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일보 = 박우영 기자]

기재부의 미얀마 군부정권 개발협력에 대한 비판여론이 드세다. 정부가 앞에서는 인권을 얘기하고 뒤에서는 이권을 챙긴다는 이유다.


◆9천억 차관 투입 미얀마 개발협력사업...정부 재검토 입장 불구 모두 추진 중
모두 산업인프라 관련...기재부는 6개월째 재검토 입장만 반복
용혜인, “쿠데타 학살정권 정당성 강화하는 개발사업에 왜 계속 원조자금 투입하나”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미얀마 쿠데타 이후 정부의 미얀마 유상원조사업(EDCF) 재검토 조치가 사실상 전혀 이행되지 않은 점을 두고 기획재정부를 비판했다.

유상원조 사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수출입은행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유상원조자금이 투입되어 미얀마 군부정권과 협력 하에 추진되고 있는 8개 인프라투자 사업은 정부의 재검토 조치와 관계없이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이후 지금까지 1천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수천 명이 구금되었으며, 급기야 내전으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2월 미얀마 쿠데타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대한민국 정부는 미얀마 군부를 강력히 규탄함과 동시에 상응하는 조치를 3월 12일에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서 정부는 미얀마에 대한 개발협력사업을 재검토할 것을 천명한 바 있다. 

미얀마 유상원조 개발협력사업은 기획재정부의 승인 하에 한국수출입은행이 자금을 대고 한국기업들이 주도해 시행하여 미얀마 정부에 협력하는 형태다.

총 8개 사업 7억 5760만 달러(8,942억 원)에 달하는 규모로 송전망, 철도, 다리, 운하, 에너지 등 인프라 확충을 지원한다. 수출입은행의 답변에 따르면, 현재 모든 사업이 추진중에 있으며, 일부 사업은 지연중이기는 하나 이는 현지사정 등에 따른 실무적 요인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재검토 조치에 따라 중단된 사업은 하나도 없다. 

정부는 재검토 조처 시 민생 직결 사업과 인도적 사업은 계속 진행한다는 단서를 붙이기는 했다. 그러나 이런 범주의 사업은 최근 코로나19 대응 관련 3백만 달러 지원사업과 같이 재난시의 구호나 식량 지원 등을 일컫는 것이 일반적으로, 송전망·철도·가스수송망 등 산업기반시설을 조성하는 인프라투자를 이런 구분에 포함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

기재부는 민생직결 사업과 인도적 사업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으며, 조처 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얀마 유상원조사업이 해당 범주에 포함되는지도 판단하지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9천억 원에 달하는 미얀마 유상원조는 미얀마 군부의 학살과 불법구금 등의 심각한 인권침해행위에도 불구하고 계속 집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EU는 미얀마에 대한 모든 개발협력 및 금융지원을 중지할 것을 결정했으며 4년 계획 2억 4,070만 달러 이상의 예산이 소요되는 미얀마 지원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미국 USAID는 4억 2,400만 달러에 달하는 ODA를 중단했으며 ‘민주적 공간 유지, 식량 지원, 독립언론 지원’등을 위한 원조는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영국, 호주, 스웨덴 역시 미얀마 공적원조를 중단하되 인도적 지원에 제한한 원조프로그램을 운용한다. 한국과 유사하게 ‘재검토’결정을 통해 원조를 지속하고 있는 곳은 일본 정도가 꼽히고 있다. 즉 인프라투자와 같이 미얀마 군부와 협력하여 추진하는 개발사업을 지속하는 건 타국의 사례에 비추어 봐도 예외적이다. 

용혜인 의원은 “정부는 차라리 투자기업의 이익 보전이나 사실상 미얀마의 지배자가 된 군부와의 채널 확보가 더 중요하므로, 공적원조 재검토 조치를 철회하고 사업을 지속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는 것이 솔직한 태도“ 라며 ”이럴 생각이었으면 애초에 재검토 이야기를 할 이유가 없었다“고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이어 ”과거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 족 학살에도 불구하고 경제협력을 지속해 온 정부가 이번 쿠데타와 학살까지 용납한다면, 경제적 이해 앞에서 최소한의 기준조차도 포기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용 의원은 공적원조 추진 판단에서 사업관계자의 심각한 인권침해를 기준으로 명기하고, 투자기업의 이해에 영향을 받지 않는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심의기구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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