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막론하고 '미래 먹거리' 위한 이종교배 활발

2018CES를 관통하는 슈퍼트렌드는 인공지능(AI), 가전, 자동차가 하나로 묶이는 "융합"이다. LG전자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18에서 LG 슈퍼 울트라HD TV를 공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제품은 나노셀(Nano Cell) 기술에 '풀어레이 로컬디밍(Full Array Local Dimming)' 기술을 더했다. '나노셀'은 약 1나노미터(nm) 크기 미세 분자구로를 활용해 보다 많은 색을 한층 정확하게 표현한다. 풀 어레이 로컬디밍 기술은 명암비와 빛 번짐을 개선한다. 사진=LG전자 제공. (C)창업일보.

(창업일보)박영은 기자 = 2018년 CES의 큰 트렌드는 인공지능(AI), 가전, 자동차가 하나로 묶는 "융합"이었다. 

개막 이틀날인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센트럴 플라자에서 공개된  ‘구글 갤러리’가 이를 여실히 보여줬다.  

 “헤이, 구글(Hey Google)”로 불러내는 AI 비서 플랫폼 ‘구글 어시스턴트’가 어떻게 진화하고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관람객들이 밀려들어 북새통을 이룬 것도 그런 이유로 풀이됐다.   

 구체적으로 이 자리에선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된 LG전자 TV, 스마트폰, 로봇청소기, 공기청정기 등이 주요 제품으로 전시됐고, 전기 플러그와 스위치, 웹 카메라, 커피메이커, 수도꼭지까지 집안의 기기들이 하나로 연결, 작동됐다. 

 부스 앞에 전시된 이탈리아 자동차기업 알파 로메오의 ‘줄리아’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차량에는 최근 출시된 ‘안드로이드 오토’가 탑재됐는데, “헤이, 구글”로 불러 음악을 틀고, 내비게이션을 작동하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메시지 전송도 가능했다.  

 집안의 가전이든, 차량이든 AI 플랫폼으로 점점 더 하나로 연결되고 융합되는 세상이 도래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이런 트렌드는 구글 부스를 넘어 CES 전체를 관통하는 모습이었다. 

 실제 개막 이틀째로 접어든 올해 전시회에서 삼성과 LG 등 주요 가전업체들은 단일 신제품을 알리기 보다는 AI와 IoT를 활용한 스마트홈, 스마트시티에 집중했다. 물론 삼성은 빅스비, LG는 씽큐 등 자체 음성인식 AI 플랫폼 홍보에도 주력했고,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인 바이두와 알리바바도 유통 부문 AI 플랫폼을 선보였다.

 완성차 업체들도 아마존 알렉사, 구글의 어시스턴트 등 AI 서비스를 자사 자율주행차에 적극 적용하면서 이종간 교배와 융합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18'은 폐막 하루를 남겨두고 있다. 51주년을 맞은 이번 행사를 찾는 관람객 수는 19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CES는 전체적으로 보면 사물인터넷(IoT)을 통한 연결성과 이를 통해 얻어지는 빅데이터, 그리고 AI와 자율주행차, 생활형 로봇 등을 아우르는 '스마트시티'를 주제로 '4차 산업혁명'의 전시장이 됐다.
 
 스마트시티는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교통시스템, 스마트에너지, 헬스케어 등 가정 밖 일상에서까지 제품·체계 간 연계가 이뤄질 수 있다는 개념이다. 지난 2000년대 들어 자주 거론됐던 유비쿼터스(Ubiquitous)의 발전된 형태인 셈이다.

 이제 전통적인 산업 간 경계는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정보통신기술(ICT)이 각 산업에 접목되면서 새로운 시장이 융합·창출되고 있고, 기업들이 저변 확대를 위해 뛰어들고 있다.
  
 ◇업계 막론하고 '미래 먹거리' 위한 이종교배 활발

 이번 CES에서 글로벌 반도체 업체 인텔을 이끄는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CEO(최고경영자)가 첫 기조연설을 한 것만 봐도 기술의 발전이 업계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단편적으로 알 수 있다. 

 작년 첫 기조연설자는 엔비디아(Nvidia)의 젠슨 황 CEO였다. 현재 글로벌 자율주행차 경쟁 구도는 '인텔 VS 엔비디아'로 재편되고 있다.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분야 1위의 다툼이다. 

 인텔은 자율주행차를 하루에 처리하는 데이터가 4테라바이트(TB) 수준의 슈퍼컴퓨터로 보고 있다.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데이터를 5G 네트워크로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에 전달하고, AI가 딥러닝을 통해 재가공하는 플랫폼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이스라엘 자율주행 솔루션 업체 모빌아이를 153억 달러에 인수한 인텔은 CES에서 BMW, 폭스바겐, 닛산, 중국 상하이자동차, 디지털맵 전문업체 냅인포와 '자율주행 데이터 협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자율주행 기술을 완성하려면 맵 데이터 정확도를 높여야 하는데 인텔은 주요 협력사와 함께 수집한 데이터를 자사 반도체와 소프트웨어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공개된 아톰 프로세서와 모빌아이의 자율주행 전용칩 아이큐5를 결합한 신규 자율주행 플랫폼은 레벨 3에서 레벨5의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 진영에는 독일의 자율주행 부품 강자인 콘티넨탈이 포진됐다. 콘티넨탈은 센서와 레이더, 라이더(전자거리측정장치) 등 생산에서 세계 수위를 달리고 있다. BMW와 피아트크라이슬러 등도 협력사다.

