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윤석열 정부 1년을 평가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자유·혁신·공정·연대’라는 4대 경제운용 기조를 내세우며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출범 1년을 맞이했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공약에 따라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 비전을 수립하고, 120대 국정과제를 선정하여 1년간 추진해 오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시민단체가 내리는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 주>

지난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 발표 및 평가토론회'가 개최됐다.
지난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 발표 및 평가토론회'가 개최됐다.

경실련은 11일 윤석열 정부 1년을 경제·재벌, 정치, 법무·검찰, 부동산, 복지, 제정·세제, 지방분권 및 균형발전 등 주요 분야에 걸쳐 평가하고 올바른 국정운영 방안을 제안하기 위하여 지난 10일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 좌장은 박경준 경실련 정책위원장(변호사)이 맡았으며, 박상인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이 경제분야, 하상은 경실련 정치개혁위원장(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이 정치분야 발제를 맡았다. 분야별 토론은 복지분야 정창률 경실련 사회복지위원장(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부동산 분야 조정흔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감정평가사), 법무ㆍ검찰 분야 백혜원 시민입법위원(변호사), 재정ㆍ세제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 지방분권ㆍ균형발전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이 각각 담당했다.

경제분야 발제를 맡은 박상인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시장경제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수도권 집중과 재벌 중심의 박정희식 개발정책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최근 입법된 복수의결권, 금산분리 및 은산분리 완화 등은 세습의 제도화를 일으킬 것이라 비판했다. 부자감세, 대기업 감세 등을 시행하면서 모자라는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취약계층 지원금은 감소시켰는데 이는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 우려했다.

박상인 교수는 우리나라는 산업분야의 탄소배출 비중이 큰데 그 원인은 중화학 공업의 높은 비중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선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데 이를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이미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미국,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 하고 있는데 결국에는 우리나라에 산업공동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생대책이라며 전기 가스요금 인상 억제와 같이 지속 불가능한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정치분야 발제를 맡은 하상응 교수는 윤석열 정부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정권들이 100여개의 국정과제를 밝히고 있는데 이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노동, 연금, 교육 등 3대 개혁을 선언했는데, 대선공약이나 120대 국정과제의 맥락을 볼 때 어떻게 튀어나온 것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개혁 의지는 취임 직후 표명되는 것이 일반적임을 감안하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선에 임했다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하상응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 갑자기 중대선거구제를 언급한 뒤로 선거제도 개편논의가 완전히 방향성을 상실해버리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중대선거구제로의 이행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는데 만약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다수당 지위를 얻지 못한다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 예측했다.

사회복지 분야 토론을 맡은 정창률 교수는 현 정부 복지정책 방향성은 지난 보수정부의 방향성을 답습하면서, 문재인 정부와는 분명한 차별화를 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 돌봄 확대 등 공공성 강화에 대해서 명확히 선을 그으면서 여러 민간 영리 기관들의 민원 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표할만한 복지정책이 제시되지 않았으며 의지도 크게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복지정책은 연금개혁 시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후순위로 밀려났다고 밝혔다. 대신 의료 산업화나 민영화는 어떤 정부 보다 앞장서서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동산 분야 토론을 맡은 조정흔 감정평가사는 윤석열 정부가 향후 5년간 270만호 주택 공급을 추진하면서 기존 거주자 보호방안, 집값 하향안정 방안이 병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건축부담금 감면, 안전진단 제도 개선을 통하여 재건축사업 규제완화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기존 소유자들의 자산가치 강화에 기여할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대출규제 완화, 디딤돌대출, 특례보금자리론, 전세자금대출 등을 통하여 집값을 부양하려고 하는데 결국 청년, 서민층이 더 많은 부채를 부담하게 될 것이라 우려했다.

조정흔 평가사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전세사기 문제로 인하여 중위소득, 중저가 주택의 수요자들의 주거가 매우 불안한 상황이라 평가하며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예산 대폭 확대, 주거복지, 주거안정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무ㆍ검찰ㆍ인사 분야 토론을 맡은 백혜원 변호사는 ‘범죄피해자 보호·지원 관련 모든 제도를 피해자 중심으로 전환’, ‘흉악범죄로부터 국민을 확실하게 보호’, ‘권력형 성범죄 근절’ 등 대선 공약 중 일부가 가시화 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정부 출범 1년 차임을 감안하면 긍정적이라 평가했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는 서울대 출신·50대·남성이라는 뜻의 ‘서오남’이라 일컬어졌는데, 이러한 경향은 헌법재판관 추천, 내각구성에서도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검찰출신 인사는 임기 내내 논란이 되고 있는데 문재인 전임 정부 당시 사시 출신 5명 중 검찰출신이 3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현정부는 사법고시 출신 16명 중 12명이 검찰 출신으로, 절대적인 숫자가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재정세제분야 토론을 맡은 권오인 국장은 윤석열 정부가 겉으로는 ‘공정’을 강조하고, 민생경제 회복을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부 정책들을 보면, 조세정의와 형평성에 역행하고 재벌과 대기업, 다주택자 등 고자산가와 고소득자들의 민원을 대폭 수용한 ‘재벌특혜와 부자감세’ 정책이라 비판했다.

권오인 국장은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겠다면서 효과가 낮은 지출구조조정에 중점을 두고 세수확보는 등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수의 증가가 당연히 필요함에도 오히려 감세기조를 펼쳐 정책의 모순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2023년 세수결손에 대한 우려가 심각한 상황인 만큼 지금이라도 재벌특혜와 부자감세 기조를 버리고 공정경제와 조세정의, 민생경제 기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치분권ㆍ균형발전 토론을 맡은 김송원 처장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자치분권 및 균형발전’을 추진할 ‘지방시대위원회’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자치와 교육자치 통합에 반대하는 야당의 입장에 부딪쳐 임시방편으로 대통령령으로 지방시대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김송원 처장은 지방자치와 교육자치 통합문제는 교육 관련 이해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국민적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 다양한 의견을 물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재정분권 실현과 공공기관 이전은 전 정부의 핵심적 분권과제였는데 2차 공공기관 이전은 선거 등을 이유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김송원 처장은 1차 이전 평가에 대한 재평가를 바탕으로 2차 이전 사업의 방향성을 잡을 때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윤석열 정부의 지난 1년이 성과는 미미한 반면 문제점은 크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경실련은 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들을 윤석열 정부에 전달하여 남은 임기 동안에는 오직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도록 강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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