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뿌리인 자영업이 벼랑 끝에 몰려 있다. 급기야 음식점 주인들이 솥단지 를 들고 나섰지만 관심을 끄는 데는 실패했다. 자영업은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상처가 너무 깊고 불치 가능성까지 있다. 시장 개방, 기술 발전, 소프트화 등 세상 변화들은 하나같이 자영업에 불리하 다. 정부와 언론이 육성을 외치고 있지만 때늦은 감이 있다. 취업자 가운데 3 분의 1이 종사하고 있는 자영업이 무너지면 우리는 미래가 없다. 자영업의 현실은 척박하고 암울하다. 협소한 시장을 놓고 제살 깎아먹기 경쟁 을 벌이고 있다. 까다로운 규제, 복잡한 절차에 세금도 만만찮다. 실패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원한 생계형 창업자 중 창업 1년 이내에 휴폐업한 비율이 24%에 이른다. 개인 파산과 사업체 부도에 대한 안전망이 대단히 엉성하다. 실패는 가산 탕진 과 신용불량자 전락, 심하게는 자살로 내몬다.

 

경제가 살아나야 자영업도 형편이 나아진다. 내수 부진의 가장 큰 피해자는 자 영업이다. 내년에는 정부가 경제에 올인하겠다고 한다.국민 세금을 소중하게 사용하고 경제주체들의 의욕을 고양시켜야 한다. 이념과 의욕을 절제해 대기업 과 부유층이 투자를 하고 돈을 써야 내수가 살아난다. 자영업을 시야에 넣어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과도한 복지는 자영업 자들의 의욕을 꺾는다. 정부가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지만 그 방법은 과거와 달라야 한다. 자금을 대량 공급하는 것은 자영업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손쉽게 창업하도록 해서 자립 근성을 죽이며 실패할 경우 빚 부담을 키워 회생을 불가능하게 한다. 오히려 창업준비 내실화, 성공확률 제고, 구조조정, 실패 리스크 경감 등에 정 책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지금은 대책 없는 창업보다는 업태 전환과 구조조정 이 절실한 시점이다. 구조조정은 당장은 고통을 수반하지만 체질을 강인하게 해서 생존 역량을 키워준다.

 

사실 자영업자들은 사업을 꾸려 나가는 데 급급하다. 종업원이 소수이고 그나마 전문성이 떨어져 인허가 취득, 회계처리 등이 미숙하다. 세무조사라도 받는 날이면 정상적인 사업 활동까지 마비된다. 당연히 행정규제를 없애고 세무절차를 간소화해야만 한다. 관련 서비스 산업에 예산을 투입하고 전문가와 전문기업을 키워야 한다. 생계형과 영세 업체에 대 해 한시적으로 무규제, 무절차, 무세금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사무소 에 식품 포장기계를 비치해 두고 자영업자들이 이용하게 하자. 품질과 디자인을 지도해 주어 규모가 있는 기업에서 하도급을 받게 하면 어떨 까. 기존 소상공인 지원센터의 분발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지식사회와 시민운동가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공동체의 큰 부분이 고통 받고 있는데 구름 위에서 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풀뿌리 민주주의가 중요하지만 풀 뿌리 경제를 튼실하게 가꾸는 것은 더욱 중차대한 과제다.

 

자영업에 대한 통계, 연구물, 정책제안이 제대로 없다는 사실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 시민단체들은 민주, 형평, 환경 등의 이슈 외에 민초들의 먹고 사는 문 제를 고민해야 한다. 방글라데시의 유누스 교수는 어느날 가난한 사람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대 학에서 가르치던 경제학에 회의를 느꼈고 그들을 돕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소액 대출을 통해 생계형 창업을 지원하는 구상은 이후 그라민은행 설립으로 이어졌다. 그라민은행은 현재 세계은행 본부를 비롯해 수십 개 국에 진출해 있 다. 이는 사회적 목적과 기업방식 운영을 결합한 사회기업(social enterprise) 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사회기업들이 자영업을 지원하도록 하고 자영업 형태의 사회기업을 육성해야겠 다. 지식사회, 시민단체 등이 '자영업 지원 네트워크'를 만들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자.

 

자영업자 입장에서 희망을 갖는 것은 좋지만 섣부른 낙관은 절대 금물이다. 철 저하게 준비하고 가능한 한 정부 지원 없이 창업을 해야 한다. 기존 자영업자는 비용을 낮추거나 차별화해 살아남아야 한다. 욕쟁이 식당 할 머니 예에서 보듯이 자신만의 특기를 개발해야한다. 국내가 전망이 어두우면 해외로 눈을 돌리자. 구조적으로 생존이 어려운 경우 철수 절차를 밟는 것이 좋다. 스스로 이 모두 를 책임져야 한다. 자영업은 무거운 짐을 지고서 홀로 먼 길을 가는 것이다. 사업이란 원래 어려운 것이다. 자영업은 경제의 빈 곳을 채워주는 산소와 같은 존재다. 있을 때는 고마움을 모르지만 없으면 모두 공멸한다. 자영업은 본인과 가족, 현재와 미래의 삶이 달려 있는 생명줄이기도 하다. 개 인사업자가 큰돈은 못 벌더라도 최소한 밥은 먹을 수 있어야 사회가 지속 가능 하다. 글/이언오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자료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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