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하면 선동렬, 축구하면 차범근이라고 한다. 가수하면 그래도 나훈아고, 배우하면 역시 안성기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것이 아닌데 이런 질문과 답에 우리는 대부분 고개를 끄덕인다. 냉면은 조박사, 부대찌게는 놀부, 햄버거는 맥도날드, 피자는 피자헛....

 

내용을 좁혀 우리 집의 대표 메뉴는 무엇일까? 가격이나 맛에서 혹은 양에서 고객이 만족하게 내놓는 그런 메뉴가 하나 정도 있는가 되짚어 본다. 분식집의 경우 어딜가나 유사한 메뉴로 고객을 맞이한다. 라면부터 시작해 쫄면, 김밥, 우동, 덮밥 거의 30여 가지에 이르는 메뉴가 가격까지 비슷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다. 하지만 여러분(고객)들의 머리 속에는 그 집은 뭐가 제일이지하고 생각하는 집들이 메뉴에 따라 정해져 있기도 할 것이다. 볶음밥은 어디가 맛있고, 김밥은 그래도 그 집이 제일이야, 우동은 허름해도 지난 주에 간 집이 제일 괜찮고, 김치찌개 맛은 학교 근처에서 먹던 그 집이 제일이지 하고 말이다. 그래서 경기가 불황으로 허덕이더라도 기다려가며 먹어야 하는 음식점이 따로 있는 이유다.

 

그럼 그런 음식점이 되기 위해서는 무슨 준비를 해야 하나? 해답은 주인의 부단한 노력에 있다. 신촌역의 어느 부대찌게 집은 주인이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 6개월 동안 지방의 유명한 부대찌게 집을 찾아 다니며 맛을 연구했다고 한다. 매일 매일 부대찌게를 먹어보고, 그도 모자라 직접 사와서는 성분도 분석해보고 하는 시간을 6개월이나 가졌다는 점에서 필자는 박수를 친다. 결국 그 주인은 자신만의 소스를 개발했고, 실제 필자의 입맛에는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지만 주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땀이 배인 소스를 자랑스러워하며 손님에게 당당히 권유하게 된다. 대전 시내의 은행동은 분식집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집 건너 하나가 분식집일 정도다. 그렇게 많은 경쟁 점포들의 대부분이 각자 단골을 확보하여 무리 없이 장사를 잘 하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쫄면은 신포만두, 김치 볶음밥은 보통사람들, 김밥은 이수락, 양념 칼국수는 공주분식, 두부 두루치기는 광천식당 이렇게 대표 메뉴를 고객 스스로가 인정하고 때마다 자신이 먹고 싶은 메뉴를 찾아간다. 그렇게 메뉴의 특화 부분이 잘 형성되었기 때문에 하나의 작은 상권 안에서 분점까지 내가는 형편으로 발전한 상태로 음식점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견학을 권유하고 싶다.

 

고객을 끌어 모으려면 대표 메뉴를 가져야 한다.  다른 집보다 메뉴수가 많다고 더 많은 손님이 찾아 올 것이라는 발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얼마 전부터 유행한 칼국수 집을 보면 메뉴는 달랑 두 세 가지. 칼국수와 수제비 혹은 보리밥 정도다. 그래도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메뉴가 적다보니 자재 관리도 쉽고, 솜씨 좋은 주방장 혼자서 모든 일처리가 가능해 운영에도 힘이 적게 들어간다. 자신의 가게에 붙은 메뉴판을 보고 정말 음식점으로 성공하고자 한다면 메뉴수를 세가지 내외로 줄여야 한다. 그저 경쟁사보다 나은 정도로 장사하길 원한다면 10가지 안으로 줄이고 대표 메뉴를 만들도록 하자. 다 맛있게 만들 생각도 가급적 버렸으면 한다. 오랜 시간을 들여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닌 식사 시간대의 피크 타임 때 한 테이블이라도 회전을 늘여야 하는 마당에 어찌 모든 메뉴를 솜씨 좋게 만들 수 있는가?  다만 많은 고객이 우리 집의 대표 메뉴를 먹기 위해 오게끔 준비하자. 미식가가 아니더라도 아! 이 집의 이 맛은 정말 괜찮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도록 말이다.

 

이제부터라도 주인은 가게를 비우고 국가대표 감독처럼 대표 선수 발굴을 위해 뛰어 다녀야 한다. 시간과 돈을 들이고 심지어 자존심을 구겨가면서라도 유명한 메뉴를 가지고 있는 집을 찾아가 비법을 배워야 한다. 정말 훌륭한 대표 선수 하나를 갖는 일은 대대손손이 잘사는 길이라는 점을 명심하면서 말이다.필자는 지금도 막국수(대충말은 물국수) 생각이 간절하면 화양리에서 흑석동의 재래 시장까지 찾아간다. 달랑 2천원을 들고서 말이다.

 

글/ 이경태. 점포키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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