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가압류는 기업에 의해 노동권이 박탈된 현실이다"

노란봉투법 입법 촉구 노동현장 대응모임 기자회견이 국회에서 열렸다.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노동현장 손해배상가압류 대응모임은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노란봉투법 입법 촉구’ 기자 회견을 열고 “기업의 손배소가 노동자 개인의 삶을 파괴하고 심지어는 노동자들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전경련과 경총의 의견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 과정에서 일어난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손해는 제외하고, 노동자들의 쟁의 행위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소송 청구나 가압류를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노란봉투법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각각 “헌법상 기본권인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우리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다”, “노란봉투법의 위헌 소지, 기존 법 질서 배치, 경영권 제한, 파업조장으로 인한 노사갈등을 확대한다” 등의 이유로 노란봉투법 입법에 대한 반대의견을 냈다. 이날 가진 회견문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주>

▶진행자
2003년 10월 17일 한진중공업 김주익 열사가 돌아가셨다. 150억 원 손배가압류가 이슈가 됐을 때 경총이 열사의 죽음 앞에 이런 주장을 했다. “손배가압류는 불법 쟁의 행위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자구책이다” 결국 2003년 당시 끌어오르던 여론에도 손배 가압류 문제는 끝내 해결되지 않았다. 만 19년이 지난 어제 전경련이 손배 현실을 또 왜곡하고 나섰다.오늘은 손배가압류를 경험한 노동자들이 직접 손배가압류가 무엇인지 노란봉투법이 왜 필요한지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먼저 국회에 자리를 마련해 주신 이은주 의원의 여는 말을 들어보도록 하겠다.

▶이은주 정의당 비대위장
손배 가압류의 고통을 겪는 당사자 여러분과 노란봉투법의 입법 필요성을 말씀드리기 위해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주 저는 국회 입법조사처로부터 주요 국가들의 쟁위행위에 대한 손배소 입법 예와 현황에 대한 조사 회답을 받았다. 결과는 익히 알려진 대로입니다. 주요 국가들은 쟁의 행위에 대해 선배를 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갖고 있지만 그것은 대부분 사문화됐고 사문화됐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제도였다. 

독일은 손해배상 소송을 노동조합만을 대상으로 하고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으며 실제 인정된 사례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2012년 루프트한자 등 3개 항공사 노조의 파업에 9만 유로 1억 2천500원 정도가 청구됐지만 법원은 거절했다. 영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손해배상 능력이 없는 노동조합과 임원에게 청구를 하지 않았으며 그마저도 상한선이 있었다.

 최근 언론에 의해 손배 금지법이 위헌으로 결정됐다고 알려진 프랑스의 경우 쟁의를 범죄로 규정하는 조항이 없고 쟁의 행위에 대한 입법적 규제가 없는 나라였다. 결론적으로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은 노사관계의 파탄을 막기 위해 손배를 극도로 절제하는 관행이 있고 제도적으로는 쟁의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반면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헌법이 노동 상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쟁의행위의 주체 목적 절차 수단을 지극히 엄격히 따져 단체행동권을 제한하고 있다. 손배 소송은 거의 모든 쟁의 행위에서 사용자 측의 사후 보복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것은 노동조합의 파괴로 단결권의 붕괴를 가져오고 더 나아가 개인과 가족의 삶마저 파탄되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 계신 분들이 바로 그 증거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 자유에는 결사의 자유가 빠져 있다. 하지만 다른 문명국가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은시민의 자율 결사를 핵심적 자유로 보호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노동자의 자율 결사를 손배로 억압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때문에 노란봉투법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야만을 끝내는 법이라고 저는 감히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관행을 당장 바꿀 수 없다면 제도를 통해 더 나은 관행을 만드는 것이 바로 입법자의 몫이다.  국정감사가 곧 마무리되고 이제 곧 입법의 시간이다. 헌법의 노동3권을 실질적 권리로 바꾸기 위해 이 지독한 선배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 시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노란봉투법을 입법시킬 것이다. 

▶ 김형수 거제 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지회장

손배 가압류는 중단되어야 한다. 생존권과 가장 기본적인 권리마저 지키려는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짓이다. 손배 가압류는 회사가 회사의 불법을 은폐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사용하는 탄압 수단이다. 실제 노동자들이 손배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들이 수없이 일어났고 지금도 여전히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저 법을 제정하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여기에 계신 모든 분들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가 손배 가압류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손배 가압류는 중단되었어야 했다. 그 후 20년 동안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손배액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났고 고통받는 노동자와 노동조합도 늘어났다. 손배가압류로 탄압받는 노동자들은 기업의 불법과 사회 부조리에 저항한 노동자들이다. 고용 구조가 급변함에 따라 기업의 불법은 노동사각지대를 향했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의 원하청 구조이다.

