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엔 나이가 없다.  사진은 본 소설 내용과 관련 없음.
실직엔 나이가 없다.  사진은 본 소설 내용과 관련 없음.

 

20평대의 허름한 빌라였다.

빌라라기보다는 연식이 오래된 연립주택이었다. 방이 3개였고 거실이 조금 좁았다. 옆에는 40층의 멋진 주상복합 아파트가 있었다. 연립주택은 중세의 성 옆에 있는 낡은 창고 같았다. 이 집에서 3명의 자녀들과 어머니와 이팀장, 아내 이렇게 6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다음날부터 이팀장은 출근하지 않았다.

달동네에 살고 있던 나는 이팀장보다도 훨씬 열악했다.

결혼도 못했고 나이 든 부모님과 함께 끼니거리를 걱정하며 살았다. 모아놓은 돈도 없다. 며칠 후에 영업팀과 회계팀, 우리 팀의 구조조정 명단이 복도 게시판에 붙었다. 명단에는 이팀장과 신과장, 영희씨와 내가 나란히 올라있었다. 팀이 없어졌다. 2명은 영업 팀으로 옮겼다. 이팀장이 출근하지 않는 동안 신과장은 매일 출근했다. 그는 팀장이 될 거라는 소문이 있었다. 그가 굳은 얼굴로 커피를 마시자며 휴게실로 나를 불러냈다.

“내일부터 나오지 않아. 평소 출퇴근하면서 장소를 봐둔 데가 있어.”

나는 30대 초반이고 신과장은 40대 초반이었다. 신문을 보면 삼사십 대에도 명예퇴직 대상자라는 신문기사가 많이 보도된다. 우리는 그 대상이 되었다. 중소기업, 대기업, 재벌그룹 할 것 없이 구조조정과 명퇴소식 기사가 넘쳐난다.

입사한지 4년밖에 안된 대리급도 명예퇴직 대상이다. 나는 10년은 이 직장에서 월급쟁이 생활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영자의 실책으로 그 기대는 사라졌다. 두 번째 직장생활은 3년 만에 끝이 났다. 신과장은 그래도 10년은 넘겼다.

그가 치킨집을 차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적어도 10년 이상 다녔으면 동네골목에 치킨집은 차릴 수 있다. 나는 그마저도 할 수 없었다. 뉴스는 퇴직자의 자살소식과 AI 조류독감 소식을 연신 보도했다.

이제 실직엔 나이가 없다.

모대기업에서 입사한지 1년도 안된 직원을 명퇴 대상에 포함시켰다가 여론 때문에 철회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신청자들은 대부분 퇴직했다. 기업이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직장 다닐 때 준비하지 않으면 언제 구조조정 당할지 모른다.

입사하자마자 지식창업계획을 수립해라. 3년을 준비한다면 재취업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식창업은 은퇴가 없고 평생직장이다. 빨리 시작할수록 빨리 성공한다.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아라!’ 라는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내일 구조조정 당하는 심정으로 오늘을 살아야 한다.

글 권영석

<계속>

 

저작권자 © 창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