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실 졸속이전 1주년’ 국회토론회

‘용산 대통령실 졸속이전 1주년’ 국회토론회가 13일 오전 10시 국회 본청 제3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포럼 사의재와 김교흥·김병주·박정·신동근·진성준·한병도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실 관련 의혹 진상규명단이 주관했다.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윤석열 정부의 용산 대통령실 이전은 총체적 무능과 무책임의 결과이며 국민 안전과 국가 안보, 국정 운영에 심각한 혼선을 초래한 실패작이었다"고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홍근 의원은 “용산 이전을 위해 국방부 청사를 빼앗은 결과는 대통령실의 허술한 보안과 우리 군의 총체적 혼란이었다”며, “국민이 궁금해하는 의혹을 제대로 밝혀내고 고치는 일은 여야를 떠나 국회에 주어진 당연한 책무로, 이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교흥 의원(국회 행안위 간사)은 “용산 대통령실 이전과 같이 앞뒤 안 가리고 밀어붙이는 것은 올바른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다. 졸속과 억지로 밀어붙인 대통령실 이전 때문에 국가의 안보, 국민의 안전, 정부의 원활한 운영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김병주 의원(국회 국방위 간사)은 “마스터플랜 없는 성급한 대통령실 이전은 안보 공백, 막대한 이전 비용, 경호 취약과 시민 불편과 함께, 군사 핵심기관인 대통령실, 국방부, 합참 등이 한 울타리 안에 위치하면서 국가 안보에 치명적 상황 발생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정 의원(국회 예결특위 간사)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 결정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용산시대는 암흑의 시대 그 자체”라며, “1년 만에 윤석열 정부의 용산시대는 불통 대통령의 상징이 되었다. 총체적 난국의 용산시대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신동근 의원(국회 기재위 간사)은 “구민을 위해 쓰여야 할 민원예산을 한남동 대통령 관저 진입로 공사를 위해 끌어다 쓰고, 안보와 치안을 위한 군과 경찰 병력도 대통령실 주변에 끌어다 배치하는 등 대통령실 졸속 이전으로 인한 민폐가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진성준 의원(국회 운영위 간사)은 “대통령실 졸속 이전에 따른 천문학적 예산과 행정력 낭비, 국방부 이전에 따른 국방 혼란, 통신과 교통 통제에 따른 시민 불편, 도시 침수와 이태원 참사 등 국가재난 대응 위기, 북 무인기 침투사건과 같은 안보 공백 등 이 모든 것이 1년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인지 의심이 들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한병도 의원(더불어민주당 대통령실 관련 의혹 진상규명단장)은 “이전비용으로 496억원이면 된다던 호언장담은 불과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 거짓임이 밝혀졌다. 주먹구구식 추계로 국민을 속인 것도 모자라, 예비비를 추가 배정하고, 각 부처 예산을 이·전용하는 등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주최 단체인 포럼 사의재 조대엽 공동대표(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는 인사말에서 “공감 없는 위태로운 국정의 신호탄이 바로 대통령실의 이전이었다. 국민의 동의와 공감 없는 대통령실 이전은 국민에 대한 책임을 버리고, 역사를 회피하는 탈주였다”고 진단했다. 

'이전 결정의 절차적 문제'를 발제한 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진상 규명이 필요한 대통령실 이전 관련 4가지 의혹들을 제시했다.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기 전이라서 국무회의 의결도 거치지 않은 가운에 이루어진 대통령실 이전 결정이 헌법과 정부조직법을 위반한 것이 아닌지? 여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이전을 결정함으로써 국방부장관이 법령상 의무 없는 행위를 하도록 했는지? 그리고 국방·군사시설 이전이 적법한 절차를 밟아 이행되었는지 여부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실 이전을 결정하고 집행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 ▶철회되기는 했지만, 영빈관 신축을 누가 결정했었는지?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이재근 처장은 “대통령실 이전 관련 불법 의혹에 대해 국민감사청구를 진행했지만, 감사원은 의사결정과정과 공사계약 체결의 부패행위 여부만 인용하고, 핵심 부분인 예산 편성과 집행 부분은 기각했다. 감사원의 감사와 별개로 국회 차원의 조사와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보공백과 국방혼란'를 발제한 김도균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은 대통령실 이전의 문제점으로 ▶졸속 이전 결정 및 추진 ▶다수 기관의 연쇄적 재배치로 인한 막대한 예산과 불필요한 이동 소요 발생 ▶대통령 경호 및 위기관리체계 혼선 ▶수도권 대공방어체계를 단기간에 사전 준비 없이 조정함으로써 발생한 대공방어 취약성  ▶합참 연쇄 이전 결정 혼란 ▶용산지역 근무여건 불안정 ▶인접한 고층 아파트와 미군 부대 등으로 인한 다양한 형태의 보안 침해 문제 발생 ▶국가 핵심기관이 한 지역에 집중되면서 발생 가능한 군사안보적 위험 등을 지적했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용산 이전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히며, 수도권 대공방호체계 조기 구축, 국방부와 합참 이전 계획적 추진, 대통령실 보안대비태세 강화 등의 과제도 제시했다. 

