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언론 창업일보]

"트랜스젠더는 자신을 정체화한 이후부터는 매 순간이 투쟁이다. 집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학교, 회사, 병원, 은행, 관공서, 호텔, 화장실 가는 곳마다 온 세상이 남자와 여자로, 성별 이분법으로 나눠져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2023년 한국에서 트랜스젠더가 맞딱뜨려야할 현실이다.  

2021년 8월에 성 확정 수술을 받고, 22년 3월에 성별 정정을 신청하여 당일 9월에 법적으로 여성이 되었다는 한 트랜스젠더는  "이 과정(성을 바꾸는)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다 끝냈기에 대단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단한 게 아니라 그저 절박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20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성별의 법적인정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하고 관련 기자회견을 국회 소통관에서 가졌다.  장 의원은 "출생 시 지정받은 성별과 자신이 인식하는 성별 정체성이 다른 트랜스젠더 시민들은 우리 곁에 엄연히 존재한다. 트랜스젠더 시민들이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따라 법적 성별을 변경하는 문제는 다름 아닌 '존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24일 대법원은 미성년 자녀를 둔 트랜스젠더도 혼인 상태가 아니라면 성별 정정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결정문을 통해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허가 여부를 판단할 때, 성전환자의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어야 한다며 기본권적인 원칙을 재확인했다. 무엇보다 보충 의견을 통해서 성별 정정에 관한 입법 조치의 시급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통일된 기준으로 법적 성별 변경이 가능해진 때는 2006년이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서 그 기준을 제시했고, 같은 해 대법원 내부의 지침인 대법원 예규를 만들었다. 하지만 ▶대법원이 요구하는 성별 변경의 기준은 생식력이 없을 것 ▶외부 성기성형 수술을 받았을 것 ▶혼인 중이 아닐 것 ▶미성년 자녀가 없을 것 ▶성인일 것 등 굉장히 엄격하고 가혹한 조건을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법적 성별과 성별 정체성의 불일치로 많은 트랜스젠더가 고통받음에도 실제로 변경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박한희 성소수자차별연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2006년 이후 17년이 지난 동안 세계는 변했다. 2012년 아르헨티나를 시작으로 현재 20여 개 국가에서 어떠한 기준도 없이 오로지 당사자의 자기 결정만으로 성별을 변경할 수 있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더 이상 외과 수술을 요구하지 않는다. 지난 10월 26일, 일본 최고재판소는 15명의 최고재판관 만장일치로 성별 변경에 생식력 제거를 요구하는 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11월 3일 한국 정부에 대한 최종 견해에서 성전환을 위한 수술 요건 등 가혹한 요건들을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를 보았을 때, 이번 법안에 이렇게 성별의 법정 인정에 관한 법률이 논의되는 것은 너무 당연하지만, 한편으로는 늦은 것"이라고 밝혔다. 

장혜영 의원이 이날 발의한 법안의 주요 내용은 ▶자신의 성별 정체성과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따른 성별과 가족관계, 등록부에 기재된 성별을 일치시키기 위해서 변경하는 것을 성별의 법적 인정이라 정의하고, 모든 절차에 있어 당사자의 인권 존중과 차별 금지를 천명했다. 또한 ▶성별의 법적 인정을 신청하고자 하는 사람은 가정법원에 서면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성전환 수술을 포함한 의료적 조치를 요구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또한 신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의 가능성을 고려해 신문 절차를 임의 절차로 하며, 신문 조서와 결정문 작성을 의무화했다. 마지막으로 ▶성별의 법적 인정의 신청과 동시 또는 심리 중에 개명 허가에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법무부 장관으로 하여금 법 시행 이후 3년마다 국제인권 규범 등을 고려하여 성별의 법적 인정 절차를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에 개정 등의 조치를 하도록 규정했다.