더 위험한 노동환경 더 낮은 임금으로 내몰린 노동자들은 헌법에 보장된 파업권조차 원청에 의해 박탈된다.배달호 김주익 열사의 희생으로도 끊어내지 못한 손배 가압류가 10여 년 뒤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 30명의 희생으로 이어졌듯이 다시 십여 년 뒤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에게로 이어졌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 노란봉투법 이제는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 노란봉투법은 황건적 보호법도 아니고 불법 파업 보호법도 아니다. 노동자를 살리고 민주적 방식을 통해 노사관계를 바꾸고 회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진경호 전국 택배노동조합 위원장 전국 택배노동조합 위원장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택배 현장의 시스템이 코로나에 의한 택배 물량 급증으로 결국 붕괴됐다. 2년간 스물두 분의 택배 노동자가 사망해 나갔다. 분노한 여론의 택배사는 공론장으로 끌려나왔고 붕괴된 시스템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재구축되는 듯 했다. 하지만 택배사들은 여전히 자신이 진짜 사장임을 부인하고 있었고 결국 지난 2월 10일 택배노조가 cj 대한통운 본사의 농성에 돌입하게 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었다.1

2월 28일 파업에 돌입했으나 45일이 넘도록 원청은 협상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에 따른 요금 인상분 대부분을 가져간 게 원청이고 노예 계약서를 강요한 것도 원청인데 우리랑은 계약 단계가 아니다 라며 계약을 거부하니 농성과 같은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돌아온 건 자신들과 상관없는 이들이 불법으로 본사를 점거했다며 제기한 20억 원의 손배소였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이 비정상적인 상황이 비단 택배업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수많은 특수고용직 직종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수한 고용은 없다. 일한다면 노동이고 일하는 사람은 노동자다. 이것이 우리가 노조법 2조를 개정하는 주된 이유이다. 노조법 2조는 사용자와 노동자의 개념을 정의하는 조항이다. 

노조법 2조가 개정되어 특수고용이라는 회피용 단어가 아니라 우리 앞에 노동자라는 정의가 내려진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자. 앞으로 택배사 원청은 노조와 협상하게 될 것이며 정상적 택배 현장 운영을 위해서 노동자들과 협력하게 당연히 점거 농성 같은 투쟁은 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며 지금까지 벌려져 온 하청 노동자의 투쟁 역시 많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의 원인과 원인을 찾고 책임 있는 이들이 나서야 한다. 권한과 책임이 있는 진짜 사장이 교섭에 나와 문제를 해결해 해야 한다. 단순한 진리이다.

사회적 합의로 택배기사가 분류 작업에서 배제되자 거짓말처럼 과로사가 현격히 줄어들었다. 택배사 원청 진짜 사장이 사회적 대화에 나와서 책임을 졌기 때문에 반응했었다. 언제까지 특수고용 플랫폼 업종 하나하나에 대해 노동자성을 인정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위해 들어가는 시간과 사회적 비용은 결국 누구 주머니에서 나오는가? 노조법이다. 개정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늦었지만 지금 모두가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김정우 쌍용차 전 지부장

2009년 정리해고 사태 당시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제기된 손배가 무려 십삼 년의 재판 기록을 기록했다고 한다. 정리해고의 부당성을 입증해줄 소송은 2심에서 노동자들이 이기고도 양승태 대법원장에 의해 거래되었다. 그렇게 우리의 파업이 정당성마저 거래됐던 것이다. 2009년 쌍용차는 경영상 위기라며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빼앗으려 했다. 그런데 쌍용차의 경영상 위기는 회사가 자초한 결과이다. 

2001년 대우에 매각시킨 것도, 다시 상하이에 매각시키는 것도 경영진들이 결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기술인 자동차 설계도면까지 상하이차에 기술을 유출한 것도 노동자가 아닌 경영자인 것이다. 그렇게 경영상 위기를 초래하고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구조조정으로 책임지라고 한 것이다.  노동자들은 한 해 노동자들은 해고 위기를 겪으면서도 단단한 차를 열심히 만들었다.  이런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지운 긴박한 경영상의 결정을 한 사용자들은 2009년 정리해고 사태 이후 쌍용차를 모두 떠났다. 이게 쌍용차 정리해고의 실체이다. 

비단 쌍용차만이 일이 아니다. 한진중공업에서도 하이디스에서도, 풍산 마이크로텍에서도, kc에서도, 콜트 코드에서도 정리해고를 단행한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반복된 악순환이다. 경영 위기는 경영자의 책임에서 열심히 일한 노동자가 쫓겨날 명분이 되어선 안된다. 정리해고를 하고 저항한 노동자들에게 손배를 지우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감사합니다.

▶노란봉투법 개정을 촉구하는 노동현장 손배 사업장 대응모임 입장

손배가압류는 기업에 의해 노동권이 박탈된 현실이다. 노란봉투법은 대화로 해결하는 첫 걸음이다. 노란봉투법 개정을 요구하는 우리는 현실에 문제를 해결할 것을 제안한다.

