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차니스트를 아십니까? 졸다가 자고, 자다가 지치면 깨고, 깨면 배고프고, 배고프지만 먹기 귀찮아서 그냥 자는 사람들. '소파의 세계'의 저자 이븐느 하우브리히는 이들의 출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오히려 14미터에 이르는 길다란 소파를 만들어 거기에서 뒹굴기를 권한다. 너무 빠른 일상과 일 속에서 현대인들이 벗어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귀찮다 + ism'의 조어법으로 탄생한 귀차니스트는 인터넷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왼쪽 만화는 귀차니스트의 일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발치에서 울리는 전화를 발로 차고 수화기를 귀로 가져가기가 귀찮아 그냥 큰 소리로 통화를 하는 모습이다. 이 글은 바로 이러한 귀차니스트를 고객으로 하는 편의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기사이다. 아래 첨부파일역시 귀차니스트 관련 글. 하여튼 요지경속 세상이다....[편집자 주]

 

‘귀차니스트’를 위한 편의상품 인기

 

지구촌이 한국에 놀라면, 그 이유의 앞자리에는 대개 ‘다이내미즘’이 있다. 정력적이고, 화끈하고, 급하고, 드센 한국인은 세계인에게 “다이내믹 코리아”를 경탄하게 한다. 그런데 한 구석에서 얼마 전부터 스멀스멀, ‘귀차니즘’이 피어 오른다. 당돌한 고양이 만화 캐릭터 ‘스노우캣’을 원전으로 삼고, ‘귀찮다+ism’이라는 조어법으로 탄생한 이 ‘이념’은, 어느덧 젊은층의 주요 문화 코드로 자리잡았다.

 

극단적으로 ‘졸리면 자고, 자다 지치면 깨고, 깨면 배고프고, 배고프지만 참고, 열심히 참으면 다시 졸립고, 졸리면 잔다’는 강령의 귀차니즘은, 유명 인터넷 포털의 수많은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고 있다. 이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동선(動線)의 극소화’, ‘되도록 안 움직이기’라는 귀차니즘 행동 수칙 1조는, 젊은층이 은밀하게 지녀온 ‘게으름 욕구’의 배출구로 자리잡고 있다.

 

바로 이런 소비자들이 업계의 새로운 타깃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의 ‘토스트 플러스 전자레인지’는 토스트와 계란 프라이를 동시에 할 수 있고 빵을 구우면서 우유까지 데울 수 있다. 청소도 그릴을 떼어내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끝난다. 지난해 8월 출시된 이 제품은 올해 들어 매출이 2배 이상으로 뛰었다.

 

‘매직핸드 프라이팬’(테팔)으로 요리를 하면, 그릇에 따로 옮겨 담지 않아도 된다. 요리 할 때는 프라이팬과 냄비로 사용한 후, 식탁에 올려놓을 때는 손잡이를 떼고 그릇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음식차리기와 설거지의 수고가 반으로 준다. 속옷·양말·스타킹·행주·걸레 등을 별도로 손빨래할 필요가 없는 ‘내셔날 미니세탁기’(LG이숍)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쌀 씻기를 대신해주는 ‘쌀도깨비 다씻네’(타이거마켓팅)가 나왔는가 하면, 아예 쌀을 씻어서 밀봉해 파는 ‘씻어나온 쌀’(라이스텍)도 등장했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아이크림 겸용 수분크림’처럼 한 제품에 여러 기능을 넣어 간편하게 쓸 수 있는 제품의 매출이 급증하는 추세다. CNP 스킨은 얼마 전 ‘이지마스크’란 신제품을 출시하자마자 재고가 동나는 인기를 끌었다. 취침 전 얼굴에 얹고 자면 스킨 케어와 기초 화장까지 할 수 있다는 이 제품이 젊은 여성들의 큰 관심을 모은 것이다. 이 회사의 박연호 대표는 “마스크 형태의 간편한 팩 매출이 씻어내야 하는 팩 매출의 10배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티슈형 세정제’도 인기를 끈다. 티슈형 세정제란 일종의 ‘1회용 물걸레’. 하나씩 뽑아 냉장고, 텔레비전, 컴퓨터, 전자레인지, 자동차의 내·외부를 닦는다. 물걸레 빨기를 ‘귀찮아’ 하는 젊은층을 향해 LG생활건강, 옥시, 피죤 등이 앞다투어 비슷한 제품을 내놓았다. 편의점의 대표 히트 상품 ‘삼각 김밥’도, 패스트푸드를 꺼려하는 건강 열풍과 간편함을 추구하는 귀차니즘의 ‘공동구역’을 잘 공략했다는 평을 듣는다. 자료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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