이날 회견에는 장 의원을 비롯하여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박한희 집행위원,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트랜스젠더 퀘어인권팀 이연수 활동가, 그리고  한국성폭력상담소의 답별 활동가 등이 함께했다. 이날 발의와 관련 박 위원은 "이 법이 또 하나 성소수자 권리 증진에 있어서 역사적인 한걸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회가 조속한 발의와 논의를 거쳐서 더 이상 트랜스젠더가 나답게 살 권리를 위해서 불합리한 기준들을 강요받는 그런 일들이 없도록 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제 국회의 시간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

 

◆[발언 요지]

▶장혜영 정의당 의원 11월 20일 오늘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이다. 1998년 미국에서 혐오 범죄로 살해당한 리타 헤스터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시작된 이 날은 혐오와 차별로 세상을 떠난 소중한 동료 시민인 트랜스젠더 시민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날이다. 출생 시 지정받은 성별과 자신이 인식하는 성별 정체성이 다른 트랜스젠더 시민들은 우리 곁에 엄연히 존재한다. 트랜스젠더 시민들이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따라 법적 성별을 변경하는 문제는 다름 아닌 '존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24일 대법원은 미성년 자녀를 둔 트랜스젠더도 혼인 상태가 아니라면 성별 정정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결정문을 통해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허가 여부를 판단할 때, 성전환자의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어야 한다며 기본권적인 원칙을 재확인했다. 무엇보다 보충 의견을 통해서 성별 정정에 관한 입법 조치의 시급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자기 결정권에 기반을 둔 빠르고 명료하며 접근 가능한 절차, 이것이 바로 국제 인권단체와 인권법 전문가들이 천명한 요그야카르타(Yogyakarta Principles) 원칙이다. 그러나 지금껏 한국 사회는 성별 정정 등 성별의 법적 인정에 관해 당사자의 의사가 존중되지 못했고, 엄격한 성별 정정 기준 및 절차, 그리고 법원과 법관에 따라 달라지는 비일관성이 존재했다.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의 트랜스젠더 혐오 차별 실태 조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가 성별 정정을 하지 못하는 이유로 법적 성별 정정 절차가 복잡해서라는 응답이 두 번째로 높게 조사된 바 있다. 추모의 의미는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하는 것이자, 현재를 살아가는 분들과 연대하는 것이다.

트랜스젠터 시민들의 존엄을 위해서 성별 정정 등 성별의 법적 인정에 대한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 그래서 저는 오늘 동료 의원님들과 함께 성별의 법적 인정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법안 주요내용 

법안의 주요 내용은 ▶자신의 성별 정체성과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따른 성별과 가족관계, 등록부에 기재된 성별을 일치시키기 위해서 변경하는 것을 성별의 법적 인정이라 정의하고, 모든 절차에 있어 당사자의 인권 존중과 차별 금지를 천명했다.

또한 ▶성별의 법적 인정을 신청하고자 하는 사람은 가정법원에 서면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성전환 수술을 포함한 의료적 조치를 요구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또한 신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의 가능성을 고려해 신문 절차를 임의 절차로 하며, 신문 조서와 결정문 작성을 의무화했다.

마지막으로 ▶성별의 법적 인정의 신청과 동시 또는 심리 중에 개명 허가에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법무부 장관으로 하여금 법 시행 이후 3년마다 국제인권 규범 등을 고려하여 성별의 법적 인정 절차를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에 개정 등의 조치를 하도록 규정했다.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국회 의장에게 성전환자의 성별, 성정과 관련된 요건, 절차, 방법 등을 규정한 입법을 권고했다. 젠더 이분법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혐오와 차별에 고통받는 트랜스젠더 시민들을 위해 21대 국회가 해내야 할 일이 바로 성별의 법적 인정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비롯해 원내 정당 모두가 더 이상 트랜스젠더 시민들이 고통받지 않도록 이 법안에 논의에 함께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

▶박한희 성소수자차별연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 앞서 의원님이 얘기해 주신 대로 오늘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이다. 우리 곁을 떠난 모든 트랜스젠더 동료들을 추모하고 애도하는 이 날에 이렇게 뜻깊은 법안을 발표할 수 있는 점이 저도 크게 환영하는 바이다.

