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언론 창업일보]약속장소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강남역 11번 출구, 홍대입구역 9번 출구 등이 떠오른다. 약속장소를 지하철역 몇 번 출구라고 하면 지도를 보지 않고도 찾아갈 수 있고 헷갈릴 일이 없다. 반면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어떨까. 밖에 어딘가에는 있는데 정확히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 경우가 다수다. 엘리베이터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유일한 출구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위치나 방향을 알 수 없어 약속장소는 물론 장애인콜택시 승차 위치를 정하기 어렵다.

실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장애인의 규모는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교통약자 이동실태조사(2021)에 따르면, 교통약자가 이용하는 지역 내 주 이용교통수단으로서 버스(51.6%) 다음으로 지하철(14.2%)이 많이 응답되었다. 그러나 지하철 이용은 불편한 것으로 나타난다. 장애인 실태조사(2020)에서는 교통수단 이용 시 어려운 이유로 절반 이상이 ‘버스·택시 등 대중교통이 불편(52.6%)’하다고 응답했다.

출입구는 이동편의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에게 지하철에서의 출입구는 엘리베이터다. 엘리베이터는 미드블록에서는 도로 양측에 1개씩(지상횡단 가능 시 도로편측 1개), 교차로에서는 방향별로 4개(지상횡단 가능 시 2개 이상) 설치하도록 되어있다. 상가나 건물, 또는 다른 교통수단으로의 접근을 편리하게 해야 한다는 설명은 따로 없다. 장애인용 주차장에 근접하도록 설치한다고만 나와있으며,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과 공공보도로써의 기능을 위해 존재함에도 도로의 미관을 고려하도록 되어있다. 그래서인지 역과는 멀찍이, 뜬금없는 곳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걸 발견하곤 한다.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출입구는 역내에서 위치 확인이 가능하나, 엘리베이터는 그렇지 않다. 일반적인 출입구는 지도를 보지 않고도 대략적인 방향과 위치를 알 수 있다. 보통 출구번호와 함께 위치 방향에 대한 안내까지 나와 있다. 예를 들면 홍대입구역 2번 출구(연남동), 홍대입구역 6번 출구(경의선 책거리, 창천동) 등이 있다. 엘리베이터는 역 바깥의 어느 곳에 위치해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로 인한 불편사항으로, 장애인콜택시 탑승 위치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어느 방향 엘리베이터에서 탑승할지 확인하는 것이 어렵다. 만약 횡단이 불가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나오면 다시 들어가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존재한다.

엘리베이터 출구번호에 대한 민원 제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개별적으로 출구번호 부여에 대한 민원을 넣은 결과, 엘리베이터는 화재 시 가장 먼저 진입이 차단되어 출구에 대한 착오가 생길 것을 우려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비상 상황 시에는 계단을 이용하도록 항상 교육을 받아왔고 상식적으로 인지하고 있다. 화재 등 발생 시 진입불가에 대한 안내 문구를 부착하면 될 일이다. 고작 그러한 이유로 휠체어 이용 장애인에게 유일한 출구인 엘리베이터 이용을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에겐 그저 이동을 편리하게 하는 수단에 불과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출구’다. 출구에는 출구번호가 붙는 것이 맞지 않을까.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은 각 지역별 지하철 운영주체에 각 지하철 역사 내 엘리베이터 마다 출구번호를 부여할 것을 요청했다. 그 중 한국철도공사는 출구번호 부여와 관련하여 시범설치 역, 구성 시안 등 장애계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안건에 대한 진행 경과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홈페이지 제도개선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은 22명의 장애인단체 실무책임자이자 장애전문가들이 모여 일상 속 문제해결을 위해 논의하고 건의하는 협의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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