한편,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 의혹에 대해서는 미국에 대한 유감 표명과 원인 규명, 관련자 처벌 및 재발방지대책을 확실히 약속받도록 외교적 조치를 추진하고, 용산 미군부대의 연관성 문제에 대한 후속조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대통령실 이전은 전략과 전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마추어적 안보관의 결과다. 청와대 방어에 특화된 방공망이 대통령실 용산 이전으로 무력화되었다.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도 예견된 참사다. 도·감청은 무엇보다 공간적 이격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졸속이전으로 인한 유형의 비용 외에도 정상회담 장소조차 변변치 않아서 발생하는 국격비용, 용산기지 반환 관련 미국과의 관계 변동에서 발생한 외교비용, 위기시 군의 신속한 대응과 이동이 제한되어서 발생하는 안보비용, 대통령의 출퇴근 교통 체증과 집회, 경호 등으로 인한 불편비용 등 산출 불가능한 무형의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예산 및 행정력 낭비'를 발제한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부소장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실 관련 의혹 진단규명단이 취합한 대통령 집무실 이전 예산 추정액이 1조 795억원에 이른다. 집무실 이전사업을 통합사업으로 간주하여 국가재정법에 따른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이 돼야 하며,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더라도 시행령에 따라 면제요구서를 제출토록 해야 한다. 또한 예비비 활용의 적법성을 따지고, 총예산액을 산출하여 국회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졸속 개방'를 발제한 최종덕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청와대는 고려 남경 터였고, 조선시대에는 경복궁의 후원으로 임금이 사용하던 공간이었으니 경복궁의 일부였다”고 청와대의 역사성을 설명하며,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궁궐을 훼손해서 전시회를 열고, 박물관과 미술관, 식물원과 동물원을 만들었는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했던 것과 유사한 행위가 청와대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 의도는 다르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역사의 흔적을 지우는 꼴이 될 것이다”고 개탄했다. 

최 소장은 “모든 역사성 있는 장소와 건축물은 전문가의 조사와 연구를 거쳐 그 역사성을 밝히고 보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문명국가의 보편적 원칙이다. 청와대를 사적으로 지정하고, 철저한 조사와 보존·활용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특히, 일제가 조선 궁궐을 그렇게 했던 것처럼, 청와대라는 천년 세월의 명작에 알록달록 덧칠하며, 단순한 유희의 장소로 활용토록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한겨레신문 노형석 기자는 “대통령실이 이전한 삼각지 옆 언덕 구릉지 일대는 구한말까지 조선 민중의 집단 묘역이었는데, 일제가 조선주둔군 기지를 용산에 조성하면서 무덤강탈로 불리는 일방적 토지 수용으로 엄청난 공분을 샀던 곳이다. 인근에는 조선총독 관저가 있던 곳이어서 일제 강점기 권력자들의 거처를 그대로 좇아간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고 밝히는 한편, “용산공원은 역사문화 경관을 고려해 장기적 시야로 전문가, 시민들과 숙의해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재관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은 “소통강화, 제왕적 대통령 탈피라는 대통령실 이전 취지는 애초부터 립서비스에 불과했음이 채 1년도 되지 않아 들통났다. 대통령이 국민과의 거리두기를 강화하면서 용산 대통령실은 불통의 상징이 되었다. 지난 1년은 대통령과 국민을 잇는 소통의 다리가 하나하나 무너져 내린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윤 전 비서관은 그 구체적인 사례로 ▶국민과의 열린 소통을 명분으로 시작된 도어스태핑이 시행 약 7개월만인 지난해 11월 중단된 이후 재개될 기미가 없다는 점 ▶ 1988년 이후 역대 대통령이 매년 했던 질의·응답 형식의 신년 기자회견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신년사만 발표한 점 ▶취임 후 처음 국민과 대면해 생방송으로 대화를 나눈 ‘국정과제 점검회의’가 짜인 각본에 따라 질문과 답변이 이뤄진 쇼였음이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난 점 ▶대통령과 언론, 국민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는 대변인이 5개월간 공석이었고, 대변인과 부대변인 동시 공석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던 점 ▶대통령실 인근 집회나 행진을 경찰이 교통혼잡을 이유로 재량에 따라 금지 통고할 수 있도록 집시법 시행령 꼼수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점 등을 지적했다.

청년정치크루 이동수 대표는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서 구중궁궐인 청와대를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용산 역시 새로운 구중궁궐이 되어버렸다. 소통은 집무실 위치보다는 의지에 달려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형식에 집착하고 본질은 외면함으로써 ‘쇼통’에 비싼 값을 치르게 되었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또한 “대통령실 이전은 22년 8월 서울 수해, 10월 이태원 참사, 최근의 미국 정보기관에 의한 도감청 등 관련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이런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며, 대통령실 이전을 설익은 정책추진에 대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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