한국에서 통일된 기준으로 법적 성별 변경이 가능해진 때는 2006년이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서 그 기준을 제시했고, 같은 해 대법원 내부의 지침인 대법원 예규를 만들었다. 하지만 대법원이 요구하는 성별 변경의 기준은 생식력이 없을 것, 외부 성기성형 수술을 받았을 것, 혼인 중이 아닐 것, 미성년 자녀가 없을 것, 성인일 것 등 굉장히 엄격하고 가혹한 조건을 두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법적 성별과 성별 정체성의 불일치로 많은 트랜스젠더가 고통받음에도 실제로 변경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2006년 이후 17년이 지난 동안 세계는 변했다. 2012년 아르헨티나를 시작으로 현재 20여 개 국가에서 어떠한 기준도 없이 오로지 당사자의 자기 결정만으로 성별을 변경할 수 있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더 이상 외과 수술을 요구하지 않는다. 지난 10월 26일, 일본 최고재판소는 15명의 최고재판관 만장일치로 성별 변경에 생식력 제거를 요구하는 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11월 3일 한국 정부에 대한 최종 견해에서 성전환을 위한 수술 요건 등 가혹한 요건들을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를 보았을 때, 이번 법안에 이렇게 성별의 법정 인정에 관한 법률이 논의되는 것은 너무 당연하지만, 한편으로는 늦은 것이기도 하다.

이제 국회의 시간이 됐다. 아직 21대 국회는 6개월이 남아 있다. 현재 국회는 처벌금지법, 추행죄, 혼인평등법, 생활동반자법 등 성소수자 권리를 위한 법률이 많이 있다. 이 법이 또 하나 성소수자 권리 증진에 있어서 역사적인 한걸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회가 조속한 발의와 논의를 거쳐서 더 이상 트랜스젠더가 나답게 살 권리를 위해서 불합리한 기준들을 강요받는 그런 일들이 없도록 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우리 곁을 떠난 트랜스도 동료들을 추모하고 애도한다.

▶이연수 성소수자 인권연대 트랜스팀 트랜스 여성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트랜스팀 활동가이자 법적 성별 정정을 마친 트랜스 여성 이연수라고 한다.  2020년 7월에 성주체성 장애 정신과 진단을 받고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여, 2021년 8월에 성 확정 수술을 받고, 22년 3월에 성별 정정을 신청하여 당일 9월에 법적으로 여성이 되었다. 이 과정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다 끝냈기에 대단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대단한 게 아니라 그저 절박했을 뿐이다.

트랜스젠더는 자신을 정체화한 이후부터는 매 순간이 투쟁이다. 집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학교, 회사, 병원, 은행, 관공서, 호텔, 화장실 가는 곳마다 온 세상이 남자와 여자로, 성별 이분법으로 나눠져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별 이분법은 바로 법적인 성별로 유지되고 있고 또 강화되고 있다. 그렇기에 트랜스젠더는 성별 정정을 하지 못한다면 국가에 의해 강제로 지정받은 성별을 가지고서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순간을 매번 마주해야 한다. 그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아가며 그렇게 서둘러 수술을 감행했던 것이다.

물론 어려운 시기를 보냈고 지금도 대출이자에 허덕이고 있지만, 저는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라고 할 수도 있다. 저처럼 성별 정체성이 확고한 트랜스젠더라도 신체적인 이유나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수술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트랜스젠더라고 해서 모두가 성기수술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서 트랜스 여성이나 트랜스 남성인 사람이 성별 정정을 하기 위해서는 성기 수술이 필수 요건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것은 법률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서 대법원의 사무처리 지침, 예규와 판례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트랜스젠더들은 어떤 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운 좋게 쉽게 허가받기도 하고, 요건을 갖췄음에도 황당하게 기각당하기도 하고, 입에 담지 못할 모욕을 당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저 우리 자신의 모습대로 살고 싶을 뿐인데 어째서 생존한 얼굴도 모르던 판사 아저씨한테 왜 우리의 존재가 저당 잡혀야 하는가? 성기와 상관없이, 어떤 의료적 조치를 하였는가와는 상관없이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대로 살고 싶다.

성별인정법이 통과된다면 의료적 조치나 성기 수술을 하지 않아도 성별 정정을 할 수 있게 된다. 죽을 때까지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압박을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 트랜스젠더들이 그 증명의 압박으로부터 조금은 더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된다.

트랜스젠더라고 커밍아웃했을 때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인 "그래서 수술은 하셨어요? 수술하실 거예요?라는 질문이 그 힘을 잃게 된다. 보통의 사람들이 일상에서 서로의 성기를 서로 보여주고 확인받고 하지 않듯이 트랜스젠더도 똑같은 권리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트랜스젠더는 성기를 바꾸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모습대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입이다.