전경련에서도 연이어 입장을 내고 있지만 불법 파업을 조장한다는 취지의 입장들은 말 그대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기업의 불안과 우려를 늘어뜨려 놓는 것뿐이다. 결국 기업의 불안이라는 허상을 앞세워 회사의 과실과 불법이 있더라도 노동자들이 저항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우리는 회사의 과실과 불법에 최소한의 저항조차 금지시키려는 경총과 전경련을 규탄한다. 아울러 국회와 정부에 요구한다. 특정 경제단체가 근거 없는 불안을 위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노란봉투법을 즉각 입법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손배 가압류의 현실은 소송을 경험한 당사자의 입장이 중요하다. 손배 노동위원장이 공통적으로 경험한 쟁위행위의 사유는 단체교섭 단체 협약이다. 교섭은 대화이다. 노동자들은 노사 간 약속을 약속이 깨어졌을 때 대화가 거부되었을 때 쟁위 행위를 해왔다. 

쟁위행위는 대화로 해결하고자 하는 노조의 바람이 노조의 바람을 기업이 외면한 결과인 것이다. 노동3권이 보장한 기본권에 따라 우리는 단결할 수 있고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고 단체교섭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단체행동 즉 쟁위 행위를 할 수 있다. 사실상 기업이 대화를 거부한다는 이유만으로 헌법에 보장된 권리가 박탈되는 것이 노동자들의 현실인 것이다.원하청 구조의 사업장에서도 문제의 핵심은 대화이다. 하청 노동자들을 사용하지 않고는 골라가지 않는 회사가 하청 노동자들과의 대화는 거부를 하고 있다. 심지어 파견법 위반으로 회사에 불법이 드러나도 원청은 파견법 위반 당사자들과 대화를 거부했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경우는 절차에 따라 노조를 설립해도 노조 자체를 보장하는 사측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교섭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화의 대상을 결정하는 것은 사용자인 셈인데 대화를 거부한 책임은 노동자에게만 지우고 있다.경영상 위기 앞에선 교섭권을 가진 정규직 노동자라도 대화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용자가 제기한 손배 소장을 보면 정리해고 노동자 파업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경영상 위기는 노동자의 책임인가? 경영자의 잘못마저 노동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이 공정한가? 파업 때문에 기업 경제가 어려워졌다는 근거를 사용자가 단 한 번이라도 제시한 적 있는가? 오너 리스크 방만 경영 경영판단 실패 등 기업 또는 경영자의 잘못으로 경제가 어려워진 사례는 현실에 존재한다.가장 많이 알려진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경영상 위기를 불러온 사용자는 어떤 책임을 졌는지 묻고 싶다. 2009년 쌍용차 경영책임자는 책임은 커녕 퇴직금을 받고 쌍용차를 떠났다.

한진중공업 경영위기의 책임자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무너진 한진중공업에서 손을 놨다. 노동자들만이 쓰러져가는 기업에 남아 차를 만들고 배를 만들어 기업을 살리고 있다. 올해 논란의 중심이 됐던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경영상 책임마저 원하청 불문하고 노동자들의 몫인 것이다.  이것이 공정인가 기업의 불법에 대해 처벌 조항이 있다고 처벌이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대표적인 부당 노동행위인 노조파괴 시나리오도 처벌에 이르기까지 수년이 걸렸다.2018년 고용 노동행정개혁위원회 조사 결과 보고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동안 노동자들에게 잘못을 저지른 사용자 중에 구속된 사례가 단 두 건 뿐이라고 적시했다.

유성기업 가부르스테 둘 다 국정감사로 국회에서 범죄가 드러났고 노동자들이 희생되고 나서야 경영 책임자가 구속됐다 파견법 위반이 가장 많은 현대차 기아차는 단 한 번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 정부 조사 보고서도 처벌 조항이 실제 노동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정부 여당은 입만 열면 강성 노조를 탓한다 현재 정규직 노조 소속 조합원에게 손배 소송이 진행된 사례는 대부분 작업중지권 행사에 대한 손해배상이다. 안전사고 발생으로서 회사의 과실이고 책임이다. 그런데 노동자에게는 안전사고가 일어나도 작업중지권을 행사하는 것조차 신중하라고 한다 사고를 예방할 책임을 기업에 묻는 것이 아니라 목숨 앞에 신중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노동자들에게 하고 있다.안전사고가 발생해도 기업은 처벌받지 않는다. 경총은 겨우 통과시킨 중대재해처벌법조차 더 약화시켜달라고 하고 있다.

처벌 조항이 있어도 기업은 처벌받지 않았다 면책 조항이 있어도 노동자는 면책되지 않았다. 이게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가 기업의 불법에 대해 제동을 걸지 못하고 사법부도 제대로 처벌을 못한다면 입법부가 나서야 한다. 이대로는 기업의 불법에 저항한 노동자들만 처벌받고 손해배상 가압류로 일상이 저당 잡히는 현실을 벗어나기 어렵다.지금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지난 33년간 반복되었던 기업의 주장만으로 노동권을 박탈하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우리는 더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 노란봉투법 개정을 국회에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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