업을 지속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점포 없이 혼자 할 수 있는 사업을 찾던 중 우연히 닥터피쉬119를 알게 돼 전업을 했다. 본사에서 해피콜로 수족관 설치를 희망하는 고객을 연결해 주기 때문에 영업을 따로 할 필요는 없다. 어려운 점은 고객들이 원하는 시간에 방문하는 것. 시간을 지키기 위해 밥 때를 놓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약속시간 엄수는 곧 신뢰로 이어진다.’ 절대로 깨뜨려서는 안된다는 게 그의 사업철칙이다. 수족관은 설치가 전부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야 하므로 고객관리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철칙 덕택에 그는 현재 하루 10가구를 방문할 정도로 고객들에게 인기 있는 수족관 사장이 됐다. 창업비용은 트럭과 초도물품비 등을 포함, 총 4,000만원 정도가 들었다. 월평균 매출은 600만원, 순수익은 500만원선이다.

 

<>경기도 성남에서 생활영상편집전문 프랜차이즈 ‘뷰메이트’를 운영하는 한석철씨(28)는 1인 사업가로 영업직원은 물론 사무실도 없다. 소위 말하는 소호형(SOHO) 사업가다. 그가 운영하는 ‘뷰메이트’는 생활 속 온갖 에피소드를 영상으로 기록하는 신종 직종이다. 돌잔치, 기업행사 등 일반인 및 중소기업의 의뢰를 받아 촬영 및 영상물 편집을 대행해 주기도 한다. 사업영역이 한정적이지 않고 촬영, 편집, 이벤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는 틈틈이 가가호호를 방문하며 전단지를 뿌린다. 뷔페식당 등 대형 연회장에도 홍보용 영상물을 돌리며 사업내용을 알리고 있다. 홍보를 한 뒤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나타나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주문을 받아 현장에 나가 촬영한 후 행사 성격에 맞게 편집해 준다. 영상을 비디오테이프와 DVD에 녹음하는 데 평균 8시간 걸린다. 건당 요금은 25만∼30만원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성남의 뷔페연회장과 전속계약을 맺었다. 전속계약으로 고정 주문건수는 일주일에 2∼3건에 달한다. 이외에도 결혼, 회갑, 가정 대소사, 기업의 신제품 홍보, 레저정보 등 영상 콘텐츠 주문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한씨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하루 24시간이 짧기만 한다. 편집기술 습득, 연출공부 등 자기계발을 지속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게을러지면 경쟁사에 시장을 잠식당하기 십상이라고. 그의 수입은 웬만한 샐러리맨 못지않다. 월 300만원을 웃돈다. 창업비용은 디지털캠코더, 컴퓨터와 편집용 소프트웨어 일체를 구입하는 데 1,000만원, 가맹비와 교육비 600만원을 포함, 총1,600만원이 들었다.

 

<>무점포 창업은 점포 역할을 포함해 1인 다역을 해야 하므로 자신을 얼마나 파느냐가 사업의 관건이라 볼 수 있다. 대표적 업종으로는 생활영상편집, 자판기사업, 아동방문학습, 이동입체영화관, 스킨십 용품판매점, 육각수기 판매설치업, 침대청소관리업, 포장이사전문업, 욕실관리업, 인테리어업, 비디오 방문대여업, 베이비시터 파견업 등이 있다.  무점포 관련 업종은 과거에는 영업에 중점을 둔 영업딜러형 사업과 배달 서비스업 분야만이 활성화됐으나 최근에는 교육서비스업종, 전문성을 지닌 커리어형업종, 생활편의업종을 비롯, 다양한 분야에 걸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무점포 창업은 당장 경제적으로 어렵다거나 더 나은 돈벌이를 바란다고 무턱대고 덥석 덤벼들면 위험하다. 창업비용이 적어 부담이 작은 만큼 실패율이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특히 한때 유행처럼 번진 벤처 거품이 붕괴되면서 졸지에 부실덩어리로 떨어진 사례가 많다는 점을 떠올리고 철저한 준비와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창업강좌, 혹은 창업서적을 두루 섭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사 방문, 시장조사,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벤치마킹을 하는 것도 좋은 준비방법이다.  무점포 사업아이템은 소비자들에게 낯설지 않은 게 좋다. 신선하고 독특한 아이템은 일단 피해야 한다. 현실적이고 가까운 곳에서 찾는 게 현명하다. 어느 정도 검증된 아이템으로 도입기, 혹은 성장기에 있는 아이템이 적절하다고 본다. 이때 자신의 적성과 장기 비전을 따져보는 것은 필수다.  무점포사업의 최대 적은 ‘게으름’이다. 초단위로 시간을 쪼개 쓰는 철저한 자기관리가 없으면 사업을 유지하기 힘들다. 사업을 시작했다고 해서 시장의 흐름이나 관련정보에 둔감해서는 안된다. 장기간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더 나은 사업방향을 찾아 개선해야 한다.  

 

무점포 사업을 하다 보면 자존심 상하는 일이 허다하다. 직접 소비자를 찾아 영업을 하다 보면 ‘잡상인에 대한 편견’ 때문에 무시당하는 일도 종종 있기 마련이다. 이때마다 얼굴을 붉히며 사업중단을 선포할 수는 없는 일. 사업성공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자존심 따위는버려야 한다. 즉 자신보다 사업을 우위에 두는 게 현명한 대처다.  모든 창업이 그러하겠지만 특히 무점포 사업은 어렵게 얻은 기회인 만큼 한 번 잡은 고객은 절대 놓쳐서는 안된다. 고객과의 시간약속을 철저히 지키고 최상의 서비스로 고객에게 신뢰를 쌓아 단골고객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글/ 김갑태 한솔창업컨설팅 소장. 자료원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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