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3일만에 203만 계좌 넘겨..하루 16만개 만들어져

카카오뱅크가 출범 보름도 안돼 200만 계좌를 돌파했다. 하루 16만개의 계좌가 만들어진 셈이다. 카카오뱅크의 이같은 돌풍은 금융권의 지각을 변동시킬만한 위력이다. (c)창업일보.

(창업일보)이석형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출범 보름도 안돼 가입계좌수 200만좌를 돌파했다.

금융권의 예상을 뛰어넘어 가히 금융시장의 판도를 흔들만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성공여부를 판단하기엔 이르지만 카카오뱅크가 일단 '고인 물'로 평가되던 금융시장에 새로운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은 분명하다.

내심 카카오뱅크를 경계하는 시중은행들은 모바일 플랫폼을 다시 손보거나 비대면 상품 강화, 금리 및 수수료 인하 등 고객 서비스 개선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금융권에 경쟁을 촉발시키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9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출범 13일째인 전날 오후 2시 기준 가입자수 203만좌를 넘겼다. 지난달 27일 출범 이후 하루당 16만좌 꼴로 계좌 가입이 이뤄진 것이다. 예·적금 등 수신액은 9960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모였다. 대출액은 7700억원이 실행됐다.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 신청은 141만장이 이뤄졌다.

카카오뱅크의 인기 비결은 무엇보다 가입자 4200만명의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친근함'과 복잡한 가입 절차가 없어도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편의성'에 있다. 공인인증서 보안카드를 지니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했던 고객들에겐 카카오뱅크의 등장은 신세계나 다름없었다. 여기에 낮은 수수료와 대출금리 등 가격적인 면도 매력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누구든지 모바일로 어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아 휴대폰 번호 인증으로 실명 확인을 거치면 즉시 카카오뱅크 계좌에 가입할 수 있고, 계좌번호나 공인인증서 없이도 카카오톡을 통해 계좌에 송금을 할 수 있다. 대출신청도 시중은행과 달리 복잡한 가입조건이나 우대조건 없이 가능하다.

대출금리는 최저 연 2.84%로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한도는 높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는 최대 1억5000만원이다. 해외송금 수수료는 시중은행의 10분의 1 수준이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체크카드로 끌고와 재미적인 요소까지 더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처음 출시됐을 때 앱에 접속한 뒤 놀랐다"며 "인터페이스가 쉽고 편리해 기존 모바일 뱅킹들과는 차원이 달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기간에 폭발적인 인기를 받고 있는 탓일까. '8분 만에 뚝딱'이라며 업무처리 속도를 강점으로 내세웠던 카카오뱅크의 설명과는 달리 실제 서비스 이용이 원활치 않아 고객들의 불만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는 카카오뱅크에 대출을 신청하려면 '무한 클릭해야 한다'는 비아냥 섞인 얘기가 나올 정도다. 전화 상담이나 카카오톡을 통한 상담 모두 사실상 가로막혀 있는 상태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8일 뒤늦게서야 공지를 올려 고객들에게 지연 사유를 설명했다. 대출 신청 트래픽이 과도하게 몰려 유관기관의 처리 용량을 넘어섰기 때문이라는게 그 이유다. 

그러나 출범 초반 고객들에게 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서비스 관리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 이용자는 "은행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대출 신청도 안 되고, 상담도 어렵다"며 "계속 핸드폰만 들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당장 서비스 지연 문제가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급증하고 있는 대출 증가세에 따른 안정적인 유동성 관리도 과제다. 대출이 증가하면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 비율이 나빠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신용등급별 한도를 축소한 데 이어 향후 대출 상품의 한도와 금리조정을 수시로 할 계획을 밝힌 것도 유동성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은산분리' 규정에 막혀 있는데 카카오뱅크가 자본확충을 위해 증자 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가 관건이다. 

장기적으로는 수익구조와 리스크 관리 문제도 남아있다. 아무래도 중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대출금리를 낮게 주다보니 우려섞인 시선이 많다. 자칫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져 은행 자산 건정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카카오뱅크가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갖고 우량 고객을 선별해 나가면서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해야할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지금까지 없었던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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