오늘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성별 인정법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트랜스젠더도 여러분과 동등한 사람이라면 이 법은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연대 발언 요청이 왔을 때 반성폭력 의제를 다루는 활동가로서 어떤 말을 하면 좋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  성별 인정법이 정말로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는가? 돌이켜 생각해 보면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 사건은 가장 일상적인 공간인 화장실마저 안전하지 않다는 신호탄이 되는 사건이었다. 공중 화장실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해 여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하는 수많은 사건들, 최근 신당역 여성 화장실에서 벌어진 스토킹 살인 사건까지 화장실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불안의 공간이 됐다.

일상의 안전이 위협당하자 어떤 사람들은 트랜스젠더에게 화살을 돌렸다. 성별 인정법이 제정되면 트랜스젠더들이 여성의 공간을 침범하여 성폭력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가짜 트랜스젠더들이 안전한 여성 공간을 침범하여 여성인 척 범죄를 저지를 거라는 말도 안 되는 말도 계속해서 공론장을 돌고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현실의 여성을 위협하는 것이 정말로 트랜스젠더의 존재인가? 경찰청 범죄 통계를 살펴보겠다.

2021년 통계에 따르면, 강력범죄 중 성폭력 가해자의 96.7%는 남성이다. 그러나 우리는 남성의 존재가 성폭력의 원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당연하다. 성폭력은 다른 폭력과 마찬가지로 더 많은 권력을 쥔 사람이 할 수 있는 폭력이다. 성폭력의 가해자 중 남성 비율이 높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의 성별의 불평등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별 인정이 생식 능력 제거 수술 없이 인정되면, 여성의 공간이 트랜스젠더에게 침범당해 성폭력이 증가한다는 말은 틀렸다. 트랜스젠더가 여성에게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많아질 거라는 비이성적인 믿음 역시도 틀렸다.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근본적인 원인은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정이 아니라, 성차별이 공고한 남성 중심적 한국 사회다. 성폭력은 결국 성차별적 구조의 문제라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근본적인 불안과 공포를 해결하겠다며 전자발찌, 제식, 화법 같은 반쪽짜리 대안을 제시하면서도 여성가족부 예산은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삭감하는 정부 역시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트랜스젠더가 성별 이분법을 고착화한다는 말 역시 다시 생각해 보자. 왜 이들은 전형적인 자기표현을 할까요? 현재 법원에서 특정 성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소위 정상적 남성이나 정상적 여성의 모습이어야 한다. 생식 기능 제거 수술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판사의 재량에 따라 판단을 맡기고 있기 때문에, 남성성에 해당하는 특징들, 여성성에 해당하는 모습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회에 고착화된 성별 이미지가 트랜스젠더의 표현에도 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성별 인정법의 제정은 신체적 수술 여부와 상관없이 본인의 성별을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물꼬를 터줄 것이다. 쇼컷을 한 여성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갈 때 눈총을 받지 않기 위해 일부러 소위 여성적이라고 인지되는 특징들을 일부러 드러낸다는 말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일부러 목소리를 하이톤으로 내거나 괜히 가슴이 잘 보이게 하는 행동들 같은 것들 말들이다.

그러나 모든 여성들이 목소리가 가내고 가슴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특정 성별로 사람들에게 인지된다는 것은 이만큼 외적이고 얄팍한 특성이다. 그런 의미에서 트랜스젠더의 존재는 그 자체로 공고한 성별 이분법을 무너뜨린다. 더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세상은 남성다운 여성다운 특성에 갇히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일 것이다. 성별인정법의 발의부터 제정까지 일사천리로 이어지는 그날까지 한국성폭력상담소도 연대하겠다.

▶장혜영 의원 누군가를 추모한다는 행위가 특히나 이곳 국회라는 공간에서는 참 많이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요즘 같은 시기만큼 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게 되는 시기도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시기일수록 더더욱 흔들림 없이 우리 사회의 인권의 가치에 대해서 꾸준히 이야기해 나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어야 비로소 우리 사회에 인권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어서 안타깝게 억울하게 세상을 떠나야 했던 모든 트랜스센터 시민들의 앞에 추모와 애도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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