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졸업자 노점상 창업이 늘고 있다. 극심한 실업난과 남 눈치 보지 않고 자기개성이 강한 신세대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인터넷에선 노점상동호회가 생기고 있고 동호회원의 80%가 대졸자 이상이다. 아래는 관련기사내용이다. [편집자 주]

 

"노점도 어엿한 개인사업"

 

“대졸자라는 허영만 버리면 노점도 어엿한 ‘개인사업’이죠.” 서울의 한 대학에서 의류학·경영학을 복수전공한 김민영(金旻榮·여·23)씨는 낮에는 실크 원단 수출기업의 직원이지만 밤에는 명동에서 액세서리를 파는 ‘사장님’이다. 거래처에서 싼 값으로 사들인 고품질 실크 원단으로 머리핀·목걸이 등의 액세서리와 ‘바비’ ‘블라이스’ 등 외국 인형옷을 만들어 노점에서 직접 판매한다. 김씨는 “수출용 원단은 물량 단위가 커 소량 구매할 수 있는 ‘자투리 원단’이 넘쳐난다”며 “올해 말까지 양품점 등에 납품하는 인터넷 쇼핑몰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혹독한 실업난 속에 ‘노점사업’에도 고학력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신사역 부근의 J예식장 연회장. 다음카페의 노점상 동호회에 소속된 서울지역 회원 30여명이 월례모임을 가졌다. 이 중 대졸 이상인 회원은 전체의 80%선인 24명. 취업 연령대인 20대 후반~30대 초반이 많고, 여성도 10여명이 포함돼 있다. 좌장을 맡은 서울지역 회장 김종민(36)씨는 광고기획업체인 N사의 카피라이터로 일하다 지난 99년 사표를 내고 한양대 앞 떡볶이 장사 등을 거쳤다. 김씨는 “이 중 12명이 현업에서 일하고 있고 나머지 회원들은 아이템을 고르고 있다”며 “모임에서 정보도 교환하고 새 사업에 대한 상의도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노점상동호회 2,800명중 1,900명이 대졸이상

 

이들이 소속된 노점상 동호회도 인터넷 회원 2800여명의 68%선인 1900여명이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이다. 전국 회장인 최정렬(38·전북 전주시)씨는 “IMF 실직자나 사업 실패자, 20대 후반 취업준비생, 30대 중반의 전문직 퇴직자 등 다양한 계층이 모여 있다”고 말했다. 노점도 성공하려면 각고의 노력과 각오가 필요하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서울의 한 대학 철학과를 나온 김정현(金政鉉·32)씨는 “바탕부터 유통을 공부하겠다”며 작년 ‘아파트 알뜰시장’에 뛰어들었다. 여성 속옷류를 판매하는 그는 5~6명의 다른 제품 판매상들과 팀을 이뤄 주3회 대단지 아파트에서 노점을 연다. 겨울 비수기에도 하루 매출은 70만~80만원선. 김씨는 “여기서도 얕봐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 평택시 중심가에서 액세서리를 파는 김시권(金時權·38)씨는 노점이 IMF 한파를 이겨내는 ‘재기의 비상구’였다. 지난 98년 영업직 경험을 살려 건강식품 영업소를 차렸다 망한 뒤 수중에 남은 돈은 100만원. 김씨는 “처음엔 부끄러워 얼굴도 못들었지만 지금은 ‘이런 머리핀은 어디 가도 못 산다’고 너스레를 떨 만큼 익숙해졌다”며 “하루 20만~4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니 재기에 성공한 셈”이라고 말했다. 자료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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