 국내 완성차 기업인 현대차는 미국 자율주행 전문기업 오로라와의 협력을 통해 2021년까지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개발·양산할 계획이다. 레벨4는 대부분의 도로에서 운전자 개입없이 차량 스스로 주행이 가능한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미국 자율주행 전문기업 오로라는 자율주행 분야 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 각종 센서 및 제어기, 클라우드 시스템과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는 백엔드 솔루션 등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구글의 자율주행 기술 총 책임자였던 크리스 엄슨,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총괄을 맡았던 스털링 앤더슨, 우버의 인식 기술 개발 담당이었던 드류 배그넬 등 자율주행 분야의 최고 엔지니어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아울러 현대차는 세계적 IT 업체 시스코와 중국 최대 인터넷서비스업체인 바이두 등과 손잡고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CES서 공개된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는 5분 이내 충전으로 590km(인증 전)의 항속거리를 발휘한다.

 4년 연속 CES를 찾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인텔, 모빌아이, 엔비디아 등 자율주행 관련 글로벌 CEO들과 잇달아 히동하기도 했다. 그는 2년 연속 엔비디아의 프레스컨퍼런스에 직접 참관했다.

 ◇가전 업계에 부는 초연결시대 '스마트 바람'

 가전업계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꼽히는 '스마트홈'은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영역을 점차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아마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보이스 솔루션을 적용한 연동 기기가 점진적으로 세력을 넓혀나가고 있다. 이제 허브 역할을 하는 AI 스피커 외에 기기에도 AI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 추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생활가전 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향후 '연결성'으로 가전부터 홈, 시티까지의 변화를 이끌어가겠다는 복안이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LG전자는 AI와 로봇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이를 공격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또 AI 기술과 접목한 융복합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인다.

 로봇청소기 사업을 통해 축적한 자율주행 기술과 로봇 플랫폼을 적극 활용, 스마트 가전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은 생활로봇을 체계적으로 준비해 온 LG전자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에 가정과 상업용 시장을 동시에 공략한다.

 이를 위한 일환으로 LG전자는 지난해 인천국제공항과 스타필드 하남에서 안내 및 청소 로봇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이번 CES에서는 호텔서비스, 카트 로봇 등 다양한 로봇을 선보이는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향후 전자 기기 시장은 종류에 상관없이 IoT로 연결돼 제어할 수 있게 된다. 또 클라우드에 인공지능·음성인식 기술 등을 연동해 소비자의 사용패턴을 축적하고 학습함으로써 개인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직접 플랫폼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는 삼성전자는 자사의 스마트폰인 갤럭시 시리즈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생태계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은 '앱 통합'으로 연결기기 사이의 제어가 쉽도록 IoT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빅스비 중심의 'AI 기반 음성인식' 기술을 2020년까지 자사 모든 전자기기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음성명령으로 TV를 통해 조명을 제어하거나 검색을 할 수 있고, TV에서 냉장고 안에 있는 식자재를 확인하거나 세탁기 작동 상황을 파악하는 일도 가능하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장(사장)은 "삼성전자의 AI 기술은 디바이스 중심으로 출발했다"며 "매년 5억여개의 스마트 디바이스를 시장에 내놓고 있는 만큼 궁극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AI 기능이 월등해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발걸음 바빠지는 각국 정부…국내는 아직 '갈길 멀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현실로 전개되면서 글로벌 업계의 빅뱅이 예고되고 있다. 새로운 시장의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에 따라 전 세계 시장에서의 '메이저 업체'가 갈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의 경제 패러다임 등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세계 각국은 산업 구조 특성과 강점에 바탕을 두고 새로운 기술 혁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전략을 체계화,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해 과학·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연구개발(R&D)에 4조1335억원을 투자했다. 특히 미래 유망 분야 투자 확대, 연구자 중심 연구지원 강화, 개방형 R&D(기술개발) 생태계 고도화 등에 집중했다.

 향후 기술 분야에서는 모든 산업에 근본적 영향을 미쳐 국가경쟁력을 판가름하게 될 지능정보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산업적으로는 규제완화, 창업지원 등 민간의 지능정보화를 촉진할 방침이다.

스위스 최대 금융그룹 UBS에 따르면 노동시장 유연성, 기술 수준, 교육시스템, 사회간접자본(SOC), 법적 보호 등 5개 요소를 바탕으로 139개국의 4차 산업혁명 적응 수준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순위는 25위에 불과했다.

이는 대만(16위)이나 말레이시아(22위), 체코(24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한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선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기술혁신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것은 물론 창의적 기술개발을 위한 적극적인 규제완화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CES에서는 AI가 어느때보다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러나 아직 소비자가 피부로 느낄 만큼의 획기적인 AI 서비스 수준은 아닌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내년 CES는 더욱 진화된 모습으로 AI서비스 경쟁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IT 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검색에, 아마존은 쇼핑에 강점이 있어 AI 분야에서 가장 선두권에 있는 건 사실이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가전제품 영역에서 특장점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가정, 사무실, 차량 등 각 분야에서 연결되고 전개되는 AI플랫폼 경쟁에서 독자적이든 협업 형태든 해볼만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 맞춰 우리 정부도 과감한 규제혁신을 통한 분위기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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