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래시장이 변하고 있다. 침체일로를 걷던 재래시장이 주차장을 마련하고 쇼핑카트도 비치하는 등 고객끌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공동브랜드를 개발하고 시장 상인들을 인적 네트워크화해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동안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에 빼앗겼던 시장을 과연 되찾을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편집자 주]

 

재래시장은 지금 변신중...

할인점을 벤치마킹으로 삼아

 

90년대 말 이후 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의 성장세에 밀려 침체 일로를 걸어온 재래시장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상가번영회·상인조합을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각종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이고, 주택가 골목시장도 할인점을 벤치마킹해 주차장과 쇼핑카트를 갖춘 ‘현대식 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중부시장 등 시내 중심가의 도매 전문시장은 인터넷 쇼핑몰을 오픈,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모으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오장동 중부시장 8공구 지역. 오는 10월 말 오픈예정인 지하 3층~지상 4층 규모의 건물 건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건축면적 7700평으로 웬만한 할인점보다 큰 규모인 이 시장은 지하 2~3층은 주차장, 지하 1층엔 대형식품매장, 지상 1~2층에는 원래 이 지역에서 장사를 해온 오징어, 건채, 유과 점포 200여개가 들어설 예정이다. 중부시장은 지난해부터 전체 시장을 판매 상품에 따라 11개 부서로 나누고, 중부시장 ‘공동 브랜드’를 개발하는 등 변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부시장 김정안 조합장은 “시장은 상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유통망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네트워크를 잘 이용해 사업을 벌인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공동브랜드 개발

인적 네트워크 활용한 경쟁력 제고

 

재래시장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지난 3~4년간 벌여온 점포 진출 전략에 밀려 상권이 죽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내 312개에 이르는 재래시장(골목시장 포함)에서 일하는 종사자는 모두 17만명, 전체 점포 수는 4만5000여개에 달한다. 서울시 재래시장대책반 유재인 팀장은 “현재 재래시장 점포의 9.9%인 3743개 점포가 폐업한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여대 한동철 교수는 “재래시장은 영세 상인들이 모인 생계형 가계가 대부분”이라며 “재래시장 상권이 무너지면 서민 생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고 말했다.

 

변화의 움직임은 영세규모 소상인들이 모여있는 ‘골목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 시장은 주로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어 동대문시장이나 경동시장처럼 복합쇼핑몰·전문쇼핑몰 형태로 바뀌기도 힘든 실정이다.

 

서울 망우동 우림시장은 작년 초 환경개선사업을 통해 골목시장이란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쾌적한’ 쇼핑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좁은 통로를 넓히기 위해 무질서하게 늘어섰던 좌판을 정리, 통로폭 6m를 확보했고, 길 한가운데를 따라 늘어선 노점상의 판매대 크기도 1.2m×2.4m로 크기를 맞췄다. 400여m에 이르는 시장 거리 전체에 걸쳐 특수차단막으로 천장을 만들어 눈이나 비가 와도 쇼핑카트를 몰고 장을 볼 수 있게 했다. 이영애(33·서울 망우동)씨는 “옛날엔 좌판이 들쭉날쭉이어서 불편했는데 지금은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며 “공산품은 할인점에서 주로 구입하고, 먹을거리는 시장에서 산다”고 말했다. 아동복 가게를 하는 고성환씨는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무분별하게 좌판을 늘어놓거나 주위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자제하고 있다”며 “요즘은 손님이 전보다 꽤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만수수산 박해동씨는 “시장의 쇼핑 환경이 바뀐 이후 인근의 까르푸, 이마트, 코스트코홀세일 등 할인점에 빼앗겼던 손님들이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쇼핑카트-주차장 갖춰

2만원 이상 구매자에 무료배송도

 

 재래시장은 상권 회복을 위해 ‘경쟁 상대’라고 할 수 있는 할인점을 벤치마킹하고 있었다. 중부시장은 올 연말까지 700여대 규모의 주차장 시설을 갖추고, 스피커 시스템, 중앙무대, 푸드코트 등을 조성해 할인점과 유사한 쇼핑공간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지속적인 계도활동을 통해 시장 내 가게의 신용카드 가맹률도 최근 75%를 넘어섰다. 또 지난 연말에는 인터넷쇼핑몰(www.chungbumarket.com)을 오픈, 2만원 이상 구매자에게 무료배송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인터넷쇼핑몰 고객을 중심으로 CRM센터와 콜센터를 운영하는 등 선진경영기법도 도입할 계획. 반찬류 상품에는 ‘차반누리’라는 공동브랜드를 도입하기도 했다. 중부시장 인터넷사업본부 김창호 본부장은 “우리 같은 도매시장은 할인점에 납품하는 업자들도 많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에서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며 “덤이 있고, 인정이 있는 재래시장을 많이 찾아 달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에선 우림시장과 연희동 홍연시장, 양천종합시장 등 7개 시장이 재건축 또는 환경개선사업을 끝냈고, 광진구 노룬산시장 등 14개 시장이 환경개선사업을 진행 중이다. 자료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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