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의 시행령 늑장 개정으로 심의하지 못해 지금까지 반도체 투자세액공제 신고 ”0”인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통합투자세액공제 중 반도체가 포함된 국가전략기술 분야로 세액공제를 신고한 기업은 한 군데도 없었다. 즉 지금까지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를 받은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2021년 세법개정에 따라 2021년 하반기 투자분에 대해서는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었음에도, 지난해 기업들이 신고하지 못한 이유는 기재부가 시행령을 늦게 개정해 국가전략기술 여부를 판단하는 심의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반도체 투자세액공제는 배터리·백신과 함께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투자를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정부의 2021년 세법개정안에 포함되었고, 2021년 11월 30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 전까지 통합투자세액공제는 일반공제와 신성장·원천기술 공제만 존재했는데, 국가전략기술 범주를 신설한 것이다. 법안에 따르면 반도체기업들은 2021년 하반기 투자분부터 대기업 6%, 중견기업 8%, 중소기업 16%에 달하는 금액을 법인세에서 감면받을 수 있었다. 통합투자세액공제 일반공제의 공제율이 대기업 1%, 중견기업 5%, 중소기업 10%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으로서는 국가전략기술 투자분의 신고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대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전략기술에 해당하는 반도체 투자분에 대해서는 법안 개정으로 6배의 공제율(1→6%)이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법안을 통과시켜놓고도 국가전략기술의 범위를 규정하는 시행규칙을 이듬해 2월 10일에 입법예고하고 법안 통과 넉 달이 지난 3월 18일에 개정 완료했다. 국가전략기술을 심의하는 절차를 규정한 시행령은 4월 말이 되어서야 입법예고했다.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법령상 심의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서 국가전략기술로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기존 신성장ㆍ원천기술만 심의할 수 있던 심의위원회에 국가전략기술 심사기능을 부여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해당 시행령은 3월의 법인결산시즌을 훨씬 지난 7월이 되어서야 개정됐고, 심사를 받을 수가 없었으니 어떤 기업도 국가전략투자 세액공제를 신고할 수 없었다. 

장혜영 의원의 질의에 대해 기재부는 "올해 경정신고를 통해 2021년분을 청구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장 의원은 "법인세 혜택을 통해 기업에 현금을 쥐어주고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통합투자세액공제의 취지를 고려해 볼 때, 이런 엇박자 개정은 기재부의 진의를 의심케 한다"고 지적한다. 조세지출예산서상 2021년 통합투자세액공제 감면액은 1조 3459억원인데, 여기에는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는 포함되지 않는 셈이다. 즉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에 따라 갑자기 공제율이 15%로 확대된 통합투자세액공제 개정안은 이전의 데이터 없이 심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장 의원은 정부의 통합투자세액공제 확대 안에 대해 "삼성·하이닉스 특혜 법안"이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바 있다*. 장 의원은 "한 차례도 세액공제 자체가 실행된 적이 없는데, 공제율만 6→8→15%로 두 차례 상향되는 기괴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말로는 시급하다고 하면서 제도 여건은 마련하지 않은 모습을 보니, 실제 대외환경보다도 대기업 감세라는 현 정부의 이념적 목표에 급급한 정책 추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며 기획재정부를 비판했다.

 

저작권자 © 창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