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일보)이석형 기자 =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계는 최근 정부의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향후 정규직 직원으로 고용해야 하는 범주가 어디까지로 정해질 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선업의 경우 본사 직원들의 비정규직 비율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배를 건조하기 위해 기술과 인력을 이용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상당한데 이들을 '동일임금' 범주에 포함하는 것과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문제가 불거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4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볼 때 삼성중공업 소속 정규직 근로자는 1만1301명, 비정규직 근로자는 357명이다. 하지만 공시에 나와있지 않은 협력업체 직원들은 2만5000여명에 달한다.

현대중공업의 경우도 조선, 해양플랜트, 엔진·기계 분야에서 근무하는 정규직 근로자는 1만3974명, 비정규직 근로자는 949명 등으로 집계됐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2만여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도 마찬가지다. 1분기 기준 정규직 근로자는 1만370명, 비정규직 근로자는 98명 수준에 불과하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2만5000여명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계는 최근 정부가 강력하게 드라이브 걸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해 그 범위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c)창업일보.

조선업계에서는 협력사 근로자들의 경우 선박 건조를 할 때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작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동일근로 동일임금 범주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주로 용접, 배관, 배선, 도장 등 배를 만들 때 단순 작업이 필요한 부분에 많이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덩치가 큰 선박을 만들 때 배를 분리해서 조립하는 기술이 나오기 전까지는 한 조선소 안에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해 동일근로로 보면 안된다는 것이다.

조선업계가 우려하고 있는 또 다른 사안은 협력업체 직원들의 정규직화 논란이다.

조선업의 특성상 전문성을 가진 협력업체 직원들에 대해 고용 보장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선박 건조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어 고용불안을 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일감이 떨어졌을 때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중이다.

정부의 의도대로 협력업체 직원까지 정직원화 시킨다고 가정하더라도 글로벌 조선업계가 업황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일감이 떨어질 경우 근로자의 고용보장도 못해준 채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꺼번에 2만명의 정직원을 채용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이 있겠는가"라며 "업종별 특성에 맞춰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선업은 한 장소에서 본사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이 함께 일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다"며 "같은 장소에서 같이 일한다고 동일한 업무를 맡는 것은 아니다. 차별적 대우가 있는 것도 아닌데 무작정 정규직 전환을 해야 한다면 모두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도 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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